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남성 듀오: 파인애플] “‘저글링4마리’의 희생덕분에 우리 떴습니다”

  • 글·사진=김수연
  • 입력 2004.10.04 19:40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앨범을 만든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알았다면 시작도 안 했을 거에요.”
남성 듀오 파인애플(정보용·맹희원)은 지난 해 여름 1집을 통해 타이틀 곡 ‘내 번호를 눌러 줘’로 활동했다. 스물 일곱 동갑내기인 이들은 95년 대학연합합창단 쌍투스(SANCTUS)에서 인연을 맺게 됐다.

정 씨는 20살 때부터 학비도 보탤 겸해서 아르바이트로 라이브카페 등지에서 노래를 불렀다. 군에 입대 후 군대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틈틈이 곡을 썼고 제대 후 그 곡으로 가요제에 나가 여러 차례 수상했다.

“군대가기 전에는 제대하면 공부에만 전념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가요제에서 수상하고 나니 내게도 가능성이 있구나 느꼈죠.”

맹 씨는 군 제대 후 KBS 예술단에서 활동했다. 인기 가수들 뒤에서 서포터하는 직업인지라 ‘나도 메인에 서고 싶다’는 소망이 간절했고 ‘쌍투스’에서 친분을 쌓아온 정 씨와 의기투합해 앨범을 내기로 결심한 것.

‘쌍투스’ 선배인 작곡가 권오섭 씨에게 곡 작업을 부탁해 데모앨범을 만들었고 소속사로부터 러브콜이 이어졌다. 그러나 소속사의 계약은 한 달만에 수포로 돌아갔다. 계약 때와 달리 일 진행이 더디고 공수표만 날리는 소속사와 더 이상 손을 잡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 계약파기를 선언했다. 차라리 맨땅에 헤딩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방송국을 드나들며 탄탄한 인맥을 자부했던 맹 씨와 자료·정보 수집 능력이 탁월한 정 씨는 다리품을 팔아가며 앨범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없으니 주변 반응은 예상외로 시큰둥했다. 다행히 대학가 축제나 라디오 방송국에서 찾아주어 1집 활동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경험이 부족한 탓에 엄청난 좌절을 맛보았지만 제대로 된 음악을 하기 위해 기본기를 다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거쳐 앨범을 제작하는 기술을 하나씩 터득해 나가는 거죠.” ||정 씨는 모바일 회사에서 벨소리를 제작하고 있으며 맹 씨는 방송국 예술단 단원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맹 씨는 1집 활동 때 ‘성공해서 보자’며 예술단을 박차고 나왔다가 눈치를 보며 재 입사한 경우다. 이들이 각자 갖고 있는 직업을 우스갯소리로 ‘위장취업’이라고까지 표현하는 이유는 바로 음악을 위한 끊임없는 집념 때문이다.

“크게 돈을 번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저 음악을 좋아해 우리 손으로 음반을 만드는 것뿐입니다. 분명한 건 우리는 본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취미로 음반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음반을 만들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이죠”

자금이 부족해 1집 작곡비를 도라지 담배 한 보루로 대신한 파인애플은 이번 2집 역시 권오섭 씨로부터 외상(?)으로 곡을 받았다. “우리는 곡비도 지불하지 않는 악덕 제작자죠.(웃음) 선배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의 파인애플은 없었을 겁니다.”

2집에는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 속 3개 종족을 다룬 ‘저글링4마리’, ‘마린의후회’, ‘질럿은너무해’ 단 3곡만을 삽입할 예정이었으나 주변에서 부추겨 결국 10곡 전곡을 ‘스타’를 주제로 모험을 걸었다. 그리고 결국 성공했다. ‘스타’의 유닛을 의인화시킨 독특한 컨셉뿐만 아니라 곡의 완성도면에서도 후한 점수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주제 내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힘들었지만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에 비로소 보람을 느낍니다. 다음 3집은 ‘리니지’나 ‘팡야’를 주제로 한 앨범을 제작해야할까 봐요.” 파인애플의 두 남자의 소망은 전 국민이 ‘파인애플’이 ‘과일’이 아니라 ‘가수’임을 알아주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우린 죽을 때까지 음반을 낼 겁니다. 크게 성공하진 못하더라도 소속사의 백그라운드나 자금력이 아닌 음악성으로 전 국민에게 인정받는 그 날이 꼭 오리라 확신합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