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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의 철학에서 배운다

  • 김성진(게임평론가) harang@gmail.com
  • 입력 2011.07.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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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은 한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70년대 일본 어린이들이 좋아했던 마징가 제트류에서 건담은 독특한 존재였다. 합체 로봇이 군단을 이루고 전투를 벌인다는 설정, 선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심오한 철학. 전쟁에서 파생되는 인간들의 갈등과 혼란을 그대로 표현했다. 이런 것들이 다른 작품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었고 20~30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들이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주면서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요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몇 가지 있다. 기본적으로 인식하던 상식을 깼다는 것이다. 일본산 거대 로봇은 북미의 슈퍼히어로와 별반 차이가 없는데 하나의 유닛이 불가능 없는 막강한 파워와 능력을 지니고 시민들의 영웅이다. 그래야 재미가 있고 우상이 된다. 그런데 건담 감독은 일반적인 룰에 따르지 않았고 일개 병사 수준으로 가치를 떨어뜨리는 과감한 모험을 감행했다.


그리고 철학이다. 전쟁에서는 선악이 존재하지 않고 상대방과 우리 모두 뚜렷한 이유와 명분이 있으며 어느 한쪽이 패배해도 가슴이 아픈 현실이라는 점을 건담이 보여줬다. 나이 어린 저연령층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주제이지만 20대에 이르면 세상에 대한 시선과 가치관이 달라지게 마련이고 지금까지 배웠던 학교 지식에 의문점을 가지기 시작할 세대이다. 서구의 제국주의적 냄새가 배어있는 교과서를 배웠던 일본인들이기에 건담의 이러한 철학은 더욱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가장 중요한데 건담이 애니메이션이었다는 사실이다. 장담컨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소설이나 영화였다면 인기의 강도가 훨씬 낮았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요인은 매우 중요했다. 왜냐하면 접근성이 좋았다.


주제가 다소 어렵고 설정이 독특해도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시청했을 것이다. 아주 쉽게 볼 수 있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건담을 봐도 문제가 없고 연령층 마다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평소 만화를 같이 보지 않던 삼촌이 건담만큼은 나란히 앉아서 보니 더 좋다는 식의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온라인게임 개발을 보면 문제가 아주 많은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다른 것에 대한 갈망이다. 유저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창작하는 자의 위선과 지적 허영심이 차별화와 창작성에 목숨을 걸도록 만든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스스로 가시덤불을 걸어가려고 한다. 그래서 일반 유저들이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플레이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감 잡기 어려운 시스템을 만들어 자랑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애니메이션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고 온라인 게임은 상호교류로 이뤄진다. 따라서 애당초 문턱이 높은 편인데 이마저 높게 만들면 하려는 유저 자체가 적을 뿐이다. 건담의 인기 요인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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