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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트 게임스튜디오 한정석 실장] 뒤집기, 또 뒤집기… 뒤집어야 산다

  • 지봉철 기자 janus@kyunghyang.com
  • 입력 2005.08.2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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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게임을 만들고 싶진 않다”. 이네트 게임스튜디오의 한정석 실장(사진·34)의 게임관이다. 소수의 관객을 위한 노래, 장르 없고 난해한 영화, 대중화되지 못한 쇼…. 우리는 이런 것들을 흔히 ‘컬트(cult)’라고 부른다. 표절 논쟁으로 얼룩지고 있는 국내 게임계의 그의 목소리는 대쪽같다. 공식에 입각한, 문법에 맞는, 기존 게임들을 설명하는 틀걸이에 딱 들어맞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재에 있어서 만큼은 컬트적인 요소를 따르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젠 게임의 생리와 메커니즘을 빠삭하게 꿰뚫고 있다는 점을 뒤집겠다는 것, 기존의 게임들에 면역이 된 게이머들의 생각을 뒤집겠다는 것이다. 뒤집어야 살 수 있다.

■ 드래곤 젬은 어떤 게임인가.
≫ ‘드래곤 젬’은 횡스크롤 MMORPG 장르다. 액션과 어드벤처의 만남이라는 컨셉이며 4인의 모험가들이 용의 숨결로 만들어진 ‘드래곤 젬’을 찾아 떠난다는 내용이다. 세부 퀘스트에는 기존의 동화를 비튼 내용으로 구성돼 있어 어린 유저뿐 아니라 성인 게이머들에게도 쉽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 드래곤 젬의 차별적인 요소는.
≫ 드래곤 젬은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2D 횡스크롤 액션 게임과는 틀리다. 3D 횡스크롤 MMORPG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MMPRPG와 같이 퀘스트가 포함돼 있으며 퀘스트는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 쯤 읽어봤음직한 동화들이 연결돼 있다. 물론 이 동화들도 원작 그대로가 아니라 패러디가 가미됐다는 점이 기존 게임들과의 차별적인 요소다.

■ 설명만으로는 일본 애니메이션 ‘드래곤 볼’과 ‘슈렉’의 컨셉을 채용한 듯 하다.
≫ 동화를 비틀었다는 설정을 얘기하면 사람들이 모두 ‘슈렉’을 말한다. 물론 동화 비틀기라는 설정이 ‘슈렉’의 주요 소재였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슈렉’의 동화 비틀기가 서양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이뤄졌다면 ‘드래곤 젬’은 동양적인 우화와 사고를 소재로 삼고 있다. 게임에서는 어떤 식으로 동화 비틀기가 표현됐는지 보는 것도 재미날 것이다.

■ 최근 게임업계의 표절이 화두가 되고 있다. 소재의 빈곤이 그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 개발자도 따지고 보면 아티스트다. 창조의 고통을 아는 사람들이 모방과 표절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최근 논쟁은 개발자나 개발사에 도덕적인 책임을 지우기에 급급하다. ‘아무 생각없이 베꼈을 거야’, ‘게이머들이 모를 줄 알고…’라는 식의 성급한 판단을 먼저 내린다. 게임도 유행과 흐름이 있다. 물론 이 흐름과 유행을 무시하고 게임을 제작할 수 있지만 대중적인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행과 흐름을 일정부분 차용해야 한다.

■ 그렇다면 표절과 모방의 선은 어떻게 구분지을 수 있는가.
≫ 디아블로2의 인터페이스를 예를 들어보자. 디아블로2가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게이머들이 많이 즐겼고 디아블로2의 인터페이스는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인터페이스가 됐다. 만일 이후 다른 인터페이스를 롤플레잉 게임에 적용시켰다면 게이머들은 아마도 ‘적응하기 힘들다’, ‘인터페이스가 불편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을 것이다. 개발자들은 게이머들이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적응하기 힘들것이라는 전제로 디아블로2의 인터페이스를 비슷하게 따라간다. 이건 발전적인 모방이다. 표절은 바꿀 수 있는데도 안 바꾸고 가져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음악과 그래픽 등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이 대표적이다.

■ 국내 게임들의 장르는 상당히 편중됐다는 지적이 있다. 앞으로 개척할 만한 분야는.
≫ 스포츠와 어드벤처 그리고 퍼즐 장르가 틈새시장이다. 특히 퍼즐은 국내 게임업체들이 개발을 독려해야할 장르다. 과거에는 수익성 때문에 제약이 있었으나 지금과 같이 게임포털들이 대세를 이루는 상황에서는 퍼즐게임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MMO퍼즐을 개발하고 싶다.

■ 트라비아의 개발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MMORPG와 캐주얼 게임 개발의 차이점은.
≫ 우선 개발비나 개발기간이 캐주얼게임이 훨씬 짧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 전체적으로 리스크가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캐주얼 게임이 훨씬 대중적이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개발함에 있어 대중성을 많이 보는 편인데 캐주얼 게임은 대상의 폭이나 대중적인 요소가 넓다.

■ 결과론적이지만 트라비아에 대한 아쉬움도 상당히 클텐데.
≫ 아담소프트와 태울, 재미시스템을 거치면서 가장 애착이 컸던 작품이 트라비아다. 아쉬운 점이 왜 없겠는가. ‘게이머들에게 더욱 사랑을 받을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초기에 퀘스트 부분과 아이템 시스템, 길드전을 보다 완벽하게 제작하고 오픈했으면 지금보다 더 큰 성공을 거뒀을 것이다.

사진=유영민기자|youmin20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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