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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저그’ 진호의 스타일기 <9>

  • 김수연 기자 jagiya@kyunghyang.com
  • 입력 2005.01.1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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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준우승 징크스는 없다!”
진호가 사랑했던 연상의 여인이 있었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던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진호는 용기 내어 고백했다. 그녀는 콧웃음을 쳤다. 진호는 포기하지 않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렸고 진호의 노력으로 결국 그녀와 예쁜 사랑을 이어갔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다보니 무수히 많은 소문들이 진호와 그녀를 힘들게 했다. 진호 역시 게임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서로 멀어져갔고 1년 간의 풋사랑은 결국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했다.

진호를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있다. 바로 준우승징크스다. 유독 개인전에서의 준우승 기억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는 진호. 주위 사람들은 독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60% 이상이 3:2로 패배한 탓에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준우승에 너무 익숙한 건 아닌지 우려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제자신도 딱히 그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특히 임요환에게 약하다는 평은 진호 스스로도 인정하기 힘든 부분이다. 임요환과의 전적에서의 승률은 비슷하지만 항상 주요 경기에서 패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 때문에 임요환에게 약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요환 형은 중요한 경기에 유독 강합니다. 그런면에서 본받을 만한 선수죠.”

진호가 2위 징크스, 그 두려움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는 온게임넷 올림푸스배에서 서지훈과 결승전을 치렀을 때다. 오랜만의 결승진출이라 나름대로 긴장은 됐지만 신인인 서지훈에게만은 절대 질 수 없다는 결심으로 피나는 연습을 했다. 그러나 결국 또 3:2로 패배했다. 이후 그의 프로게이머 인생에서 가장 큰 슬럼프를 겪었다.

그러나 진호는 프로게이머들 중 가장 기복이 없고 슬럼프가 적은 선수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만큼 오랜 세월동안 꾸준히 성적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점이 바로 진호의 강점이다. 최근에는 양대 방송사의 개인리그와 단체전에서 선전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 “밑바닥 인생을 경험했기 때문에 또 다시 떨어질 순 없다는 오기가 생겼어요. 이제 우승을 놓칠 정도의 두려움 같은 건 없어요. 올해엔 준우승 징크스 따윈 물리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진호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바로 2001년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였다. 난생처음 1천만원이라는 큰 상금을 받아든 진호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비록 진호 손에 쥐어진 돈은 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데뷔 이후 가장 큰상이었고 이후 빠른 속도로 급상승을 타게 된 전환점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상을 받아들었을 때의 쾌감은 수억원을 주고도 가질 수 없는 그런 기쁨이란 걸 알게됐어요. 그 쾌감을 또다시 얻고 싶은 심정으로 죽을힘을 다해 연습하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진호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환경과 자신이 걸어온 지난 인생에 감사한다. 게임이라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자신을 보살펴주신 분들에게 감사한다. 진호는 이 생을 마감하고 다시 태어난다 하더라도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단다. 하늘이 내려준 천직으로 삼아 후회 없는 하루 하루를 살고 싶다는 홍진호. 그간의 굴곡 많았던 프로게이머 인생에서 최고의 게이머로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프로게이머가 되고픈 게 진호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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