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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성 아카펠라 그룹 : 보이쳐] “한국 아카펠라 역사 새로 쓰겠다”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5.04.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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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펠라(a cappella)만의 묘한 매력은 참으로 많다. 악기 없이 이 세상 모든 소리를 담아내는 것도 그러하려니와, 이들이 조화를 이뤄 뿜어내는 풀 하모니는 감동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는 교회나 성당에서 부르는 무반주 종교음악으로만 치부, 발전을 이루지 못해왔다. 이 같은 현실의 인식을 깨기 위해 무려 10년간 외로운 싸움을 벌여 온 5인조 혼성 아카펠라 그룹 ‘보이쳐(Voiture)’. 그들을 만나봤다.

지난 1996년 교회 합창부원들이었던 이들은 현재의 리더 김민수(28)씨를 중심으로 5인조 남성 아카펠라 그룹을 창단하고 활동을 개시한다. “맨땅에 헤딩했다고 봐야죠. 뭐 아는 것도 없었고요. 그래도 잘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1990년 중반 서울대 학생들 중심으로 활동을 개시한 아카펠라 그룹 ‘인공위성’의 리더가 바로 같은 교회 출신. 그들의 성공을 바라보며 보이쳐 역시 성공 가능성을 예측했다.

좀 더 보이쳐만의 색채를 띠기 위해 여성 멤버들을 적극 영입하고 지난 2000년을 맞아 프로로 전향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3년간의 긴 노력 끝에 2003년 11월 21일 싱글앨범을 발매했다. “폭발적인 반응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너무도 고요했죠(웃음).”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대 실패. 참담함을 넘어 알 수 없는 대상에 배신감까지 들었다.

가족들의 만류도 절정기를 이뤘다. 그러나 이들의 싱글앨범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다시 한번 저희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었던 기회였죠. 더욱 노력해야겠구나. 너무 자만했구나. 대중적이지 못했구나. 느껴진 것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스스로를 고찰할 기회가 됐고, 전국적으로 보이쳐가 알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전국각지의 대학 축제에 초대됐으며 콘서트도 한층 활기를 띠어갔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얻어낸 첫 쾌거였다.

★ 한국 아카펠라의 마지막 등불
아카펠라는 각기 다른 멤버 간의 조화에 생명력을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이쳐의 뮤지션들을 살펴보노라면 과연 이들이 아카펠라의 멤버로 적합했는가라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테너를 담당하는 리더 김민수씨를 제외한다면 그 누구도 아카펠라와의 인연이 없는 까닭이다.

컴퓨터를 전공하던 김원종(26, 베이스)씨나 재즈보컬 말로(Malo) 출신의 이종은(25, 알토)양을 필두로 실용음악과 출신의 막둥이 김현민(22, 소프라노)양에 이르기까지. 연관관계야 있겠지만 하나같이 보이쳐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아카펠라의 ‘아’자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조화를 이뤄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얼까. 그것은 가창력 중심이 아닌 화음 위주의 아카펠라의 특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지난 수년간 무명이라는 설움에 수없이 울어댔고, 목소리만으로 연주되는 까닭에 활동 영역의 한계에 봉착해야만 했다.

그러나 오래들어도 질리지 않는 아카펠라만의 매력이 있었기에 버텨왔노라, 지켜왔노라, 이겨냈노라 말하는 보이쳐. 이들은 아카펠라가 단순히 종교음악으로 치부되는 것을 막기위해 재즈나 팝, 심지어 국악과 댄스 장르까지 섭렵, 아카펠라의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

오디션을 통해 마지막 한자리를 채운 뒤,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개시하겠노라 다짐하는 보이쳐. 음역의 한계를 뛰어 넘어 음색의 차이점을 극복하고 나아가 목소리의 조화를 이뤄내는 이들의 굵은 땀방울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아울러 보이쳐의 지난 10년간 외길 인생은 인공위성 해체 후 공백으로 남은 한국 아카펠라의 역사인 동시에, 한국 아카펠라가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가능성이자 현존하는 가장 명쾌한 해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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