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진의 거칠컬럼(36회)] ‘에반게리온’에 얽힌 비화(秘話) 中
[이우진의 거칠컬럼(36회)] ‘에반게리온’에 얽힌 비화(秘話) 中
  • 경향게임스
  • 승인 2007.11.06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송이 개시된 후 ‘에반게리온’이 전국적인 인기를 얻게 되자, 반다이 내부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반다이로서는 놓칠 수 없는 아이템이 돼 버린 셈이었지만, 이미 안노 감독에게는 벽을 쌓아 버렸기 때문에 쉽게 교섭을 시도해 볼 수도 없다. 그런데 마침 ‘에반게리온’의 장난감 및 프라모델에 관한 판권을 갖고 있던 세가와의 합병 추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빌미로 반다이는 안노 감독을 제쳐 두고 세가를 상대로 교섭을 시도하게 된다. 결국, 세가는 반다이에 장난감과 프라모델에 대한 판권을 넘겨주었고, ‘에반게리온’에 관련된 상품은 반다이가 내놓게 됐다. ‘에반게리온’과 프라모델이나 장난감에 세가의 스티커가 반다이와 공동으로 붙어 있었던 것은 사실 이런 일이었던 것이다.

‘에반게리온’의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카도카와 쇼텐에서 요구한 예산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점점 직원들의 목을 죄어 오기 시작했다. 안노 감독이나 가이낙스의 제작진들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주 1회로 TV방송이 진행되는 중이었기 때문에 정신없이 쫓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방송 전에 만들어둔 것은 있었지만, 이런저런 조정을 하고 있다가는 순식간에 쫓아와 버린다. 결국, 구성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방송의 질을 예산에 맞게 낮춰가는 방법 밖에 없었지만, 계속해서 예고편에 나오는 카쯔라기 미사토의 “다음 회에도, 서비스 서비스!”라는 대사를 보며 안노 감독 및 가이낙스의 직원 일동은 “어떻게든 되겠지 아무래도 방송의 질은 유지해야 한다”고 되뇌이며 무리한 일정을 전개해 나간 것이다.

하지만 방송이 중반을 넘어 정신을 차려보니 15회에서 벌써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야근과 휴일근무, 철야를 밥 먹듯이 하는 오타쿠 애니메이터를 잔뜩 고용하고 있는데도 이 정도인 것이다. 그리고 가장 두려워하던 ‘최종회까지 만들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는 사태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안노 감독과 가이낙스 직원들은 뒤늦게 깨닫고 전율했다. 예산도 시간도 절박한 상태에서 아직 10회나 남아 있었기 때문에 사채라도 끌어다가 대규모로 직원을 충원하거나 TV도쿄에 부탁해서 방송을 3~4개월 정도 쉬게 해달라고 하지 않는 이상, 해결할 방법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TV도쿄는 유명한 이야기지만, 주 1회의 애니메이션을 특별한 일이 있다고 쉬거나 연기하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회사다. 할 수 없이 그 시간대를 잘라야 할 경우에는 반드시 약간 앞 시간이나 다음 날로 미뤄서라도 방송을 하고야 마는 것이다.

- 이우진(34)
1993년, 방년 19세에 게임잡지 기자로 게임계에 입문해 디지털캠프, 판타그램 등에서 개발자로 활약.
일본 프롬 소프트웨어에 입사해 아머드코어 시리즈의 프로듀스 역임 .
이후 모바일게임 회사로 자리를 옮겨 ‘대장금’등 10여종의 인기 모바일 게임을 개발. 세가코리아를 마지막으로 2006년 12월 게임업계 은퇴를 선언했다. 현재는 각종 집필활동과 UCC 창작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 외부 컬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