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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주년 기념 특별기획3] 게임업계 '이색 동호회' 탐방 <2>

  • 유양희 press@khplus.kr
  • 입력 2003.12.09 01:59
  • 수정 2012.11.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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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불고기 맛이 끝내 줬었죠. 앞으로 들어보기도 힘든 맛있는 음식들 많이 찾아다닐 거예요.” 네오위즈 식도락 동호회 박현정 회장의 다부진 각오다. 나이 상으로는 팀의 막내지만 ‘음식에 대한 탐(貪)’이 남다르다는 점이 그녀를 회장의 자리에 앉게 했다. 정확하게는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심’이다.

업무 특성상 불규칙하고 끼니를 거르기 쉽다는 점이 이들이 모인 가장 큰 이유. 이런 저런 장비나 재료를 필요로 하는 동호회들과 견줄 수 있는 강점은 ‘입’만 있으면 된다는 것. 더불어 무엇보다 ‘잘 먹어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한 사람들의 집단 인 셈이다.

회원 자격요건 또한 간단하다. 박 회장이 밝힌 자격요건은 ‘맛있는 음식을 찾아 길 떠날 준비가 된 사람’이다. 정회원과 부회원 제로 운영되고 있는 ‘음탐회’의 현재 회원수는 20여명 정도. 정회원으로 인정된 수만큼 회사에서 일인당 한 달에 만원 꼴의 지원비가 나온다. 부회원은 모임이 있을 때마다 직접 돈을 내고 합류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한 달 전 광양불고기의 맛을 모두들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맛보았던 쫄깃하고 야들야들한 육질과 특유의 양념맛을 기억해내며 한 달을 버티고 있다. 아쉽게도 지난 한 달 간 회사의 게임포털 ‘피망’ 때문에 연일 야근이 이어지며, 미처 모일 짬이 나지 않았던 것.

연말이라 광고를 비롯한 PC방 가맹사업, 신년을 대비한 게임개발에 눈코 뜰 새가 없다. 하지만 앞으로 잡힌 ‘음탐회’ 계획들에 이들은 희망을 걸고 있다.

계획들만 떠올려도 ‘음탐회’ 회원들은 벌써 허기지다. 삼청동 김치말이밥과 떡갈비, 드라마 ‘대장금’의 붐인 만큼 궁중요리도 스케줄에 들어있다. 아쉬운 대로 짬짬이 ‘회의실 파티’로 이 같은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각자 집에서 맛있는 간식을 준비해와 빈 회의실에서 30분 가량 음식을 나눠먹는 것이다.

음식을 나눠 먹으며, 향후 ‘음탐회’의 갈 길에 대한 사뭇 진지한 의견들도 많이 쏟아진다. ‘음탐회’ 공용 디카(디지털 카메라)로 맛있는 음식점을 돌 때마다 사진으로 남겨 ‘음탐회 푸드(food)채널’을 만들자는 의견이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결성 초의 컨셉대로 회사를 조금 벗어난 ‘강북의 원조집을 찾아서’란 이벤트 또한 회원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다.

박현정 씨는 “다들 업무에 바빠서 시간을 내는 게 힘들지만, 가끔씩이라도 함께 하는 시간동안 웃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하나의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식후 30분 ‘보드게임 마약’에 중독됐다!” 모바일게임 개발사 메타미디어의 보드게임 동호회. 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보드게임은 현재 7여가지로, 게임이 있는 회의실은 작은 보드게임방을 연상케 한다. 현재 소유하고 있는 보드게임의 가격은 총 30만원에서 40만원 선. 모두 회사 동호회비 지원이다.

회원들간 원하는 게임을 선정하고, 구입은 모임의 장인 노상열 과장이 맡고 있다. ‘루미쿠브’, ‘블로커스’, ‘할리갈리’, ‘카탄’, ‘카후나’ 등 그 날 그때마다의 기분에 따라 입맛에 맞는 게임을 골라한다.

대부분은 점심과 저녁 식후에 빈 회의실에서 모인다. 식후 특별하게 바쁜 일이 없는 한 빠짐없이 모이고 있다. 조용한 사무실 한 켠에서 삼삼오오 웃음이 터져 나오는 곳은 늘 보드게임 동호회다. 한 달에 2번 정도는 꼭 보드게임카페를 찾아 정기적인 모임을 갖기도 한다.

올 초 결성된 이 모임의 현재 회원은 6명. 보드게임이 유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결성됐다. 특별한 내기나 술이 없어도 회사 내 어떤 모임보다도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자발적으로 모이는 모임이 매일 두 번 이상씩 빠짐없이 진행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한 팀원은 “잠깐씩 모여 게임을 즐기고 나면, 업무 하러 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며 기운이 솟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며 “팀원들 사이에서 보드게임은 일명 자양강장제 ‘박X스’로 통한다”고 말한다.

