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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시장 여사장들이 '점령' <1> 보고소프트 유소란 사장

  • 이복현
  • 입력 2003.03.3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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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직접 모바일게임 개발사 ‘보고소프트’를 차린 유소란 사장은 어느 TV 광고 속 멘트처럼 “여자라서 행복하다.”

유 사장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지금까지 20여년 간을 IT분야에 몸담아왔지만, 그간 단순히 ‘여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했던 기억이 없다. 오히려 ‘여자’라서 유리했던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조금만 더 잘해서 능력을 입증하면 여자라는 ‘희소성’ 때문에 더욱 튈 수 있죠.” 유 사장이 ‘여자라서 행복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수많은 남자 경쟁자들의 틈바구니에서 ‘튀는 여자’라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어 유리하다는 것이다. 유 사장은 그런 ‘강한 인상’을 바탕으로 긴 세월동안 누구보다 폭넓고 돈독한 인맥들을 쌓아왔다는 데 대해 자신한다.

그녀는 다만 “역으로 조금만 잘못해도 단순하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두 배는 더 도드라진다”며 “이 때문에 갑절은 더 철저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자들 위주의 험한 사회생활 속에서 ‘여자’라는 조건이 자칫 ‘약점’이 돼 버릴 수도 있었지만 유 사장은 이 조건을 ‘강점’으로 승화시킨 경우다.

‘남편과 19살 난 아들을 둔 40대 중반의 그녀가 ‘사장’이 되기로 결심했다.’ 불안과 두려움은 없었을까? 이러한 주변의 물음에 대해 그녀는 단호히 ‘노’(NO)라고 대답했다.
“변화에 두려움부터 앞서면 아무것도 할 수 없죠. 하나의 일이 떨어지면 ‘전투의식’같은 게 불붙는 기분입니다.”

사업을 하며 겪는 어려움 하나 하나를 그녀는 ‘파도타기’라고 생각할 뿐이다. 회사를 세우고 나서도 크고 작은 ‘파도’들이 적잖이 지나갔다. 예상외로 길어졌던 준비기간들, 직원들이 밤낮을 바꿔가며 함께 뛸 당시의 미안함 등. 하지만 그녀 특유의 배짱과 끈기, 20여년이라는 오랜 경험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다.
아니, 그녀는 ‘버텼다’기 보다 파도타기의 그것처럼 ‘즐겼을 뿐’이다. 보고소프트는 지난해동안 겪었던 준비기간의 어려움을 딛고, 현재 KTF에 자사가 개발한 게임을 서비스하며 상위 랭크를 유지하고 있다.

‘전투적인’ 성격을 지닌 그녀의 꿈이 원래부터 ‘여사장’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해 교사가 된다거나, 살림을 한다거나 등이 젊은 시절 유 사장이 꿈꿨던 전부다. 그녀가 ‘여전사’로 변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아버지였다.
“요즘 세상은 여자도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늘 강조했던 아버지. 유 사장은 지금에 와서야 그런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회사를 꾸려가며 새삼 느끼고 있다.

더불어 그간 유 사장이 사회생활을 하고 회사를 이끌어 오는데 가장 큰 힘 중의 하나는 가족들의 협조였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수퍼 우먼이 아닌 이상 살림과 일 두가지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건 벅차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가족들이 큰 힘이 됐어요.”

유 사장이 외부활동에 전적으로 전념할 수 있었던 데는 시어머님과 친정 어머니의 도움, 남편의 협조가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그녀의 하루 일과 중 집안일이 차지하는 정도는 5%정도다. 여기에 19살 난 아들이 유학을 떠나며, 고3보다 더 힘들다는 ‘대한민국 고3 엄마’라는 타이틀이 그녀만큼은 피해갔다. 이런 환경적인 힘이 그녀에겐 ‘능력’이 된 셈이다. 이런 ‘환경적 능력’을 바탕으로 유 사장 특유의 CEO적 감각이 발휘될 수 있었다.

유 사장은 “여자만의 유연하고 세심한 감각이 사업을 하는 데 도움될 때가 훨씬 많다”고 강조한다. 특히 ‘모바일게임’이라는 특화된 장르적 특성이 ‘여성’의 감각을 필요로 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개발진행 상황을 여사장 특유의 감각으로 하나씩 세밀하게 검토하면서도, 게임을 직접 만드는 젊은 직원들의 감각을 절대 존중한다. 아무나 따라하기 힘든 유 사장의 특별한 장기다.

한편 유 사장은 “적어도 보고소프트가 만든 게임은 괜찮더라는 이미지를 심고 싶다”며 “올 한해는 보고소프트에게 있어 ‘내공을 쌓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브랜드이미지를 높이고 그간 준비한 게임을 서비스하며 흑자전환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보고소프트는 KTF를 비롯, 관련 업체 제휴를 통해 이러한 계획들을 추진 중에 있다. ||||국내 모바일게임업계의 선두주자이자 개척자인 컴투스 박지영 사장. 이제 어느덧 박 사장도 모바일게임 분야에서는 쫓기는 입장이다.

모바일게임 분야에서는 이미 ‘컴투스’라는 브랜드 가치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데다 지속적으로 신생 모바일게임회사들이 속속 ‘컴투스’의 위치를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유명 온라인게임업체들도 무서운 기세로 모바일게임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사실 그만큼 모바일게임이 새로운 게임시장의 활로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이같은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속에서 자신과 같은 직종에 여성 CEO들의 등장은 박 사장에겐 위협인 동시 동지감이 크다.

이에 박 사장은 최근 떠오르는 차세대 모바일게임의 여성 3인방에게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바탕으로 ‘재미있고 좋은 게임’,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유양희 기자 | y99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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