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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이젠 성숙한 뮤지션으로 다시 서겠다"

  • 김수연
  • 입력 2002.11.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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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9월까지 음반 작업에만 몰두했습니다. 1,2집이 직설적이고 비판적인 가사 때문에 이벤트 성격을 많이 띠게 됐던 점이 아쉬워 이번 3집에서만큼은 좀 더 성숙한 음악성을 선보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장난끼 가득한 모습으로 인터뷰 도중에도 돌발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싸이. 그를 다시 만났다.

‘귀여운 악동’의 예전 분위기는 온데 간데 없이 한층 성숙하고 차분했다. 그것도 잠시, 어린 시절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내놓기 시작하자, 그 시절로 되돌아간 듯 천진난만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영락없는 ‘싸이’였다.

■ 매니저로 오해받기 일쑤
싸이는 지난 해, 깎아 놓은 듯 매끈한 꽃 미남이 판을 치는 신인들의 행렬 속에서 ‘엽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등장했다. 데뷔당시, 소속사에서 가면을 쓸 것을 권유했을 정도로 평범하다 못해 서민적인 그의 외모 때문에 활동 초창기 때는 매니저로 오해받는 일이 허다했다.

엽기 돌풍을 일으킨 싸이는 현란하고 관능적인 춤동작과 웬만한 근육질이 아니고는 소화해내기 힘든 민 소매 의상이 주 컨셉. 립싱크 가수들에게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고 댄스가수로는 이례적으로 라이브를 선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꼬리표처럼 자신을 따라다니는 ‘엽기’ 타이틀이 썩 내키지 않았다. 상식과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멋진 데뷔를 준비했건만 그의 모든 음악과 행동들이 그저 ‘엽기’로만 비춰지는 것이 속상했다고.

■ 범상치 않았던 어릴 적 ‘싸이’
싸이는 5살까지 말을 못했다. 집안에선 그가 벙어리인줄 알았단다. 그러다 말문이 트이고 처음 내뱉은 말이 “아홉시 반! 열시 반!”. 말문이 트이면서 이소룡의 광적인 팬이 됐고 초등학교 2~3학년 때까지 도복에 고무신 패션을 즐겼다.

천방지축 개구쟁이 싸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가수 소방차 흉내를 곧잘 냈다. 지금의 모습으론 정원관을 상상하게되지만 당시엔 호리호리(?)한 몸매로 김태형 역을 주로 했다.

싸이가 본격적으로 뮤지션의 꿈을 품게된 건 중학교 때부터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뉴 키즈 언더 블록’을 접하면서부터 거의 모든 춤을 섭렵했고, ‘X-JAPAN’에 심취해 락의 참 맛을 알게됐다. 지구촌 영상음악을 통해 본 ‘퀸’의 공연실황을 접하고 온몸에 전율을 느낀 그는 당시 4옥타브를 넘나드는 ‘퀸’의 보컬을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했다.

■ 군중 앞에 서면 힘이 난다
군중 앞에서면 힘을 얻는 싸이. 군중이 밀집해있는 광경만 봐도 흥분된다. 그래서 가장 높은 위치에서 관중을 내려다볼 수 있는 락 밴드 드러머가 되고 싶어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중도에 포기, 이번엔 힙합으로 방향을 틀었다. 힙합 뮤지션이 되기로 마음을 굳히고 발빠른 움직임을 시작한 그는 보스턴 버클리 경영학부에 진학했다. 이후, 음대로 옮겨 본격적인 음악공부를 시작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된 가족들은 심지어 용돈과 학비마저 끊어버렸다. 돈에 구애받지 않는 전형적인 부유층 유학생이었던 그는 당장 용돈 벌이에 나섰다. 한인 유학생들을 상대로 70분 짜리 댄스논스톱리믹스 CD를 손수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
싸이의 음악CD는 보스톤, 뉴저지, 필라델피아 등 비디오 대여매장에서도 인기폭발. 엄청난 수입을 벌어 들였다. 집세, 학비, 1집 제작비까지…

■ 할아버지께 바치는 노래
싸이는 3집 앨범 수록곡 중 이선희가 객원보컬로 참여한 <안녕히>라는 곡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바로, 고인이 되신 할아버지께 바치는 곡이기 때문.

싸이는 대마초 혐의로 구속되어 조사를 받고있을 당시 할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전해듣고 식음을 전폐했을 정도로 실의에 빠졌다. 그리고 할아버지에 대한 안타깝고 애틋한 마음을 글로 대신했고 꼭 할아버지를 위한 노래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구속해 있을 당시 노랫말을 써놓은 <안녕히>는 옥중서신인 셈이다.

“할아버지는 가족들이 다 반대했을 때 유일하게 제 음악활동을 후원해 주신 분이십니다. <안녕히>는 단순히 이별노래가 아니라 장손으로서 할아버지 발인 날 영정조차 들지 못하고 할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했던 안타까움과 죄스러운 마음을 담아 할아버지께 바치는 노래입니다.”

■ 가수 싸이가 영화배우로 변신!
강제규 필름의 영화 <몽정기>에 출연해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여 관객들을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싸이는 이번 영화의 에필로그 부분에서 여학교에 첫 출근한 교생역으로 카메오 출연, 학창시절엔 짓궂은 행동으로 여자 교생들을 괴롭힌 전력이 있지만 ‘한수 위’인 여학생들을 만나 그대로 보복(?)당하는 역할이다. “연기가 곡을 만들고 노래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웠지만 매력이 있더라구요.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연기자로서의 활동도 해보고 싶습니다.”

사진=유영민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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