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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 "스노우 보드도 야구만큼 잘탄다"

  • 김수연
  • 입력 2002.08.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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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의 홈경기를 앞둔 4시간전 경기장으로 스포츠카 한 대가 도착했다. 트레이드마크인 귀걸이와 노랑머리, 작고 호리호리한 몸매에 개성을 한껏 살린 붉은 색 셔츠차림의 모습이 틀림없는 정수근 선수다. 이어 보조석에서 미모의 아내 서정은 씨가 내렸다. 정 씨가 애지중지 아끼는 26개월 된 호준이의 모습도 보였다. 아내와 아들을 뒤로한 채 경기장으로 들어서는 정 씨를 만났다.

웃는모습이 천진난만한 정수근 선수는 금새 폼 나는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등장했다. 그제야 ‘날쌘돌이’의 모습을 갖췄다. ‘도루왕’의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길고 긴 슬럼프의 덫에 걸려 언론은 물론 팬들까지 연일 그의 슬럼프 탈출구에 지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래도 그의 표정은 언제나 유쾌하다. 최근의 슬럼프를 염두에 두면서 프로야구 시절동안 최대의 전성기를 묻는 질문에 “슬럼프라뇨? 언제나 전성기인걸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세 살 연상의 아내 서정은 씨와 올해로 결혼 4년째를 맞고 있다. 친구의 소개로 처음 서 씨를 만났을 때 첫 눈에 ‘됐다! 이 여자가 내 여자다!’라고 생각했다는 정 씨는 어떻게든 지금의 아내를 잡기 위해 갖은 정성을 다 쏟아 부었다. 당시 아내는 야구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처음엔 “스트라이크가 뭔지, 볼이 뭔지도 몰랐다”며 그런 아내가 지금은 도루왕의 아내로서 훌륭한 내조를 하고 있어 항상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한다. 23살 이른 나이에 결혼해 3살 난 아들까지 두었지만 언제나 신혼 같다는 정 씨. 예쁜 아내와 사랑스런 아들과 함께 있으면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도 쫙 풀린다.
욕심이 너무 지나친 것일까? 정 씨는 아내를 꼭 빼어 닮은 딸을 갖고 싶다며 속내를 내비친다. “나를 닮을까봐 겁이 나긴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견적이 안 나올 것 같아서 선뜻 딸을 낳기가 두렵습니다.” 행복한 가정이 어떠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날쌘돌이’ 정수근 선수의 지칠 줄 모르는 힘의 원천이었다.
어려서부터 야구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동네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야구하는 모습을 보고 달려가 “나도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며 떼를 썼다. 어린 마음에 그 아버지가 야구 감독으로 보였던 것이다. 성동초등학교에 가서 테스트를 받아보라는 얘기를 듣고 당장 성동초등학교로 달려갔고 그토록 원하던 야구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중학교 때도 유난히 덩치가 작았다. 동기들은 모두 주전으로 뛰는데 키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늘 ‘볼보이’만 도맡아 했다. 그때가 그의 야구 인생에서 유일하게 야구를 포기하려고 생각했던 때였다. 일주일 동안 야구부를 떠났다. 그러다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각오를 다졌다. “실력으로 당당히 승부하자는 생각으로 그 날 밤부터 새벽 2시까지 혼자 맹연습에 돌입했습니다.” 남몰래 연습했던 진가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비로소 발휘됐다. 근성도 실력도 월등히 향상된 정 씨는 고1 때부터 1번 타자로 선발됐다. 1학년 신입이 선발타자로 뛴다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정 씨의 실력은 날로 급상승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당시 OB베어스였던 두산 베어스 입단의 꿈을 꾸며 자란 정 씨는 덕수상고를 졸업하자마자 두산에 입단했다. 대학까지 포기하고 프로로 입단한 정 씨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어려서부터 배운 단순한 기초 훈련부터 다시 시작해야했지만 ‘프로’로서의 그 모든 것들이 새롭고 신나기만 했다. 정 씨는 95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연장 1회 때 결승 3루타를 날려 ‘발 빠른 선수’로 인식됐다. 이후, ‘날다람쥐‘, ‘날쌘돌이’라는 수식어들이 그를 따라 다녔고 98년부터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하며 최고의 선수 대열에 우뚝 섰다.
정 씨는 재치 넘치는 플레이로 두터운 팬 층을 보유하고 있기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정 씨의 주무대는 비단 야구장만이 아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스노보드 광인 정 씨는 엄청난 스피드와 순발력으로 이미 스노우보드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자자하다. 스노우보드 대회에 출전할 만큼 수준급의 실력을 겸비한 그는 한번 스키장에 갔다하면 끝장을 본다. 정 씨는 벌써부터 하얀 설원을 생각하며 ‘겨울’을 기다린다.
“제 성격요? 괴팍하죠.” 한참을 웃던 그는 남들보다 투지가 강한 성격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야구를 시작하면서 한번도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고 말할 만큼 웬만해서는 기가 죽지 않는 씩씩하고 낙천적인 성격이다. 다만 다 이긴 게임을 본인의 실수로 지게 됐을 때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정 씨는 시합 전에는 절대 화장실을 가지 않는 특이한 징크스를 갖고 있다.
“요즘 생각만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들 걱정해 주시는데 팬들에게 보답하는 의미에서라도 꼭 좋은 경기 보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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