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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환·문천식:와룡봉추] "임요환·박정석 꼭한번 만나고 싶다"

  • 김수연
  • 입력 2003.02.1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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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환은 경북 상주 오지마을에서 태어났다. 상주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길이 끊기는 데서 다시 걸어 산 두개를 타야 집에 당도한다.

명환의 어릴 적 꿈은 동물조련사. 그가 자란 고향집에는 마당 가득 가축을 놓아 먹였다. 개, 닭, 오리 심지어 칠면조까지...

“백로 떡국이라고 아세요? 제가 어렸을 땐 소고기가 귀했어요. 산과 들에 널린 짐승들은 다 일용할 양식들이었던 그 시절, 저희 집에선 백로고기를 넣어 떡국을 끓여먹기도 했거든요.”

유난히 내성적이었던 명환이 지금의 성격을 갖게된 건 중1때 ROTC출신 담임선생님의 영향이 크다. 친구들 앞에서 나서서 책을 읽는 일조차 쑥스러워했던 그에게 ‘웅변’을 해보라며 권하셨던 것. 이는 성공적이었다.

남들 앞에 나서는데 재미를 붙인 명환은 이후, 교내 응원단장을 도맡아 할 정도로 성격이 바뀌었다. 소풍 때는 치마를 입고 친구들 앞에 나서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 적도 있다. 이후. 동네에서는 공부 잘하고 얌전한 인물로, 학교에서는 못 말리는 재담꾼으로 이중생활을 해온 것이다. ||명환은 입학만 하면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과를 찾다가 3수 끝에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돈을 벌겠다는 일념 하나로 개그맨이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97년 MBC 개그맨 공채 8기로 합격했지만 오랜 무명시절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았고 가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마저 어깨를 짓눌렀다.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한다는 생각으로 한 인터넷 회사에 입사해 기획실 대리로 일했다. 메가웹스테이션이 문을 연 이후 최초로 김창선과 이기석을 초대하는 게임대회를 기획한 것도 바로 그다.

“제가 항상 마음속에 되새기는 좌우명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입니다. 지난 7년간의 방송생활을 통해 터득한 저만의 ‘인생철학’입니다.”

풋풋한 시골청년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명환은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앞으로 10년쯤 후엔 경기도 근처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텃밭을 가꾸고 가축들도 키우며 살고 싶은 게 작은 소망이다. 농장 이름은 ‘와룡봉추’로 지을 예정이라는데...

오지에서 상주 시내로 이사를 가면서 오락실을 드나들게 된 명환은 슈퍼를 하시던 어머니 돈을 몰래 훔치다 들켜 동태 자르는 칼로 손목이 잘릴 뻔(?)한 적도 있다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오락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 명환은 돈 없이 게임 하는 법을 익히기로 했다.

테니스 줄을 옷소매에 매달아 퉁기기, 사과상자를 묶는 노란색 줄의 끝 부분을 0.5cm 정도 접어 동전 투입구에 넣고 아래서 위로 퉁기기, 라이터로 전기를 일으키는 방법(자칫 잘못하면 기계고장을 일으킬 수 있어 방법은 그다지 오래 동안 사랑 받지 못했다고) 등을 총동원했다. 심지어는 드라이버를 이용해 기계를 열어 돈 통을 꺼내는 심각한 범죄수준까지 다다른 적도 있다.

“하지만 굴밤을 줍거나 뱀, 두꺼비를 잡아서 팔아 용돈을 모아 오락실을 다녔어요. 먹이를 물고있는 까치독사는 1만 5천원까지 받았으니 아르바이트 치곤 꽤 짭짭한 수입을 올렸죠.”||천식의 부모는 서울 정릉에서 15년간 목욕탕을 운영했다. 당시 목욕비가 750원이라 은행을 드나들며 50원 짜리 동전 바꿔오는 게 천식의 일이었다.

게다가 오락실 요금도 50원. 틈틈이 부모님 몰래 50원 짜리 동전을 한 움큼 움켜쥐고 오락실로 냅다 뛰었다. 때론, 도닦는 마음으로 10원 짜리를 갈아 50원 크기로 만드는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얼마 후, 오락요금이 100원으로 올랐을 땐 50원 짜리 동전에 청테잎을 두 바퀴하고도 반 바퀴를 감아 게임을 즐기곤 했다.

당시 ‘스트리트 파이터’와 ‘제비우스’에 심취해 있던 천식은 ‘겔러그 총알빼기’, ‘제비우스 깃발찾기’ 등 게임에서의 일종의 버그나 오류를 찾아내는 능력도 탁월해 주위 친구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천식은 사춘기 때부터 레고나 블록을 유달리 좋아했다. 대학에서도 건축학을 공부했지만 군대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에 나섰다. 남을 웃길 때 가장 희열을 느낀다는 천식은 남들을 웃기며 돈벌 수 있는 직업을 생각하게 된 것. 결국 휴가를 나와 수능원서를 접수하고 새로 공부를 시작해 서울예술대 연극과에 입학했다.

학창시절부터 선생님들의 성대모사로 교내에서는 소문이 자자했을 정도로 뛰어난 유머감각의 소유자다. 천식은 차를 좋아한다. 특히 스피드 즐기기가 취미인 그는 자신의 애마인 체어맨의 계기판을 꺾고 240킬로 이상 질주해 본적도 있다. 물론, 도로 곳곳을 지키고 있는 과속 카메라를 피해 가는 나름대로의 노하우도 갖고 있다.

명환과 천식은 개그를 사랑하고 음주가무에 능하다는 이유말고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게임’. SBS ‘게임쇼 즐거운 세상’ MC를 맡고 있는 이들은 실제로 게임전문 케이블 방송은 빠짐없이 시청하는 진정한 매니아다. 플토유저인 명환은 박정석, 테란유저인 문천식은 임요환의 팬이며 지난 해 스카이배 스타리그 결승전을 지켜보며 월드컵 경기 때만큼 가슴 조리며 응원했다고 한다.

예전에 MBC방송국 앞에서 우연히 베르트랑을 만났다. “야~베르트랑이다!” 명환과 천식은 TV로만 봤던 프로게이머를 실제로 만나 신이 나서 손을 흔들며 아는 척을 했는데 오히려 배르트랑이 놀라는 눈치였다고.

“SBS ‘게임쇼 즐거운세상’을 맡으면 프로게이머들도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었는데 한번도 못 봤어요. 박정석이랑 임요환은 꼭 만나보고 싶은데...”

사진=유영민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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