이 동호회의 특징은 보드게임을 즐기는 팀인 만큼 ‘정감 넘친다’는 점이다. 성격들도 하나같이 차분하고 올바른 모범생 스타일.

노 과장은 “보드게임이란 사람과 사람이 마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며 “보드게임카페가 대부분 금연인데 다행히도 팀원 전원이 담배나 술을 즐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과음을 하지 않으니 몸이 축날 일이 없다.

노 과장은 “사회생활이 꼭 ‘술’이 아니더라도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그게 바로 보드게임이었다”고 보드게임에 대한 칭송을 끊임없이 이어나갔다.

모임을 통해 얻는 이득은 이 같은 심적 피로 회복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개발하는 모바일 게임에 있어 상당한 아이디어를 얻고 있는 것이다. 특히 1인이 즐기는 모바일 게임을 개발할 때 ‘사람과 사람이 하고 있다’는 느낌을 보드게임을 통해 얻고 있다는 것.

고스톱 하나만 하더라도 단순한 고스톱이 아니라, ‘누군가와 대결을 펼친다’는 기분이 들게끔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웃고 즐기다 보니 게임 개발 아이디어는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강점이다.

||프로레슬링 게임을 만든 사람들은 진짜 프로레슬러가 아니다. 광활한 우주모험을 배경으로 한 게임을 만든 사람들은 우주인이 아니다. 하지만 ‘대물낚시광’과 ‘낚시나라’를 만든 사람들은 낚시꾼이 맞다.

L&L엔터테인먼트 9명 전직원의 공동 취미는 바로 낚시. 전신인 타프시스템에 재직할 때부터 슬슬 낚시의 재미를 알았으니, 직원들의 평균 낚시 경력만 해도 3년은 족히 넘는다.

90년대 말 당시 회사 내에 있었던 전문 낚시 강습에 참여했다가 재미를 붙였던 것. 그 당시 이 팀이 만들었던 게임이 ‘대물낚시광’ 시리즈다. 실제 잡고 싶은 혹은 잡아봤던 고기들을, 그리고 실제 낚시 기술을 그럴싸하게 그려낸 데에는 이들의 실제 체험이 바탕이 되고 있었다.

지난 해 말 분사해 나오면서부터는 아예 150만원 상당의 낚시 도구 풀세트를 새로 장만했다. 직원들 각자 갖고 있는 낚시 도구도 프로수준으로 여늬 낚시광들 못지 않다.

업무가 바쁠 때는 초인적인 힘으로 업무를 마무리 해놓고서라도, 한 달에 1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주말을 이용해 교외 낚시 여행을 떠나고 있다. 그렇게 열성적으로 낚시 여행을 가도, 이들은 첫째로 방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서로 말한 적은 없지만, 잡은 고기는 그대로 방생한다고.

김지택 사장은 “게임 개발이라는 직업이 개발일정에 쫓기고 아이디어 구상에 쫓기다 보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다”며 “잡은 고기를 놓아줄 때 스트레스까지 함께 놓는 기분으로 낚시를 즐긴다”고 말했다.
서흥석 팀장도 김 사장이 말하는 스트레스 해소 효과에 동의하면서 “더불어 조용한 낚시터에서 한참 아무말없이 조용히 낚시를 하다 보면 복잡한 생각들이 상당 부분 정리된다”고 낚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처음부터 이러한 어엿한(?) 낚시꾼이었던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처음 낚시를 나갔던 일은 지금 떠올려 보기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무조건 야외로 나간다는 생각에 갖은 먹거리와, 소주, 음료수를 챙겨 낚시터로 떠났었다. 술이 들어간 후 고성방가(高聲放歌)는 기본. ‘절대 정숙’이 무언의 법칙인 낚시터에서 이들의 만행(?)은 낚시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었다. 점차 낚시의 재미를 알면 알아갈수록, 자신들의 괴로운 과거가 사뭇 또렷하게 다가온다고 말한다.

이들이 현재 준비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또한 낚시 관련 게임이다. 동호회 이름과 똑같은 온라인 게임 ‘낚시나라’는 온라인 상에서 낚시를 즐기는 게임으로 각 맵이 낚시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김 사장은 “새해에 ‘낚시나라’가 대박이 나면, 틀림 없이 괌으로의 트롤링(3∼4시간 배를 타고 나가 깊은 바다에서 배 뒤쪽에 낚싯대를 걸고 인공 미끼를 매단 채 쉴새없이 움직여야만 하는 역동적인 낚시) 여행을 계획할 것”이라며 “2미터짜리 대어를 낚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철철 넘친다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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