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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배우] "성격파 배우로 성공할 것"

  • 김수연
  • 입력 2003.11.1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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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브라운관은 하나같이 부리부리한 눈망울과 조각 같은 외모를 가진 여배우 일색. 본격적으로 여배우 대열에 합류한 김윤희는 지극히 평범한 외모를 가졌다.

그러나 그녀가 가진 경쟁력, 그건 바로 연기의 참 맛을 전달하는 성격파 배우로서의 재능이다. 예쁜 배우이기를 거부하고 성격파 배우로 인정받고 싶다는 김윤희. 그렇다고 그녀의 외모가 봐주기 힘들 정도로 뒤떨어지는 건 결코 아니다.

“남자 배우 중에는 성격파 배우들이 많은데 반해 성격파 여배우는 손에 꼽을 정도잖아요.”

일단 여배우라 하면 가장 먼저 외모로 평가받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탄탄한 연기력 뿐. 연기도 잘하고 인물도 출중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성형술로 완벽한 외모를 갖추기보다 내실 있는 연기자의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서겠다는 게 그녀의 바람이다.||김윤희는 어려서부터 막연하게 연기자의 꿈을 키워왔다. 초등학교 땐 음악만 나오면 끓어오르는 끼를 주체할 수 없었다. 소풍을 가면 다른 반에서 그녀를 모셔가기에 바빴을 정도.
그러나 주위에서 “넌 커서 뭐가 될래?”라고 물으면 의사나 경찰관이라고 답했다. 당시에는 조용하고 숫기가 없는 성격이라 쑥스러운 마음에 차마 연기자가 꿈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런 그녀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가고자 결심한 건 고 2때다. 어머니에게 연기학원을 보내달라며 조르기 시작한 것. 당시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했기 때문에 어머니의 승낙을 받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녀는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밤엔 일부러 방문을 열어 놓고 잤다. 어머니가 들릴 정도로 잠꼬대 연기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음냐...난 연기를 해야돼...연기자가 되고 싶어...” 얼마나 연기자가 되고 싶으면 잠꼬대까지 할까? 딸을 안쓰럽게 여긴 어머니는 결국 목걸이, 팔찌 등의 패물을 팔아 연기학원을 등록해 주셨다.||김윤희는 6개월 간 학원과정을 마치고 영화배우 김수로에게 대학입시를 위한 개인레슨을 받았다. 대진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그녀는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공연활동에 참여했다.

“신파극 등 공연 때는 남자 역할을 주로 했어요. <아가씨와 건달들>에서도 까만 흑인분장의 꼬마 건달 역을 했었구요.”
그녀는 중성적인 매력의 소유자로 ‘여자답지 못하다’는 소릴 종종 듣는다. 때문에 그녀 주위에는 여자친구보다 남자친구들이 더 많다. 그러나 알고 보면 애교가 철철 넘쳐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평이다.

공연 무대에서 활동하던 그녀가 방송활동을 시작하자 주변에서는 “왜 굳이 방송을 하려 하느냐?”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연극 무대는 나이가 들어서도 오를 수 있지만 방송연기는 지금이 아니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의 연기철학은 요행을 바라지말고 실력만으로 평가받자는 것. 코믹한 시트콤 연기나 정 반대로 정적인 사극연기가 해보고 싶단다.||김윤희는 2남 1녀 중 막내다. 오빠들과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 늦둥이나 마찬가지. 아버지는 그녀가 중학교 1학년 때 뇌출혈로 돌아가셨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조그마한 한식당을 운영하시며 자식들을 뒷바라지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년쯤 되었을 무렵부터 어머니에게 재혼을 권유했다. 혼자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안쓰러웠던 것. 그러나 어머니는 그녀의 나이가 너무 어려 뒷바라지를 해야한다며 극구 사양하셨다.

지금 그녀의 어머니는 중풍을 앓고 계신다. 작년에 쓰러지신 후 8개월 간 병원치료를 받았고 지금도 일주일에 2~3번은 병원을 다니신다. 그녀는 지난 1년 동안 공연하랴 학교 수업 받으랴 바쁜 와중에도 어머니 병간호를 혼자 도맡아 했다.

그녀가 “엄마, 빨리 나아. 나도 시집가야지”라고 말하면 어머니의 말은 늘 한결같으시다. “내가 돈을 벌어야하는데...그래야 우리 윤희 시집도 보내고...” 그녀는 평생 자식만을 위해 고생하신 어머니 생각만 하면 가슴 한 구석이 시려온다.||“<모정의 세월>에서는 1인 다역을 소화해내는 성우로 열연하며 나의 내면의 끼를 또 하나의 발견했어요.” 주변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구사하는 그녀에게 성우를 해보라며 권유하기도 했다.

“기회가 되면 애니메이션 성우도 해볼 생각이에요.” 그녀는 공연 활동을 할 때에도 악바리 근성을 발휘하는 노력파로 선배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선배들의 배역까지 달달 외우고 연습할 정도로 열성파였다고.

“반짝 등장했다 사라지는 연기자가 아니라 단역으로도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TV와 연극 무대를 넘나들며 감동적인 연기를 펼치는 천개의 유리가면을 지닌 그런 배우요.”
그녀는 곧 SBS 시트콤 <압구정 종갓집>에 엽기적인 캐릭터로 합류할 예정이며 영화 <사망유희>에도 캐스팅 됐다.

사진=유영민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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