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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주년 기념 특별기획3] 게임업계 '이색 동호회' 탐방 <1>

  • 유양희 press@khplus.kr
  • 입력 2003.12.08 18:16
  • 수정 2012.11.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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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빌의 미녀 6총사. 그녀들은 저녁 6시 퇴근 시간이 되면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진다. 이들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서울대 입구 4번 출구의 한 재즈댄스 학원. 이곳에서 비로소 그녀들의 꾹 다물어졌던 입이 열린다. “원, 투, 쓰리∼ 좋아 다리를 쭉 펴고!” 곳곳에서 터지는 웃음소리들. 지난 10월 결성된 게임빌의 ‘쫄쫄이 클럽(가칭)’은 재즈댄스 동아리다.

결성된 지 얼마 안됐지만, 그들의 열정만큼은 어느 무용수 남부럽지 않을 정도. 월·수·금요일 세 번의 정기수업이 있지만, 거의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녀들은 꼬박꼬박 퇴근 후 회사 앞에 집합하고 있다.

여섯 명의 여인들은 모이자마자 동작에 대한 서로의 의견과, 어디에 가면 어떤 슈즈와 운동복이 싼 지 각종 관련 정보에 대한 이야기들을 쉴새없이 쏟아낸다.

팀의 이송연 씨는 “시작한 지 얼마 안됐는데도 벌써 몸이 달라지는 게 느껴져요.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구부정했던 자세도 많이 바로잡혔고요. 무엇보다도 옷맵시 나는 게 제일 보람 있죠”라며 활짝 웃는다.

다른 팀원들 또한 이 씨의 의견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6명의 회원이 모이게 된 데에는 이 같은 이유가 가장 크다. 팀의 리더격인 김이경씨의 나날이 달라지는 몸매에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것. ‘몸매 비결’의 궁금증으로 한 명 두 명 모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6명의 회원으로 불어났다.

회원들은 하나같이 리더 김이경 씨의 ‘유연한 웨이브’에 홀린 듯 모임에 가입했다고. 또한 직업적인 특성상 하루종일 앉아서 모니터를 봐야 하는 고충을 신나는 음악과 함께 재즈댄스로 ‘화끈하게 풀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이 신생 모임의 존재가 게임빌 내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최근의 일이다. 얼마 전 워크샵을 통해 모임의 재즈댄스 실력이 유감 없이 발휘됐던 것. 이를 계기로 게임빌 내에서 그녀들은 큰 인기그룹으로 급상승했다.

당시 사내 직원들은 화끈한 댄스 실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팀 가입을 희망하는 숨은 남자직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조만간 회사 내 정식 동아리 등록절차를 걸쳐 지원도 받을 계획이다.

컨텐츠 서비스 팀에서부터 경영지원 팀까지 사내 구석구석 다양한 팀에서 모인 그녀들. 그녀들이 처음부터 선뜻 ‘재즈댄스’와 친해지는 데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학원에서 처음 입어보는 ‘쫄쫄이 복장’이 사뭇 부끄러웠던 것이다. 모임이 결성되기 전까지만 해도 얼굴정도만 아는 사이였는데, 쫄쫄이 복장을 마주하고 있는 것 또한 여간 서먹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달 여 동안의 ‘땀흘리는 만남’을 통해 어느 누구보다도 강한 결속력을 다질 수 있었던 것 또한 귀한 결실이다. 서로 웃고 땀흘리며 스트레스를 날리다 보니 어느 친자매 못지 않은 정이 쌓였다고 한다.

팀원 이송연 씨는 “신나는 음악에 유연하고 건강한 젊은 몸을 되찾는 게 너무 신난다”며 “더불어 서로 웃고 친해지면서 일의 능률이 3배는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6인방의 활기찬 웃음소리에, 사무실 분위기 또한 사뭇 밝아졌다.||“락커(rocker)의 끓는 피를 주체할 수 없었다!” 크리엔트의 락 동아리 ‘오브리스’는 취미 이상의 프로급 실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그룹 멤버 4명의 평균 연령은 33세, 각각 음악적 연륜(?)이 평균 10년 이상씩이다. 단순히 시간적인 연륜 뿐 아니다.

이들 구성원 모두는 게임업계에 발을 들여놓기 전 전문 음악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해온 프로급 연주자들이다. 대중 가수들의 프로 음반 작업 뿐만 아니라 악기 연주에서 작곡까지 한 경험들이 있고, 이보다 앞서 대학시절에는 각각 밴드 동아리나 군악대를 거친 기본기가 탄탄한 그룹이다.

이들은 하나 같이 “만약 게임과 연이 닿지 않았다면, 모두들 지금쯤 어디에선가 음악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력 또한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화려하다.

건반을 맡고 있는 김승열 팀장은 지난 98년 당시 최초의 사이버가수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사이버 가수 아담의 음반활동에서 상당수의 곡을 작사·작곡한 전력이 있다. 이후 섹시비트 앨범에도 참여한 바가 있다.

팀의 맏형격인 민경용 실장(베이스)은 가수 이승환 3집은 물론 최근에는 20대 학부생들과 동문인의 밤 무대에 직접 올랐을 정도로 음악활동에 있어 의욕적이다.

그래픽 팀의 오석주 씨도 대학 밴드에서부터 군대시절 그리고 제대 후 4∼5년간 인디밴드활동을 거친 전형적인 음악인이다.

사운드팀의 박성원 씨 또한 민 실장과 대학 음악 동아리 선후배로 알고 지낸 시간만 13여 년에 이르고, 동아리시절부터의 밴드활동 경력이 화려한 숨은 실력파다.

이처럼 음악 외길을 걷던 4인방이 크리엔트에 우연히 모이게 되면서 오브리스라는 조직은 자연스럽게 결성됐다. 전형적인 음악인의 길을 걸었던 이들이 크리엔트라는 회사에 모인 것 또한 우연치고는 신기한 일이다.

‘음악인’과 ‘게임인’이 언뜻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이 팀은 입을 모아 음악과 게임이 그럴싸한 연결이라고 입에 침을 튀어가며 만족해하고 있다.

민 실장은 “게임 업계에 종사하면서, 동시에 음악적인 끼를 살리고 또 업무로까지 이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김 팀장과 박 씨는 회사 내 사운드 전담팀으로 3평 남짓한 특수 방음 처리된 사운드실 작업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들이 크리엔트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게임의 음악을 전담하고 있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붐붐차차’와 ‘열혈농구’에서도 이들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다.

구성원 모두 음악활동에 대한 미련을 뒤로하고 게임업계 발을 디뎠지만, 모두 후회는 없다. 후회보다는 오히려 만족이 크다. 새로운 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년 중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 게임을 비롯한 IT업계에 몇몇 동호회 락 밴드를 모아 그럴싸한 콘서트를 계획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

이 계획을 위해 이들은 틈나는 대로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 주말이 되면 양재동 쪽의 합주실에 모여 맹연습을 하면서, 업무 스트레스를 날리고 새로운 의욕을 재충전하는 것. ‘오브리스’ 팀원들은 “2004년 음악과 게임의 환상적인 하모니를 기대해 달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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