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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주년 기념 특별기획4] 게임업계 CEO 아내(또는 남편)이 밝히는 '내조 비법' <2>

  • 김수연 press@khplus.kr
  • 입력 2003.12.15 18:25
  • 수정 2012.11.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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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주변도 없는데 인터뷰라니...어떡하죠?” 걱정 가득한 얼굴로 수줍어하던 심기희(42) 씨. 그러나 허 사장이 15년 전 연애담으로 말문을 열자 이내 긴장을 풀고 여유로움을 되찾았다.

“기희야~” “종도씨~”라는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애틋한 40대의 중년 부부인 허 사장과 심씨는 결혼 15년차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닭살커플이다. 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반해 허 사장은 두 번째 만나는 자리에서 프로포즈를 했다. 이어 세 번째 만남에서 결혼 날짜를 잡아 만난 지 5개월 만인 10월 3일 개천절에 식을 올렸다.

당시 심 씨는 부산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롯데그룹 기업 설립팀의 유능한 샐러리맨과 중학교 도덕 선생님의 결합이었다. 허 사장은 심 씨를 보는 순간 ‘딱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받아 결혼을 결심했다.

심 씨는 허 사장이 생각이 깊고 매사에 적극적이며 집안 대소사를 일일이 챙기는 가정적인 남편이라고 말한다.
“일 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추진력과 상황판단력이 탁월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뛰어나 한 집안의 가장과 한 기업의 우두머리로서의 역할을 빈틈없이 소화해내고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가 도덕선생이지만 종도씨가 저보다 더 도덕적이고 생각이 깊습니다. 아무리 회사 일이 힘들어도 집안에서는 철저히 나의 남편으로 아들의 아버지로 충실하니까요.”

이들 부부는 여행을 좋아하며 틈만 나면 산책이나 드라이브를 즐긴다. 경기도 광주에 단골 카페도 있는데 운전 중에도 두 손을 꼭 잡는 등 애틋한 부부애를 과시, 때로는 불륜으로 의심받기도 한다고.

늘 애인 같은 부부로 15년을 살아올 수 있었던 이들 부부만의 노하우는 바로 ‘대화’. 무슨 일이든 부부가 의논해 합의점을 이끌어 내고 대화로 조율해 나간다.

“15년 전 아들을 임신했을 때 신경이 예민해져 말다툼을 벌인 적은 있어요. 하지만 이후론 단 한번도 부부싸움도 해 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쵸?” 심씨가 눈을 맞추자 허 사장도 “그러고 보니 그러네”라고 장단을 맞췄다. 마치 드라마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잉꼬부부 같았다.

심씨는 아들이 ‘엄마는 책 읽을 때가 가장 행복해 보인다’고 말할 정도로 책읽기를 좋아하며 도자기 공예가 취미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우리가 뭔가를 이루게 되면 꼭 주변 사람들을 돌보며 살자’ 라고 약속했었어요. 지금도 사회봉사를 하며 사는 게 우리 부부의 공통적인 바람입니다.”

심 씨는 현재 휴직 중이며 2004년 새학기에는 복직할 예정이다. 슬하에 15살 난 외아들을 두고 있다.
||백일승(49) 씨는 “우리 부부 얘긴 재미없을 텐데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여사장의 남편으로 인터뷰에 응한 백 씨는 김양희 사장의 가장 든든한 친구이자 후원자다.

연세대 물리학과 홍일점이었던 김 사장이 3학년이었을 때 백씨는 신입생이었다. 그러나 나이로는 백씨가 한 살 위였으며 지인을 통해 통성명을 한 이후부터는 그저 친구처럼 지냈다.
백 씨는 외모가 출중하고 매너가 좋아 늘 주위에 여자가 많았다. 백 씨가 이성친구와 문제가 생기면 늘 김 사장이 카운셀링을 해주곤 했다.

대학 졸업 후 백씨가 취업 턱을 내는 자리에서 두 사람은 재회했다. 졸업 후 7년만이었다. 이후 백 씨는 솔로인 김 사장에게 10여 명의 남자들을 소개해 줬으나 별 반응이 없었다. 당시 김 사장은 백 씨에게 마음이 있었던 것.

김 사장은 “군에서 제대한 짧은 머리의 그에게서 남자 냄새가 물씬 풍겼고 꼭 이 남자와 결혼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재회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김 사장이 먼저 속내를 털어놓았고 백 씨 또한 흔쾌히 응해 1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백 씨는 유능한 프로그래머인 아내의 뜻에 따라 결혼 6년 만에 게임 개발사 설립을 도왔다. 김 사장이 자기 욕구가 강한 사람이라 살림만 하면서는 살 수 없는 여자다라는 백씨의 판단에서다.
“두 아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아이냐 아내냐를 고민하다가 두 딸은 운명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집을 팔아 전셋집으로 이사를 하고 적지 않은 월급을 고스란히 아내 회사로 투자했다. 맞벌이지만 직접 회사를 경영하는 김 사장이 더 바빴고 두 딸은 부모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잘 자라주었다.

