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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게임과 한국 게임

  • 김성진(게임평론가) harang@gmail.com
  • 입력 2011.09.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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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게임과 한국 게임은 여러모로 유사하나 파헤쳐 보면 다른 면이 의외로 많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완전히 다르다. 온라인게임에선 이를 극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데 이것은 개발자들의 마인드에서 비롯된다고 보인다. 북미와 유럽의 개발자들은 문화적 환경이 좋다. 문화적 환경이란 아시아 국가의 학생들이 책에서만 보고 외운 내용들을 실제로 눈으로 보고 자란다는 점이다.


거주지 가까운 곳에 유서 깊은 박물관이 있고 궁금한 내용은 도서관에서 아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중 문화가 다양하고 개인의 사생활과 취향을 존중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사고 방식과 자기 표현에 익숙한 교육을 받는다. 기본적으로 사물을 실제와 밀접한 개념으로 받아 들이며 이를 변화시키지 않고 고스란히 만들어 내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준다. 게임 역시 배경과 설정을 고대 환상 세계에서 빌려 왔다지만 비주얼과 표현은 과장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반면 우리 개발자들은 대다수가 일본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일본 대중 문화를 들여 온 까닭에 시야와 관점이 과장돼 있다. 눈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귀엽고 예쁜다는 것인데, 현실적 인식이 결여돼 있지만 이미 익숙진 상태이며 서구의 여성 디자인에 거부감까지 느낄 정도에 이르고 있다. 또 앞서 거론한 듯이 문화적 유산을 접하기 힘들고 교과서 자체가 유럽의 20세기 연구 결과물을 공부한 과정들이 우리의 것 보다는 남의 콘텐츠를 선호하게 만들었으며 암기 위주 학습은 상상력을 저해시켰다. 군국주의와 군사 정치 등은 순종과 복종을 강요하고 스스로 고민하고 표현하는 것에 있어 위축감을 불어 넣었다.


이러한 차이가 오늘 날 게임을 만드는 결과물에도 드러나고 있다. 북미와 유럽 게임들은 밋밋하고 지루하기가 쉽다. 하지만 고증과 사실에 집중하며 게임의 인과관계를 형성해 무의미한 학살과 전쟁 속에 유저를 던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레이저 건이 발사되는 장면을 다큐멘터리 등으로 확인해 보면 김을 새게 만든다. 반짝이는 불빛이 순간적으로 보일 뿐이다. 여느 영화처럼 화려한 이펙트가 난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게임에서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북미와 유럽 개발자들은 하는 것이다.


국내의 개발자들은 애니메이션 효과를 매우 선호하며 게임에도 이를 고스란히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과장되고 비현실적이나 짜릿한 비주얼을 만들어 시각 효과를 극대화 하는 방식인데 사실, 이 같은 방법이 유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더 좋은 편이다.


핵심 문제는 완성도에 있다. 다른 말로 깊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장성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성공한 게임들을 대충 따라 베끼고 여기저기 컨텐츠를 섞어 놓으면 유저들이 몰릴 것이라는 인식이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유저들은 아주 다양한 층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따라서 어느 하나로 단정짓고 게임을 만들 순 없다. 어떠한 제작 방식이 옳고 그르다며 감히 판정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이든 패키지 게임이든 유저가 플레이를 하면서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한다면 최고일 것이다.


분명한 점은 온라인게임은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재미만 준다. 패키지 게임은 감동과 재미를 모두 줄 수 있다. 선택은 유저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의 미래를 위해서도 패키지 게임의 발전과 기술, 연구가 계속되지 않으면 온라인게임 스스로 독립하기란 어렵다. 온라인게임이 패키지 게임과 완전히 다른 종이지만 기술적 토대는 역시 패키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라면 우수한 패키지 게임을 플레이하고 공부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통해서 높은 감각과 게임을 보는 시각을 확보할 수 있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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