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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이] "큰 키가 아니라 튀는 '끼'로 승부하겠다"

  • 김수연
  • 입력 2002.07.3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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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연예인 생활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2001 슈퍼엘리트모델 해외 결승 소식을 접하게 됐다. 주변의 권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의지가 더 강했다. 물론 170도 안 되는 작은 키라 크게 기대하진 않았지만 워킹이나 포즈도 배울 겸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출전을 결심했다. 하지만 166 센티미터의 키는 슈퍼모델 이미지완 너무나도 동떨어진 느낌이다. 본선 합숙 기간 내내 180 센티미터에 육박하는 모델들과 함께 하면서 다른 후보자들이 그녀 주위에서 수근대는 소리를 들었다. ‘빽으로 본선에 올랐다’, ‘뒷돈 먹였을 것이다’ 등의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들이 난무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해외 본선 참가자 중 당당히 1위로 한국본선무대에까지 오르게 됐다.
그 누구의 따가운 시선, 아니 시샘도 두렵지 않았다. “왕따라는 게 이런 거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몇몇 동료들은 ‘왕따’ 당하는 그녀를 걱정했지만 정작 본인은 주변 분위기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꿈은 톱모델이 아니다. 슈퍼모델은 그녀가 그토록 꿈꾸던 방송 일 중 한 부분일 뿐이며 슈퍼모델 진출은 모델로서의 한가지 가능성을 부여해 준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해외촬영을 빼고는 출퇴근 형식으로 합숙이 진행됐다. 워킹과 안무연습, 발성, 연기, 포즈 하나까지 혹독한 훈련 프로그램이었다. 늘씬한 후보들 가운데 그녀가 승부수를 던진 것은 ‘키’가 아니라 ‘끼’였다. 그녀는 무대 체질이다. 무대 위에만 서면 기분이 좋아지고 긴장감도 사라진다.
본선 대회에서 그녀의 미모는 유달리 빛을 발했다. 키가 큰 순서대로 번호가 부여됐고 그녀는 맨 마지막인 39번이었다.
개성을 중시하는 모델선발대회에서 그녀의 아름다움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악바리 근성에 욕심이 많은 그녀는 그녀만의 장기를 선보이며 심사위원은 물론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운이 좋게도 그 해 대회부터는 패션 모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모델들을 선발하기로 되어 있었다. 수상자 발표의 순간 “쥬얼리상 39번 김예슬이”가 호명됐고 계단을 걸어 내려오던 그녀에게 사건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한쪽 구두가 무대 셋트 계단에 끼어 한발은 구두, 한발은 맨발의 우스운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생방송 중이라 당황했을 법도 한데 그녀는 씩씩하게 되돌아가 구두를 뽑아서 시상식 무대로 걸어 나갔다. 주변은 웃음바다가 됐지만 그녀는 그 사건으로 더 유명해졌다. “다른 출연자들보다 좀 더 많은 시간을 카메라에 비춰졌으니 더없이 좋은 기회였죠.” ||특이하고 예쁜 ‘김예슬이’라는 이름은 미국 이름 ‘레슬리’의 한국어 발음이다. 부모님이 미국 유학 중에 그녀를 낳았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그녀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만 잠깐 한국에서 살았었다. 한국에서의 학창시절엔 있는 둥 없는 둥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처음엔 한국말이 서툴러 한국어와 영어를 혼용해서 사용했다. 서서히 한국생활에 적응해가던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때문에 또다시 미국생활에 적응하느라 혼란을 겪기도 했다. 미국 세리토 컬리지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전공했지만 한국에서는 영문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처음엔 연기를 전공할까 생각했었지만 연기는 실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방송경험을 통해 깨우칠 생각이다.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하다보면 문득문득 외로움을 느낀다. 물론 일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어 바쁠 땐 외롭거나 쓸쓸할 새가 없다. 미국생활을 오래해서인지 한국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일이 익숙치 않다는 그녀는 혼자 있는 시간에는 집안 대청소를 한다.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나면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그녀의 집에는 컴퓨터가 없기 때문에 근처 PC방에 가서 팬 카페에 글을 올리기도 한다.

사진 = 유영민 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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