“우리 집은 다른 가정과는 다릅니다. 모두가 평등하죠. 오히려 우리 김 사장보다 제가 집안 일을 더 많이 하죠.”
백 씨는 20여벌의 와이셔츠를 한꺼번에 구입하고 세탁소를 오가는 일도 스스로 했다. 가족들은 아침은 거르고 점심, 저녁은 스스로가 알아서 챙기는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으며 ‘밥은 사먹는 게 효율적’이라는 원칙을 고수한다.

딸아이가 유치원 때 ‘설거지는 누가 하나요’ 라는 질문에 아버지라고 답한 에피소드도 있다고. 이쯤 되면 아내를 업계 최고의 여성 CEO로 키워내는 데에 남편의 외조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지 알만하다.

백 씨는 3년 전에 제이씨 엔터테인먼트에 합류해 해외 및 국내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모 IT 기업에서 사장 제의가 있었지만 제이씨 부사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주변 친척들에게는 김 씨가 남편의 출세를 가로막고 선 여자로 비춰줬을 것이다.

“부사장으로 취임 후 이전까지는 유능한 프로그래머로만 생각해 왔던 내 아내가 보통 여자가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김 사장과 백 씨는 하루 24시간을 늘 함께 한다. 김 사장이 창의적으로 아이디어를 뽑아내면 이를 전략적으로 구체화시키는 역할은 백 씨의 몫이다.
“내 인생에서 여러 가지 선택의 순간이 있었지만 그 중 김 사장을 만난 것이 가장 잘한 선택이라 믿습니다” 김 사장과 백 부사장은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고 보완해 주는 가장 이상적인 부부상인 듯 보였다. ||유태호(33) 사장과 오정현(30) 씨는 93년에 한달 간격으로 미국 유학생활을 시작했고 그 해 같이 수업을 들었다.

유 사장은 당시 오 씨를 “고등학교를 갓 졸업해 촌티를 채 벗지 못한 ‘애’였다”고 표현했다. 두꺼운 뺑뺑이 안경에 짧은 컷트 머리의 촌스럽던 그녀는 같은 한국 출신의 유학생 꼬마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 건 3년 후의 일. 같이 수업을 들을 기회가 없었기에 오랜만에 만난 그녀였다. 안경은 온데 간데 없고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며 다가오는 게 아닌가. 게다가 그녀는 이미 유 사장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능력 있는 남자라고 생각했어요. 성적은 제가 훨씬 좋았지만요(웃음). 성적보다 실전에 강한 편이었죠. 또…키도 크고 잘생기지 않았나요?”

돼지 소굴 같은 유 사장의 자취방에 들러 말끔히 청소를 해주기도 하고 하트로 장식한 도시락을 손수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이후 1년 간 사랑을 꽃피워 온 이들은 유학 도중 한국에 들러 식을 올리고 남은 유학생활을 같이 했다.

“결혼 3년까지는 이런저런 의견 충돌로 많이 싸웠어요. 하지만 둘 다 뒤끝이 없는 성격이라 반나절도 못 가고 서로 화해하죠.”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서로 메일을 주고받으며 속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오 씨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일찍 결혼해서 벌써 5살과 3살짜리 남매를 두고 있다. 유 사장은 게임 개발사를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도 집보다 회사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다. 그러나 오 씨는 단 한번도 불평불만을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일찌감치 아이들을 낳아 키우느라 정신 없이 바빴던 탓도 있었겠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피곤에 지쳐 들어오는 남편이 마냥 애처로워 보였다는 것.
“제가 바가지를 긁지 않는 게 남편을 내조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픈데 제가 도움을 주지 못한 게 늘 안타까웠거든요.”

오씨는 일찍 결혼한 것에 대해 단 한번도 후회해 본적이 없다고 말한다. “일찍 안정을 되찾았다고 친구들도 부러워하죠. 이제 곧 학부모가 되니깐요.” 오 씨는 일요일이면 두 아이와 신나게 놀아주며 반찬투정 한 번 해본 일이 없는 유 사장이 늘 고맙다고 말한다.

“결혼 후 바로 아이를 가져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못한 게 속상해요. 여유가 생기면 남편과 단 둘이 유럽배낭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오씨의 말을 경청하고 있던 유 사장이 이 때다 싶어 한 마디 던진다. “해외 출장 때라도 아내와 함께 하고 싶어 지금 장모님께 로비 중입니다.(웃음) 두 아이를 맡겨 두어야 하니까요.”

유 사장은 “주변에 수많은 부부들과 아내들을 봐 왔지만 우리 아내 만한 여자는 못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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