상단영역

본문영역

[이돌컴의 거칠 컬럼(19회)] 프로듀서의 의미 상(上)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7.07.09 09:44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의 게임 시장이 그리 크지 않았던 1990년대에는 프로듀서, 디렉터라는 단어에 많은 개발자들이 동경의 시선을 보낸 적이 있었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일본 콘솔 게임의 수준. 크레딧에는 언제나 프로듀서, 디렉터라는 단어가 자잘하게 나열되며 만든 이들의 휘광(輝光)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며 대충 팀장이라는 직명(職名)하에 업무를 수행하던 많은 개발자들은 한번쯤 ‘프로듀서님’이라고 불려 보고 싶은 생각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일본 게임업계에서 프로듀서라는 직명(職名)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개발자는 많았을까. 지금은 한국도 게임 개발 프로세스가 많이 세련돼져서  NHN 같은 신개념의 업무 구조를 지향하는 기업 같은 경우, 센터장, TF장과 같은 식으로 굳이 직명(職名)의 고정성(固定性)을 생각지 않고 직책에 따른 분류를 하는 실정이다. 웹젠이나 그라비티 같은 개발사를 봐도 팀장이라는 단어보다 프로젝트의 역할에 따른 직명(職名)을 그때그때 부여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는 일본의 프로세스에 많이 근접했다고 생각된다. 과연 일본 게임업계는 프로듀서, 디렉터라는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고 있으며 왜 이런 명칭을 사용하게 됐을까.

일본은 관리자를 프로듀서, 디렉터로 나누고 팀장이란 명칭은 거의 쓰지 않는다. 프로듀서와 디렉터의 차이는 극명하다. 프로듀서는 정치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고 디렉터는 실무자를 일컫는 것이다. 좋은 예로 판타그램과 공동 개발을 수행했던 미즈구치 테츠야 씨를 보자. 그는 ‘스페이스 채널5’ 때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고 판타그램과 같이 개발했던 ‘N3’의 경우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스페이스 채널5’때부터 미즈구치 테츠야가 그 게임을 직접 만들었을 거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프로듀서였으니 말이다.

1990년대 초반의 일본 게임업계는 실무자들이 베테랑으로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이들이 프로듀서 겸 디렉터로 활약을 했다. 그러나 개발하는 사람은 언변이나 쇼맨십에서 뒤처지기 마련이고 언론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아니다. 프로모션에도 활용하고 뭔가 회사의 간판스타로 내세울만한 사람이 없을까… 경영자들이 생각해서 만들어 낸 것이 소위 프로듀서라는 것이다(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실무는 안하고 관리나 경영만 하다가 맡게 되는 경우). 물론, 이들은 스케줄 관리 및, 예산 측정, 관리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그것은 경영자에게 보고하기 위한 것일 뿐, 스텝을 관리하는 의무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업무는 디렉터가 떠안게 된다.

- 이우진(34), 예명 이돌컴
1993년, 방년 19세에 게임잡지 기자로 게임계에 입문해 디지털캠프, 판타그램 등에서 개발자로 활약.
일본 프롬소프트웨어에 입사해 아머드코어 시리즈의 프로듀스 역임 .
이후 모바일게임 회사로 자리를 옮겨 ‘대장금’등 10여종의 인기 모바일 게임을 개발. 세가코리아를 마지막으로 2006년 12월 게임업계 은퇴를 선언했다. 현재는 각종 집필활동과 UCC 창작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 외부 기고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