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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탤런트] "머지않아 넘버3 안에 드는 연기자 되겠다"

  • 김수연
  • 입력 2003.03.1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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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26)은 육군 병장으로 제대해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다. 스물 여섯이란 나이는 연기자로서 첫선을 보이기엔 적은 나이가 아니다.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 젖살도 채 빠지지 않은 어린 연기자들 틈바구니 속에서 과연 김한의 경쟁력은 무엇이란 말인가?

김한은 고등학교 3학년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매니저의 눈에 띠었다. 명함을 건네 받고도 무시해 버릴 정도로 아예 연예인이란 건 꿈조차 꿔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매니저가 집으로 전화를 걸어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부모님께서 전화를 받기라도 한다면 불호령이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순간 아찔한 심정으로 전화를 받았지만 서서히 마음이 동요되기 시작했다.||‘부산’이 고향인 김한은 2남 중 장남이다.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신 아버지는 소리한번 지르시면 온 가족이 긴장할 정도로 무섭고 엄한 존재였고 사나이는 청소 등 집안 일을 하면 고추 떨어진다며 귀하게 키우셨다. 그의 가족들은 설계업을 하시는 아버지 사업 때문에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이사를 왔다.

남달리 승부욕이 강하고 똘똘한 아이였지만 반 친구들은 지방서 전학 온 그를 ‘촌놈’이라 부르며 놀려댔다. 쉬는 시간이면 다른 반 친구들까지 우르르 몰려와 그의 사투리를 신기해했고 어떤 녀석은 젓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말해봐! 말해봐!’하며 놀리기도 했다. ‘와(카노)?’라고 물으면 시비를 건다며 화를 냈고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았던 그는 악착같이 사투리를 고쳤다.

학창시절 친구들은 그를 ‘계획적인 범죄자’라고 불렀다. 평범하고 얌전한 모범생이었던 김한은 학교 축제나 행사 때마다 기획을 담당했다. 행사에 직접 나서는 일은 없었지만 항상 친구들을 진두지휘하는 치밀한 계획자였기 때문이다. 김한에게 자문을 구하러 오는 친구들도 끊이질 않았다. 친구들의 범죄(?) 상담 및 고민을 듣고 조언을 해주는 등 친구들 사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파워를 과시하기도 했다.||김한은 초등학교 때부터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물론 가족들도 김한은 당연히 ‘의사’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런 그가 고2때 느닷없이 방송 활동을 하겠다며 나섰을 땐 집안이 발칵 뒤집어졌다.

아버지는 “네가 ‘딴따라’가? 이건 집안망신이다!”며 노발대발하셨고 김한이 청바지 모델을 시작으로 CF에 출연하면서부터 2~3년 간 부자간에는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한은 당시 안양고에 재학 중이었으며 학교측은 “개교이래 ‘딴따라’는 없었다”며 방송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 담임선생님도 ‘헛바람이 들었다’며 학업에만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김한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연출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극영화과를 선택했다. 물론 집에서는 단 한푼의 등록금도 보태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고 장학생으로 단대 연극영화과에 입학, 장학금을 받아가며 공부했다.

“인생이 제가 계획한 ‘플레임’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더군요. 생각지도 않은 방송활동을 시작한 것도, 연출자가 되려고 연영과를 갔지만 결국 연기자가 된 것도 말이에요.”||대학 2학년 때 군에 입대한 김한은 제대 후, 연출보다 연기가 더 흥미롭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 동안 주변의 반대로 스스로도 강하게 억누르고 애써 부정해왔지만 결국 자신이 원했던 건 연출이 아니라 연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김한의 좌우명은 ‘카르페디엠 : 현재를 즐겨라’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인격적 가르침을 주면서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의미로 했던 말이다. 좌우명처럼 순간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산다는 그는 지적 호기심도 뛰어나다.

대학 때도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시간에 차라리 내 자신에게 투자하자는 생각으로 뭐든 배우기 시작했다. 때문에 그는 취미로 색소폰을 연주하고 한국무용, 판소리(서도소리)를 특기로 내세울 만큼 다방면에 소질을 갖춘 만능 탤런트가 됐다. 요즘은 전라도 사투리와 연변사투리를 연마하고 있다. 특히, 연변사투리는 이북출신이신 단골 통닭집 주인아주머니께 사사 받고 있다.||김한은 요즘 운동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웬만한 스트레스는 죽지 않을 때까진 참을 만큼 인내력이 뛰어나지만 그래도 참기 힘들 땐 운동을 하면서 푼다. 그가 운동을 즐기는 것은 방송활동을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집에서 독립해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각별히 건강에 신경을 쓰는 이유도 있다.

김한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경상도 분이시라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얼마 전 그는 아버지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내다! 밥 묵었나? 니 언제 올낀데? 올 때 네 싸인해 갖고 온나”라며 딱 네 마디 말만하시고 끊으셨지만 예전보다 마음이 누그러지신 듯해 기분이 좋았다.

김한은 뒤늦게 아버지께서 자신의 출연작을 꼬박꼬박 녹화까지 해 놓으셨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한때 아버지를 원망하며 오랜 시간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문득문득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김한은 개인적으로는 멜로 연기가 가장 자신 있단다. “송강호, 설경구 선배님의 연기를 좋아하구요, 10년 후쯤엔 연기자로서 NO.3 안에 드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사진=유영민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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