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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컴의 거칠컬럼(35회)] ‘에반게리온’에 얽힌 비화(秘話) 上

  • 경향게임스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7.10.3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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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컬트 애니메이션 트렌드를 대표하는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에반게리온’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정신 이상자가 이끄는 집단이 자폐증 소년을 앞세워 의미 불명의 생물들과 벗어날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정신박약 붕대 소녀와의 정신적 교류를 통해 스스로도 마침내 해탈해버린다는 금단의 애니메이션이다. 어떤 사람은 격노했고 어떤 사람은 낙담했으며, 또 어떤 사람은 히스테릭한 논쟁 끝에 친구를 잃었고 어떤 사람은 스스로도 해탈해버려, 방송 종료 후 이미 십여 년이 지난 ‘에반게리온’의 정신세계를 추종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방영 이후 사회 현상까지 돼버린 ‘에반게리온’이었지만 안노 감독이 처음 ‘에반게리온’을 업계에 팔기 위해 돌아다녔던 때는 어떤 회사도 상대해주지 않았다. TV방영이 시작되기 1년 전인 1994년 ‘에반게리온’의 기획이 시작됐을 무렵, 안노 감독은 7회까지의 스토리 보드를 가지고 각지를 다니며 투자를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하고 말았다.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투자 기업인 반다이 같은 경우 ‘오네아미스의 날개’의 대실패라는 과거의 실적 때문에 아예 상대조차 해주지 않았다. 마침 안노 감독에게는 TV도쿄 프로듀서와의 인맥이 있어 방영 채널을 확보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지만 스폰서가 붙지 않고서야 방송국과의 이야기도 진행되지 않았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냉혹한 비즈니스의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낙담해 있던 안노 감독에게 구세주가 나타났으니, 바로 카도카와 쇼텐이었다. 인맥을 총 동원해서 설득한 카도카와였지만 예산에 대해서는 동사에서 만들었던 애니메이션 ‘천지무용’ 정도 이상의 레벨을 낼 생각은 없다고 확실히 못 박았다. 이 조항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옛날부터 이어지고 있는 관습과 같은 것으로, 아무리 그 애니메이션이 대히트를 하더라도 갑작스레 예산을 늘려주는 것과 같은 식의 처분은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원래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에는 자금 조정뿐만 아니라 하청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인재 확보 등을 반년 내지 1년 이상 전부터 준비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많은 하청 회사들은 복수의 애니메이션을 맡고 있는데다 예산도 딱 맞춰있기 때문에, 일정을 변경하거나 작품규모를 확대, 축소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갑자기 준비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외주의 한국인 애니메이터 정도랄까.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이 이후 안노 감독의 목을 죄게 되는데...

 이우진(34), 예명 이돌컴
1993년, 방년 19세에 게임잡지 기자로 게임계에 입문해 디지털캠프, 판타그램 등에서 개발자로 활약.
일본 프롬 소프트웨어에 입사해 아머드코어 시리즈의 프로듀스 역임 .
이후 모바일게임 회사로 자리를 옮겨 ‘대장금’등 10여종의 인기 모바일 게임을 개발. 세가코리아를 마지막으로 2006년 12월 게임업계 은퇴를 선언했다. 현재는 각종 집필활동과 UCC 창작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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