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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진의 거칠컬럼 / 52회] 게임 시장의 일류(日流)

  • 경향게임스 webmaster@khgames.co.kr
  • 입력 2008.04.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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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중문화의 기세가 무섭다. 가요·만화·애니메이션에 이어 영화와 드라마, 소설에서도 일본 작품을 번역·번안한 작품이 날개 단 듯 팔려 나간다. 일본 작품이 원작인 영화가 활발하게 제작되고, 드라마 제작사는 앞 다퉈 일본 작품 판권(版權) 따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10대와 20대 사이에서는 일본 드라마 마니아를 가리키는 ‘일드족(族)’이라는 말까지 만들어졌다.
일본 바람은 문학 분야에서도 거세다.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오쿠다 히데오 등의 소설은 내놓기 무섭게 팔려 나가는 출판계의 황금알이다. 현대의 문화는 독자와 시청자로 구성된 시장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독자와 시청자가 많이 찾으면 많이 만들어지고, 많이 팔려 나가는 것이다. ‘겨울연가’ 등 국내 드라마와 영화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장논리에 따라서다. 우리 관객과 독자에게 일본 작품이 먹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우리 문화만 건너가고 남의 문화는 건너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게임 시장에서도 일류(日流) 바람은 거세다. 요즘 지하철을 타면 한 칸에 서너 명 이상이 닌텐도DS를 들고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 칸에 한두 명 보인다고 생각했던 것이 서너 명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하지만 닌텐도DS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져도 본체의 수요만 급증할 뿐 게임 소프트웨어의 판매가 부진한 것은 문제다. 우리 문화의 허약한 허리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일본은 1980년대 중반부터 콘솔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했기 때문에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반대로 한국은 1980년대 중반부터 불법복제 문화가 정착됐기 때문에 신규로 진입한 유저들도 자연스럽게 그런 문화에 익숙해져 간다.
인터넷을 거의 쓸 줄 모르는 20대 여성이 자신의 닌텐도DS에서 다운 받은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모습은 이 나라의 소프트웨어 기반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듬어야 할지 심히 걱정되게 만드는 부분이다. 현대는 문화 콘텐츠의 시대다. 콘텐츠가 모든 승부를 결정한다. 오래 웃는 쪽도, 마지막으로 웃는 쪽도 콘텐츠가 훌륭하고 풍성한 쪽이다. 한국 게임 시장이 온라인만의 왕국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업계나 유저 모두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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