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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쥬와 카피 : 멀고 가깝고

  • 김성진(게임평론가) harang@gmail.com
  • 입력 2011.02.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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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영화와 게임이 종종 비교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흥행 엔터테인먼트로서 담겨진 내용과 시스템은 딴판인 경우가 대부분이나 비교 분석의 수단으로 서로만큼 잘 어울리는 콘텐츠도 찾아 보기 힘들다. 어쩌면 종합예술이라는 공통의 테두리를 지니고 절대 다수의 라이트 유저와 골수 매니아 층을 동시에 공략해야 하는 어려움을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게임에서 ‘베꼈다’ 는 말은 아주 흔히 사용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유저들은 조금이라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어디서 뭘 어떻게 차용하고 이를 토대로 접목시킨 부분까지 세밀하게 들춰내서 공격한다. 하지만 반박하는 유저 역시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성공한 작품이 반드시 창조적 시스템의 첫 주자가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는 수순을 밟게 되는데, 다시 말해 A라는 게임이 존재하고 차후에 B라는 게임이 등장했을 때 유사한 시스템이 보인다고 해서 A라는 게임이 완벽히 창조해 낸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A라는 프로젝트 또한 어디선가 가져온 것이므로 B게임을 베꼈다고 매도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논리와 주장은 직접 플레이를 한 유저들이 가장 잘 느끼고 체감한다. 호사가들의 요란한 수다와 달리 일반 유저들은 재미가 없으면 하지 않고 재미있으면 플레이를 한다. 그리고 재미가 없는 측면에서 베꼈다고 느끼면 결코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시장에서 저절로 판가름이 나는 법이다.


영화에서도 카피가 난무한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단어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오마쥬이다.오마쥬는 프랑스어로 존경을 뜻한다. 감독 자신이 매우 존경하고 멘토로 여겼던 선배 영화의 한 장면을 카메라에 그대로 담는 것을 의미한다.


너무 위대하기에 자신의 작품에 특정 장면을 변경없는 연출로 삽입해 존경을 표시한다. 특별히 설명하지 않아도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도 다 안다. 그런데 왜 게임에서는 오마쥬가 없을까. 영화라고 해서 장면 프레임에 ‘이 부분은 오마쥬입니다’ 고 자막을 입히는 것은 아니다. 관객들이 스스로 느낀다. 게임에서는 정녕 불가능한 미션일까.


개발을 총괄하는 멤버가 깊은 감동을 받았던 작품의 특정 시스템을 고스란히 차용하면서 존경의 뜻을 담았다고 하면 유저들은 신뢰를 할까. 알게 모르게 개발자들은 자신의 관점과 가치관을 게임에 넣는다. 따라서 오마쥬라고 의식하지 않아도 수많은 개발자들은 이러한 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떳떳하게 밝히지 않고 뭔가 죄를 지은 듯한 마음가짐이 유저들의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싶다. 어차피 게임은 차가운 시장에서 평가된다. 운명은 일반 유저들이 가른다. 한두 개의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밸런스와 구성이 프로젝트를 좌지우지한다. 설사 카피 게임을 만들어도 흥행에 실패하면 오마쥬니 뭐니 아무런 소용도 없다. 온라인 게임계에선 재미있는 게임이 진리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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