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에서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그는 ‘바보삼대’에서 능청스런 바보 연기를 통해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봉숭아학당의 ‘이장님’ 역할은 충청도 출신 김씨의 능청스러움이 진가를 발휘, 막 논을 매다 온 촌스러운 시골 이장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해 내며 폭소를 자아내고 있다.
김 씨는 봉숭아학당에서의 이장님 연기를 하면서부터 주변에서 그의 나이를 서른을 훨씬 넘게 본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개그맨이라는 직업을 택한 것을 한번도 후회해 본적 없다는 김 씨. 그러나 때때로 연예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가식적으로 비춰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땐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일주일간 준비한 레파토리가 반응이 썰렁할 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만큼 당황스럽죠. 어떻게든 최악의 분위기를 모면해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할 때가 가장 속상해요.” ‘개그’이외에 김 씨 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한가지가 있다. 바로 게임이다.
연기면 연기, 개인기면 개인기, 모두를 갖춘 가능성 있는 개그맨 김준호는 개그콘서트 멤버들 사이에서도 이미 ‘카운트스트라이크(카스)’ 고수로 잘 알려져 있다. 아예 게임을 전혀 모르던 이병진, 이태식까지 ‘카스’ 광팬으로 만들 정도로 그의 위력은 대단하다.
김 씨는 개그콘서트에 출연 중인 강성범, 김대희, 이병진, 이태식을 멤버로 개그콘서트 약자인 GC라는 이름으로 ‘카운트 스트라이크’ 클랜까지 결성했다. 개그콘서트 아이디어 회의는 주 5일 동안 계속 이어진다. 때문에 출연자들은 개그콘서트 팀을 아예 ‘개콘대학교’라고 부른다.
회의가 끝나면 4시나 5시정도. 카스 5인방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KBS 별관 앞에 있는 사이버리아 게임방으로 향한다. 전용석, 선예약, 음료수 서비스 등 이들 5인방을 위한 게임방의 각별한 배려가 엿보인다.
김 씨는 기본이 하루 2시간 정도며, 거의 몇 일 밤을 새다시피 게임을 하고 일을 할 때도 많다. 새벽에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로 또다시 게임방을 찾는 열정은 오직 ‘카스’가 있기에 가능하다.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 등 다른 게임들도 해봤지만 ‘카스’만큼 매력적인 게임은 없다고 말한다. “우선 고해상도에 그래픽이 뛰어납니다. 게임을 한다기보다 직접 현장에 뛰어든 것처럼 리얼한 박진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카스’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김 씨는 프로게이머로 구성된 ‘카스’ 클랜과 대전을 치르더라도 꼭 승리할 수 있을 거라며 자신한다.||김 씨에게는 사귄 지 1년 6개월 정도 된 두 살 연상의 여자친구가 있다. 연예인을 애인으로 둔 사람이라면 바쁜 스케쥴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것쯤은 다들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겠지만 김 씨의 경우는 다르다. 방송 스케줄이 없는 시간엔 거의 게임방을 지키고 있으니 여자친구로서는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게임 때문에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기자 김 씨는 여자친구에게 게임을 가르쳤다. “실력이 떨어져 대전 상대는 못되고 깍두기로 끼워서 함께 게임을 합니다.” 김 씨가 그 동안 만나 온 여자친구들은 모두 연상이었다. 왜 굳이 연상만을 사귀느냐는 물음에 김 씨의 대답이 재미있다.
“20대 초반엔 돈이 없어 만났고, 20대 중반엔 연상에 길들여져 만났고, 지금의 여자친구는 이해심 많고 푸근해서 좋아”서란다.
유치하지 않고 작품성이 있는 코미디 영화를 제작해 보고 싶은 게 행복한 웃음의 메신저 김 씨의 꿈이다.
사진=유영민기자|youmin200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