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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 "축구도 게임도 관중·고정팬 많아야 승산 있죠"

  • 안희찬
  • 입력 2002.10.0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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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핫이슈는 단연코 월드컵이다. 기간은 5월31일부터 6월30일까지 한달에 불과하지만 지구촌의 이목은 연중 월드컵을 따라다닌다.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
월드컵과 한국을 화두로 놓고 게임스는 국가대표 수문장인 김병지선수를 만났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의 이미지와 넘쳐나는 개성미 등등을 종합할 때 게임적 인물로 꼽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었던 까닭이다. 26일 저녁 포항 유강리에 있는 그의 아파트를 찾았을 때 그는 3살박이 아들 태백이와 몬스터 그림 맞추기를 하면서 모처럼의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기자가 건네준 게임스 2호를 받아들고는 대뜸 임요환선수 기사부터 펼쳐들었다. 그는 스타크래프트 팬이었던 것이다. 임요환선수 기사를 유심히 읽던 그는 프로게이머의 연간수입에 관심이 가는 듯 먼저 말문을 열었다.
“프로게이머 수입이 이 정도밖에 안됩니까?(흠) 사실 은퇴하면 에이전트를 하고 싶은데 프로게임 같은 경우에 매니지먼트만 잘하면 충분히 승산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중이 넘치고 고정팬 있는 곳에는 반드시 돈이 몰리죠”
뜻을 헤아려야 할 말이었다.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프로게이머 수입이나 에이전트가 아니었다. 핵심단어는 ‘관중’이었다. 늘 관중을 몰고 다닌다고는 하지만 관중없는 경기장에서 쓸쓸히 골문을 지켜야 했던 비감을 그는 거꾸로 ‘관중이 있는 게임사업은 된다’고 풀어놓은 것이다. ||그의 게임을 보는 관전법은 독특했다. 톡톡튀는 그의 이미지 만큼이나 독특한, 그러나 프로다운 해석을 했다. 게임은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전술, 전략, 마케팅이 다 들어있다고 풀이한 그는 가끔씩 게임을 하면서 “이럴땐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라는 처세를 배운다고 했다.
그가 매료돼 있는 게임은 스타크래프트. 중수 레벨 정도에 프로토스 종족을 택한다고 한다.
“저그는 그래픽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고 테란은 무거워 보여서 프로토스를 택했죠. 뭐랄까 어릴 때 봤던 마징가제트 같은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요”
합숙훈련에 들어가서도 훈련후 틈만나면 스타크래프트를 찾을 정도로 흠뻑 매료돼 있는 그는 어느덧 게임 3년차 고참에 속한다고 했다. 후배들이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다 ‘저것하면 재미있겠다’ 싶어 손을 댄 것이 벌써 3년이 넘었다는 것이다.
축구와 게임의 상관관계에 대해 그는 논스톱으로 ‘상황대처 능력’이라고 답했다. 골키퍼로서 최대한의 순발력을 발휘, 골을 막아내는 것이나 스타크래프트에서 밀리면서도 진영을 지키기 위해 혼심을 쏟는 것 모두가 ‘상황대처 능력’에 달려 있다는 해석이다.
그럼 골넣는 골키퍼로서의 이미지는 어떻게 나온 것이냐라고 묻자 “스타크래프트에서도 밀리면 상대편이 확장할때를 기다렸다가 역습을 하는데 축구도 마찬가지죠. 일부에서는 쇼맨십이라고도 얘기하지만 가끔씩 공격에 나서는 것은 팀이 위기에 있을 때 찬스를 만들어 주고 싶은 것 때문이다. 이것도 상황대처 능력이라고 봐 줬으면 좋겠는데…”(헤헤)
그러다 히딩크감독에게 ‘찍힌 것 아니냐’고 묻자 머쓱해 하던 그는 실제로 튀는 이미지는 언론에서 과장한게 많다며 슬쩍 말꼬리를 돌렸다.
“사실 튀는 얘기 나왔으니까 말이지만 머리 염색하고 꽁지머리 기른 것은 프로로서 관객들에게 서비스하는 차원도 있고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봐줬으면 합니다. 머리 염색하고 난 다음 정말 독한 마음으로 시합에 임했습니다. 외모만 요란하고 축구는 못한다는 소리 들을까봐 전보다 배는 열심히 뛰었죠. 마냥 튄다고만 할게 아니라 개성도 있고 책임도 질줄 아는 선수로 봐줬으면 함다”
그러면서 갑자기 ‘크크크’하는 웃음소리를 냈다. “옛날에는 제 머리형태를 보고 맥가이버 머리라고 했는데 요즘은 김병지 머리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만하면 많이 성공했죠”(또 크크크)
인터뷰를 하고 있는 그의 아파트거실에서는 줄곧 TV가 켜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게임채널이다. 합숙이 없을때는 집에 일찍 들어와 게임채널을 자주 본다고 했다. 그 덕에 세살바기 아들 태백이 녀석도 벌써 게임에는 일가견이 있다나. PC를 켜고 시켜보니 정말 장난 아니다. ‘타잔’게임을 능숙하게 한다. 자신의 무릎에 앉아 게임에 열중하는 아들의 모습이 그렇게도 좋은 모양이다. 연신 싱글벙글이다.
