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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컴의 거칠 컬럼(20회)] 프로듀서의 의미 하(下)

  • 경향게임스 khgames@kyunghyang.com
  • 입력 2007.07.1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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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에게 보고하는 업무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개발 실무에 능통한 사람이 경영자와 말하는 것까지 능숙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프로듀서의 자질을 가지지 못한 사람을 이 자리에 앉혀 놓았다가는 개발진과 경영진 사이에 분란을 초래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경영자와 말하려면 우선 돈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시나리오 쓰고 게임디자인하고 스크립트 짜는 사람은 전통적으로 경영과 회계에 관해 무지(無知)하다. 경영과 회계에 능숙한 사람이라면 반대로 게임 디자인과 여타 개발 프로세스의 소화에 미숙한 사람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쉽게 생각해서 프로듀서는 사업부를 총괄하는 부장 정도이고, 디렉터는 팀장으로 보면 된다. 체계적으로 관리가 되는 기업을 보면 부장이 실무를 직접 챙기는 경우는 없다. 그들은 과장 선에서 처리된 결과물을 보고받고 체크만 할뿐… 이 정도로 정의하면 이해가 쉬울 지 모르겠다.

게임을 하는 유저의 입장이나 같은 게임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크레딧에 이름을 먼저 올리는 사람이니까, 프로듀서가 기획 원안 정도는 만들어 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글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는 사람은 거의 인터뷰하고 쇼맨십에 시간을 다 투자하고 실무는 디렉터가 떠맡는다. 프로듀서는 게임 미디어와의 창구 역할에 전념하다가 나중에 찾아와서 ‘수고했어’ 하면서 데이터를 가져가는 정도? 이런 경우 장인 정신을 가지고 제작에 임하는 디렉터의 입장에서는 약간 억울한 생각도 들기 마련이다. 역시 직위란 높아지고 봐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스타 개발자의 존재로 인해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한국형 온라인게임은 시나리오가 없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현 거래를 중시하며, 유저들이 만들어가는 컨텐츠 세계를 보좌하기 바쁘다. ‘파이널 판타지’의 아버지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존경받는 이유는 훌륭한 시나리오를 게임상에서 완벽하게 연출해 냈기 때문이며, 전설의 ‘오우거 배틀’로 스타 개발자의 반열에 오른 마츠노 야스미가 스퀘어에 스카우트되어 ‘파이널 판타지12’를 프로듀싱하게 된 것도 그의 독특한 세계관과 창의적인 사상 때문이다.

한국에서 스타개발자라고 하는 것은 게임을 잘 만들었다기보다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들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들은 유저들이 알지도 못하고 신경도 안 쓴다. 그럼에도 많은 게임 미디어들이 이들을 띄우는 이유는 그 회사의 광고를 더 많이 따기 위해서나, 무언(無言)의 청탁에 의해 추후 이직(移職)을 용이하게 해주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의 프로듀서는 스타성 보다는 예산 관리와 팀워크 관리가 중요시된다. 게임을 전혀 모르더라도 인간관계의 컨트롤에 있어 완벽한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려 볼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 이우진(34), 예명 이돌컴
1993년, 방년 19세에 게임잡지 기자로 게임계에 입문해 디지털캠프, 판타그램 등에서 개발자로 활약.
일본 프롬소프트웨어에 입사해 아머드코어 시리즈의 프로듀스 역임 .
이후 모바일게임 회사로 자리를 옮겨 ‘대장금’등 10여종의 인기 모바일 게임을 개발. 세가코리아를 마지막으로 2006년 12월 게임업계 은퇴를 선언했다. 현재는 각종 집필활동과 UCC 창작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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