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재무장
“노브레인이라는 이름 때문에 뇌가 없는 멍청한 멤버들의 그룹이라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머리 나쁜 척 하는 천재라고 생각해 주세요. 바보 노릇하는 게 더 힘든 법이죠.(웃음)”
노브레인은 대한민국 인디의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평을 얻을 정도로 인디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낸 펑크그룹이다. 단순하면서도 폭발적인 사운드와 분노·저항의 노랫말로 자유분방한 ‘펑크’ 장르를 선도해 나가는 노브레인은 최근 ‘스탠드 업 어게인(stand up again)’이라는 3.5집 미니앨범 활동으로 분주하다. 특히 경쾌하고 힘이 넘치면서 특유의 세련미를 한층 더한 타이틀 곡 ‘넌 내게 반했어’가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지금까지 노브레인 앨범 중에서 가장 잘나온 앨범이라고 자신합니다.” 이번 3.5집은 다시 일어서자는 노브레인의 소박하고도 강렬한 외침을 담은 앨범이다. 그 동안 노브레인 앨범의 작사를 도맡아 온 보컬 이성우는 매번 비슷한 노랫말에서 탈피, 새로운 시도를 꾀했다.
가사를 만들어 내는데 한계를 느끼던 중 신선한 시도로 지금까지의 노브레인 스타일에서 살짝 빗나간 듯한 ‘넌 내게 반했어’와 ‘나의 락큰롤’이라는 곡을 만들어 낸 것. “처음엔 노브레인답지 않다는 질책을 받기도 했는데 지금은 새로운 시도가 성공을 거둔 것 같아요.” 여기에 한층 강화된 사운드와 세련된 스타일의 펑크 락을 탄생시키며 만족할만한 3.5집을 탄생시킨 것이다.
개성파 괴짜 4인방의 절묘한 하모니
노브레인에는 아주 제 멋대로 인 개성파 4인방이 모였다. 베이스 정재환(27)이 부모님의 긴급한 호출로 잠시 일본으로 건너갔기에 최근에는 3명의 멤버만이 활동 중이다.
‘불대갈’로 불리는 보컬 이성우(29)는 학창시절, 불량스러운 게 멋있어 보여 제멋대로의 청소년기를 보냈다. 고3 때는 아예 대포(대학포기)를 자처하며 학교에서는 잠만 잤다고. 목에 힘을 주고 껄렁거리며 한껏 불량스러움을 과시하는 게 인생 최고의 멋으로 착각하며 살아 온 그는 21살 때 음악을 알게되면서부터 개과천선(?)했다.
드럼을 담당하는 황현성(27)은 중학교 때만 해도 전교 4등 안에 들 정도로 모범생이었다. 짝꿍의 집에 갔다가 접한 전자기타만 아니었어도 서울대는 거뜬히 갔을 거라며 자신하는 그가 기타리스트가 아닌 드러머가 된 이유는 바로 저주받은(?) 몸매 때문. “어느 날 기타 치는 제 모습을 거울로 봤더니 짜리몽땅한 게 무지 추해서 충격 받았죠.” 당시 늘씬한 몸매에 짝 달라붙는 가죽 바지가 헤비메탈을 선도하는 기타리스트의 전형적인 모습이었기에 그는 과감히 드러머의 길을 택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락카로 온방을 도배하며 그래피티를 즐겨온 기타 정민준은 노브레인의 세션맨이었다. 지난 해 7월 뒤늦게 노브레인의 정식 멤버로 합류한 그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큰 그래피티 작품 하나 만들어보고 죽는 게 소원인 괴짜다. 한때 반항아적 기질로 속된 말로 ‘문제아’로 낙인 찍혔던 이들 멤버들이 노브레인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되면서 비로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억압받는 일상에서의 돌파구 ‘노브레인’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싶은 말도 많은 젊은이들에게 우리의 음악으로 가슴이 뻥 뚫릴 정도의 강렬한 돌파구를 찾아주고 싶어요.”
노브레인의 멤버들 역시 방황과 혼란의 시절을 겪으면서 마음 속 묵은 잡념과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통로로 음악을 선택했다. 노브레인의 공연을 즐기는 대중들에게도 자신의 음악과 함께 잠재된 내면의 욕망을 분출해 내는 장을 마련해 주고 싶은 게 노브레인 멤버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예전에 클럽공연 위주로 활동할 당시에 비해 최근 노브레인의 콘서트 현장을 찾는 팬들의 나이대가 한층 폭넓어졌다. “젊은 층들의 전유물로만 여기던 밴드 공연을 나이 든 세대들도 거리낌없이 즐길 수 있게 된데 대해 기쁘죠. 특히 저희 공연은 무대의 주인공이 따로 없어요. 다함께 뛰고 열광하는 축제라고나 할까요.”
노브레인의 경쟁력은 뭐니뭐니해도 폭발적인 무대매너다. 공연 무대에서 발산하는 에너지만큼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브레인만의 매력. 노브레인 공연에서 하나가 되어 본 이들이라면 어김없이 그의 팬이 된다. “소리소문 없이 공연해도 몇 천명이 몰려드는 그런 밴드가 되는 게 저희 노브레인의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