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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적 논리로 설명되진 않는다

  • 김성진(게임평론가) harang@gmail.com
  • 입력 2011.01.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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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을 돌아보면 게임 업계가 산업화되는 중요한 기점에 들어 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에 사활을 걸고 마케팅과 홍보를 뒷전으로 두면서 서비스에 목숨을 걸었던 초창기와 달리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노하우와 데이터에 의거한 정책을 펼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주요 핵심은 콘텐츠이고 이를 만드는 사람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온라인게임 사업을 숫자와 정치적 논리로 이끄는 행보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걱정된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B라는 개발사를 인수하려고 타진하면 A와 경쟁 상대에 있는  C와 D 역시 덩달아 뛰어든다. 남이 하니까 일단 들어가는 것이다. 게임과 회사에 대한 조사를 차후에 할 정도이다. 이런 모습은 명분은 있으나 실리를 추구하는 것은 아님이 분명해 보인다. 좋은 게임과 매출이 높은 회사를 가져오는 일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그러나 거품을 쌓아 올리는 막연한 경쟁은 아닌지 한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 와중에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심지어는 중국 업체들까지 손을 뻗는다.


또 판권 계약 보다 해당 회사에 지분을 심어 놓고 투자하는 방식이 더 큰 이익을 가져온다는 논리가 판을 치고 있다. 예전에는 투자사들만 검토했던 사안을 최근 들어선 대부분의 게임 업체가 고려하는 방안이 되고 말았다. 받아 들이는 입장 역시 과거와 180도로 바뀌고 있다. 팔자를 순식간에 고칠 수 있는 엄청난 액수에는 버틸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열정과 의지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완성시켜 유저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목표보다는 회사의 볼륨을 키워 비싼 가격에 팔아 버리겠다는 욕망이 업계에 만연돼 있다.


이런 것이 나쁘다는 소린 결코 아니다. 만약, 대다수 공동의 목적이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통한 매출 증대라면 인수와 합병 등 사업적 관점보다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미 잘 되고 있는 스튜디오를 자회사나 계열사로 만드는 일 보다 서비스 중인 혹은 서비스 예정인 작품들에 투자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특히 M&A에 따른 부정적인 측면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핵심 개발자들의 이탈과 반발이 그것이다. 개발이란 장기적인 조직관리가 매우 중요하며 팀워크와 신뢰가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중도 하차되기가 매우 쉽다. 단지 사업적인 전략으로 접근해 도형을 맞추는 퍼즐처럼 회사를 주고 받는다고 해서 예상만큼의 수익으로 연결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몇 년 전에만 해도 업계 관계자들은 콘텐츠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상대적으로 비개발조직의 박탈감이 매우 클 정도였는데 이젠 균형을 맞추는 것을 넘어서서 개발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번에 언급한 것처럼 오너쉽이 없는 CEO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위의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고 판단된다. 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사업가의 머리와 손에 게임 업계가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연말이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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