사실 김병지선수는 불우했던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없이 자랐고 소년의 집 출신이고 용접공 생활을 했다는 등 그의 과거는 화려한 현재의 모습과 대비돼 한껏 신파조의 이야기들을 양산했다. 그는 그런 점에 펄쩍 뛴다.
“저는 어릴 때 가난하게 살았던 것 외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밀양에서 농사짓고 계시는 부모님도 여전히 생존해 계시고 잘살고 계십니다. 마산공고 선수시절 잠시 운동을 쉰적이 있었는데 그때 소년의 집에서 스카우트해서 간 것 뿐입니다”
용접공 생활을 했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후 1년반 정도 금성산전 축구팀에 있었는데 축구하면서 품질관리 일도 잠시 했던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사람들이 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느라 그런 것 같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런 그도 가난에 대해서만은 한이 많았던 모양이다. 매년 적지않은 돈을 불우한 청소년들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고 있다. CF출연료 5천만원을 선뜻 불우 어린이들을 위해 희사했고 각종 상금도 몽땅 내놨다. 연말이면 보육원 등을 찾아 적지 않은 성금을 내곤한다. 줄잡아 한해 5~6천만원을 쓴다.
그가 사는 집이 7천만원 전셋집이니 만큼 매년 집값 정도를 불우 어린이들을 위해 쾌척하는 셈이다.
그러나 그는 이마저도 색안경끼고 보지 말 것을 주문한다. ||“집이야 살려면 당장이라도 살 수 있죠. 집에 별 미련이 없어서 그런 것 뿐이고, 남들이 선행을 베푼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도 받은 것중 일부만을 돌려주는 것일 뿐인데 요란하게 뻥튀기 할 필요도 없슴다”
그는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 은퇴후를 고려해서일지는 모른지만 인터뷰 도중에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너덧번 반복했다.
“선행도 알고보면 마케팅의 일환이죠.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들고 그들이 축구장을 열심히 찾아주면 선수들 연봉도 오를테고…. 뭐 말하자면 축구계 얼굴마담으로 불우한 이웃도 돕고 마케팅도하는 그런거죠”(하하하)
그는 가식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다. 그래서 너무 자신을 잘 드러내 ‘찍히기’도 하는 모양이다. 슬쩍 ‘피파 시리즈’게임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나오는데 너무 골을 잘 먹는 것 아니냐고 하자
“솔직히 골이 너무 많이나죠. 그런데 실제로는 어렵지만 환상적인 묘기가 많아서 골을 먹더라도 섭섭하지는 않습니다”
실제경기에서 골을 많이 먹으면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완벽한 골을 먹으 면 어쩔 수 없지만 실수라도 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죠. 그래도 스포츠의 세계에선 따뜻하게 감싸주는 동료들이 있어 힘들지는 않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축구이야기에 들어가 우리나라 대표팀의 월드컵 전망을 묻자 그는 대뜸 폴란드전만 이기면 8강에 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16강만 가면 8강은 무난하다는 것이다. 그가 예상하는 예선전적은 폴란드전 승리의 경우 2승1무.
1월6일부터 2월중순까지 유럽전지훈련을 떠나는 그는 “힘들지 않으면 어떻게 기쁨을 느끼겠느냐”며 특별히 청소년들이 이 말을 유념해 줬으면 했다. 게임할때는 게임을 열심히 하고 공부할때는 또 공부를 열심히하는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게임스 독자들에게는 “늘 도전하는 마음으로 살아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고수를 알아본다. 구 소련의 명골키퍼 야신과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의 최인영선수, 그리고 포항스틸러스 최순호감독을 고수로 꼽는다. 도전하면서 때를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남하고 비교 당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프로는 스스로 이겨내고 상품을 만들 뿐 비교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지적에도 “나이가 들면 체력이 떨어지는건 세계적 스타도 마찬가지지만 집중력을 가지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자신의 상품가치가 훼손 당하는 것을 그냥 넘기지 못했다.
그런 당찬 자신감과 철저한 자기관리, 그리고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 그를 진정한 프로로 자리매김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그의 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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