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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 가무진] "부활의 명예 되찾겠다”

  • 김수연
  • 입력 2004.04.1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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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보컬로 참여했던 김재희는 ‘사랑할수록’으로 무려 124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렸다.

1993년 음반 발표 당시 부활의 리드싱어는 김재희의 형인 김재기였다. 음반 발매를 앞두고 김재기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숨지자 록밴드에서 활동하던 친동생 김재희가 형 대신 노래를 불렀다.

형을 잃은 슬픔을 딛고 형의 자리를 대신한 결과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94년, 방송 3사의 가요대상을 휩쓸었고 124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것.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며 인기 정상가도를 달리던 그는 이후 부활의 무리에서 독립했다.

기획사로부터 러브 콜을 받아 솔로음반을 준비했다. 그러나 기획사가 어려움을 겪게되자 음반 홍보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피와 땀이 녹아든 앨범은 팬들의 평가를 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후에도 수 차례 싱글앨범을 준비하려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계약만 하려들면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버렸던 이전 기획사 관계자가 어디선가 ‘쨘’ 하고 나타나 이중계약이니 뭐니 해서 수 억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몇 차례 난관에 부딪히자 음악활동에 대한 회의마저 느껴졌다. “나이가 어려서인지 사람들을 너무 믿었기에 숱하게 당한 거죠.” 결국 자신이 갈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가수의 길을 접었다.||“포장마차, 막노동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순수하게 음악인이기를 원했던 그가 뒤늦게 사회로 뛰어들었다. 하루하루 막노동으로 끼니를 때웠고 98년부터는 포장마차를 운영했다. ‘노래하는 포장마차’라는 컨셉으로 직접 기타 치며 노래도 불렀다.

늦은 밤까지 장사를 하고 몇 시간 겨우 눈을 붙이고는 새벽같이 가락시장에서 장을 봐다가 장사준비를 하는 일상. 이 정도는 견딜만했다. 분위기도 좋지만 포장마차의 생명은 음식 맛. 주방장이 자주 자리를 비웠고 손수 요리하는 날이 잦다보니 음식 맛은 들쑥날쑥. 단골이 하나둘 떨어져 나갔다.

또 지인들의 도움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수준이었으나 한사람 한사람 술 대적을 하다보니 몸이 견뎌내질 못했다. 포장마차를 차리느라 끌어다 쓴 사채, 일수를 끊기에도 역부족이었다. 결국 2년 만에 몽땅 정리하고 또다시 방황을 시작했다. 마음이 답답하고 심란할 때마다 집 근처에 있는 북한산에 올랐다.

하루종일 산 속을 헤매다 보면 잡념도 사라지고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북한산을 오르내리다가 운명적으로 작곡가 김상태 씨와 인연이 됐다. “운명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어요. 저와 생각도 비슷했고 둘이 힘을 합치면 뭔가 이뤄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들더군요.” 3년 간의 작업을 거쳐 ‘가무진’의 앨범이 탄생됐다.||“제가 힘들고 아파 보니 그런 사람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제 음악이 세상의 모든 아프고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이번 앨범은 그의 인생을 담은 지난 10년 간의 일기다. 세상이 점점 더 세련되어지고 화려해지듯이 최신 음악들도 그러하다.

하지만 악기의 배열이나 튜닝으로 음악을 포장하기보다 순수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도록 탈 기계적인 음악을 선택했다. 자신이 걸어온 삶을 진실하게 표현해 가슴 찡한 감동을 안겨주기 위해서다.

특히 이번 앨범은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산동네 판자촌에서의 가족이야기, 벌써 10주년이 되어버린 작은 형 고 김재기에 대한 그리움,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 등을 고스란히 담아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앨범이 출시되고 본격적인 활동을 채 하기도전에 타이틀곡 ‘소중한 추억’은 각종 가요 챠트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인터넷에서도 ‘가무진’이라는 가수에 대한 궁금증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음악을 향한 열정을 전부 쏟아 부었다는 가무진 1집. 힘들고 고된 10년 간의 아픔을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사진=유영민기자 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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