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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호:개그맨] "해외로 진출하는 세계적인 개그맨 꿈꾼다"

  • 김수연
  • 입력 2003.06.0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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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007주제곡과 함께 하얀 셔츠에 권총 벨트를 두르고 등장하는 그는 그동안 장나라, 장동건, 전지현, 양동근, 남희석 등 수많은 연예인을 제거(?)하다 실패한 어설픈 킬러다.

지난 1월부터 시작한 <미션 임파서블> 코너가 서서히 인기몰이를 시작하면서 이젠 ‘킬러’를 주인공으로 살인을 희화화했다며 폭력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미션 임파서블>은 톱스타의 특징적 요소와 동작을 웃음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장치로 킬러가 등장하는 것뿐, 성대모사까지 더해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개그일 뿐이다.
“예전에 방송한 <청년백서>에서 나온 말이죠? ‘개그는 개그일 뿐 따라하지 말자!’ 말 그대로 개그는 개그일 뿐이죠.”||반짝반짝한 머리에 나름대로 깜찍한(?) 표정까지 소화해 낼 줄 아는 개그맨 윤성호가 알고 보니 패션모델 출신. 하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듯 싶다.
동아방송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아카데미를 다니며 정식으로 패션모델 과정을 거쳐 패션모델로 활동했었다. 하지만 모델활동을 하면서도 윤성호 특유의 개그맨 기질은 감춰지지 않았다.

모 패션쇼를 앞두고 오디션이 치러지는 자리에서도 다들 하나같이 멋지고 분위기 있는 포즈와 말투로 오디션에 응했지만 윤성호는 달랐다. 그는 앞서 쇼를 선보인 사람들 흉내로 익살스런 제스츄어를 선보이는 등 관계자들을 웃음바다로 몰고 갔다. 이렇듯 모델활동을 하면서도 ‘웃기는 녀석’으로 낙인 찍혔던 것.

제대 후, 2000년 3월 CF로 첫 방송활동을 시작한 그는 롯데리아 양미라 버전 5편을 비롯해 20여 편의 CF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윤성호의 진짜 꿈은 모델이 아닌 ‘개그맨’이었다. 결국 2001년 SBS 6기 공채로 그토록 원하던 개그맨의 길로 접어들었다.

윤성호는 2남 1녀 중 막내로 중학교 때부터 노래나 모창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장래 희망란에도 ‘희극인’이라고 쓰여있을 만큼 오랫동안 개그맨의 꿈을 키워왔었다. 가수나 탤런트와 달리 개그맨은 유달리 어려운 환경이나 지방 출신들이 많다.

윤성호는 서울 태생이지만 집안 형편이 썩 좋지 못해 부모님께 개그맨이 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집에서 (경제적으로) 밀어주진 못하지만 제대로 한번 해봐라”며 격려해 주셨다.||범상치 않은 표정만 봐도 짐작이 가겠지만 윤성호는 어려서부터 못 말리는 말썽꾸러기&사고뭉치였다. 이태원에서 자랐는데 어려서부터 이웃집에 살던 이스라엘 국적의 청년과 어울려 승용차 위로 올라가 뛰고 놀았다.

외국인들과 어울려 유난스레 노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신 아버지는 결국 이스라엘 청년과 크게 싸움을 벌였고 윤성호는 야구방망이로 생전 가장 많은 시간, 가장 아프게 죽지 않을 만큼 맞았다. 그 이후 성인이 된 윤성호는 그때 아버지에게 맞은 것보다 더 아픈 경험을 했다. 바로 ‘사랑’이다.

군대에서 첫 휴가를 나왔을 때 우연히 횡단보도에서 눈빛이 마주친 그녀. 서로가 서로를 아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눈을 맞추긴 했지만 그녀는 군인이냐며? 선뜻 위문편지를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해왔다. 이후 윤성호의 하루하루는 구름 위를 나는 기분이었다. 그녀와는 거의 매일 통화를 했고 그녀도 꼬박 꼬박 편지를 썼다. 화이트데이 땐 그녀를 위해 생전 처음 학 천 마리를 접어 그녀의 회사로 보내기도 했다.

어느 날, 그녀에게 연락이 없어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 신혼여행을 떠나 휴가 중이라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녀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더니 그녀는 너무도 태연하게 말했다.

“지금, 출장 중이에요~” 이후 그는 그녀와 연락을 끊었고 바라는 여성상도 변했다. “다른 남자랑 몰래 신혼여행 떠나버리는 그런 여자는 절대 사절입니다!”||<개그콘서트>는 짤막짤막한 꽁트 형식으로 구성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여늬 방송보다 아이디어 전쟁이 치열하다. 녹화를 다 떠놓고도 반응이 시원찮다 싶으면 가차없이 편집된다.
그 동안 대통령을 흉내 낸 ‘뭔 소리냐?’와 연예인들 버릇과 행동을 흉내낸 ‘뭔 짓이냐?’ 등 숱한 아이디어들이 그렇게 사라져갔다. 물론 그 아이디어를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미션 임파서블’이다.

“자려고 누우면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들이 떠올라 혼자 실컷 웃다가 2시간 후에나 잠이 들어요.” 하지만 막상 이튿날, 전날 구상한 그 아이디어들을 다시 생각해보면 재미가 없다. 이런 경우엔 정말 난감하다. 길을 걷거나 밥을 먹을 때도 온통 아이디어 생각뿐이다. 요즘은 아예 틈만 나면 TV 리모콘과 씨름한다. TV를 보며 연예인들 특징과 버릇을 찾아내려 눈에 불을 키는 직업병이 생긴 것이다.

개그는 물론 인간적인 면에서도 인정받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는 윤성호가 가장 존경하는 닮고 싶은 선배는 바로 신동엽. 개그맨의 이미지와 위상을 높여준 선배이자 개그면 개그 MC면 MC 다재 다능한 면이 존경스럽다고.

“가수나 영화배우들은 해외로 많이들 진출하는데 아직까지 개그맨은 해외진출이 쉽지 않아요. 지금은 국내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앞으로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를 웃음 바다로 몰아 넣을 수 있는 개그맨이 되고 싶습니다.”

사진=유영민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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