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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주년 기념 특별기획2] 프로게이머 1세대 현주소 <2>

  • 김수연 press@khplus.kr
  • 입력 2003.12.01 17:48
  • 수정 2012.11.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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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저그 플레이와 빠른 러쉬가 주 특기였던 Mr. byun! 변성철(23)을 만난 것은 동국대 내 창업보육센터에 위치한 게임개발사다. 그는 청강대학교 게임학과에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던 중 지난 8월 교수의 추천으로 게임개발업체 드림메이트(대표 박인걸, www.dreammate.co.kr)에 입사했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동안 기본적인 게임툴을 만드는 데에만 참여해 왔으나 차기 프로젝트에는 본격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개발자를 꿈꾸며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한 변성철. 교내에서 과대표와 게임제작 동아리 임원으로 활동하면서도 장학금을 받을 만큼 모범적인 생활을 해왔다.

개발자로의 꿈을 이루었지만 아직도 게임제작에 관해 실질적인 부분들을 알고 다룰 수 있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고 말한다.
9시에 기상, 10시까지 출근해서 가장 먼저 메일을 체크하고 코딩을 시작함으로써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8시가 퇴근시간이지만 이 시간에 맞춰 퇴근해 본 기억은 거의 없다.

퇴근 후에는 ‘카스’나 ‘바이탈싸인’ 등의 3D 액션게임을 즐긴다. 스타도 가끔은 즐긴다. “지난 WCG 예선에 참가해서 32위까지 올랐는데 치트방지 프로그램이 미비해 치터들 때문에 결국 도중에 그만 뒀어요.”

변성철은 ‘레인보우식스’ 프로게이머로도 활동한 경력이 있다. “게임을 하고 싶어요. 군대문제가 결정 나면 꼭 1인칭 액션게임을 하고 싶어요. 3년 간의 공백기를 깨고 1인칭 액션게임으로 세계대회 1위 타이틀을 거머쥐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훌륭한 게임개발자가 되는 게 소원이다. “요즘에는 알아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편해요. 주말에는 여자친구와 오토바이(데이스타)를 타고 한강둔치를 드라이브하기도 하고 인라인을 즐기기도 합니다." ||‘불운의 저그’라 불리던 김갑용(23)은 KTF 소속으로 활동하다 몇 달 전부터 독립해서 살고 있다. 현재 이기석 선수와 동고동락하는 사이로 연습도 함께 한다. 184센티미터의 훤칠한 키로 유난히 여성 팬이 많다. 만화책보기와 음악듣기가 취미. “최근에는 게으른 기석이랑 살면서 잔소리만 늘었어요. 설거지, 빨래 등 집안살림은 제가 다해요.”

깁갑용은 지난 5년 간 활동했지만 그 동안 나태해져서 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이 가장 속상하다. “주위에선 대회 운이 없는 ‘불운의 저그’라고 하는데 사실 지금 생각해보니 운이란 게 실력만으로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는 문제였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스스로 느끼는 것들이 많아졌다. 김갑용은 한빛소프트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16강에서 3패를 기록한 이후 참으로 오랜 기간 슬럼프를 겪었다. 그 이후 매번 대회 때마다 심하게 긴장한다. 연습 때보다 실력발휘가 안 되고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 것. 특히 방송리그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요즘은 실력을 다지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갑용은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을 한다. 새벽 4시쯤 잠이 들지만 오전 9시~10시 사이에는 틀림없이 눈이 떠진다. 늙어서(?) 잠이 없어진 탓이라고...

“제가 KTF에서 나왔다고 해서 게임을 그만둔 건 절대 아닙니다. 이제는 시간이 많이 없으니까 얼마 남지 않은 게이머생활동안 꼭 제 2의 전성기를 맞아 최고의 자리에 올라보고 싶어요.” ||‘스타크의 농사꾼 질럿’ 김동수(22)는 한창 활동기였던 작년 10월 돌연 프로게이머 은퇴를 선언했다. 그가 선택한 길은 게임개발자. 현재 ‘루시아드’의 개발사인 타프시스템(www.taff.co.kr)에서 게임디자인·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감독이 영화를 만들다가고 제작과정이나 전반적인 경험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가 있을 거에요. 저도 제가 즐기기만 하는 게임이 과연 어떻게 만들어질까 하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김동수는 프로게이머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면 게임개발은 상호협력이 잘 이루어져야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나 혼자 잘나선 절대 안되죠. 개인주의 성향이 짙은 프로게이머 직업과는 전혀 다른 세계인 거죠.”

“내년 중하순 경에는 프로게이머로 안정적인 복귀를 할 생각입니다. 팬들과 약속했으니까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프로게임단 감독으로도 활동해 보고 싶습니다.”

그는 현재 게임리그 방송의 해설자로도 활동 중이다. 김동수는 아침 8시에 기상해 회사근처에서 2시간 가량 운동을 하고 10시까지 출근한다. 그의 이동수단은 오토바이 ‘드래그스타’다.

퇴근 시간은 7시. 하지만 밤 12시까지 ‘스타’에 몰두한다. 잠시라도 손을 놓으면 굳어질 까봐 하루도 빠짐없이 트레이닝을 하는 것. 차근차근 복귀 준비를 하기 위해 각 게임단을 들러 선수들과 어울리며 정보를 교환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프로게이머는 자신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직업입니다.”

김동수의 장기는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 “요즘 게이머들은 수준이 극에 달해 분석을 한다해도 파악이 어려워요. 수 싸움으로 승부를 거는 게 가장 유리하죠.”

김동수의 좌우명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이다. 최선을 다하기가 힘든 만큼 그 노력은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살아있는 뮤탈리스크’로 불리던 봉준구(22)는 고1때 전산부 서클활동을 통해 처음 ‘스타’를 시작했다. 장경호 최지명 등과 배틀넷 래더랭킹에 열을 올려 결국 1위를 차지하면서 18살에 최연소 프로게이머가 됐다.

지금이야 10대 게이머들이 많지만 그 당시에는 미성년자는 리그에 참여할 수조차 없었다. 로렉스팀에 합류해 나이를 속여가며 대회에 참가했다. 오리지날 시즌 2/4∼4/4분기에 랭킹 1위, 브루드워 시즌 3/4분기 랭킹 1위, 4/4분기 랭킹 4위를 기록했다.

이후 ‘커프(Kingdom Under Fire)’ ‘쥬라기원시전’ 등 국산게임에서 맹활약하던 그는 주 종목을 ‘워크래프트3’로 옮겨가면서 ‘스타’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프로게이머 출신의 PC방 사장 1호인 그는 현재 2개의 PC방을 운영 중이다. “요즘 PC방이 불황이라 예전만큼 수입이 많진 않지만 그럭저럭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어요.”

하루 24시간이 짧다는 그는 현재 ‘워3’ 전문 게임단인 한소프넷 예카스테이션 세인트팀의 감독을 맡고 있으며 인텔 게임단도 관리하고 있다. 틈틈이 ‘워3’ 게이머로도 활동 중이지만 부수적인 일들이 많다보니 제 실력을 발휘하기가 힘들다.

봉준구는 주 5일은 PC방 의자에서 새우잠을 잔다. 게임단 관련 업무, ‘워3’ 프로리그 기획, 스폰서 섭외, PC방 운영 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봉준구는 “종목이 ‘스타’였다면 훨씬 일하기가 수월했겠지만 ‘워3’는 아직 제대로 자리를 굳히지 못해 많이 힘이 든다. 하지만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워3’ 게이머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소망은 내년쯤에는 ‘워3’가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되고 여자친구와 함께 유학을 떠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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