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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적의 게시판 알바부대!] 입소문 창조하는 반칙 마케팅의 대명사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2.2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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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산업에는 공공연한 비밀이 있다. 전혀 베스트셀러와는 무관할 것 같은 책들이 출간 전부터 검색어 순위를 장악하고, 곧 이어 판매량 1위를 달성 한다. 흥행요소가 적은 영화들이 개봉 전부터 엄청난 대작으로 포장되는 경우도 흔치 않다. 반대로 명작이나 수작들이 도마 위에 올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사례 또한 비일비재하다. 물론 실제와는 거리가 먼 치켜세우기 혹은 폄훼성 발언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게임 산업 또한 예외는 아니다. 무차별식 비방이 난무하고, 띄워주기 경쟁 역시 치열하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끝없는 공방(攻防). 이 중심에 일명 ‘알바(아르바이트생)’라 불리는 바로 그들이 있다. 최근엔 써니YNK의 ‘로한’, 한빛소프트의 ‘그라나도 에스파다’, 넥슨의 ‘제라’, 웹젠 ‘썬’ 등이 무차별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반칙 경쟁의 대명사 ‘알바’
최근 일부 게임사들의 과다경쟁이 적정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알바들을 고용해 자사 게임을 홍보하고, 경쟁사 게임들을 깎아내리는 반칙 경쟁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검색 사이트에 침투해 진실을 왜곡하고, 흠집 내기 일쑤다. 자신이 홍보하는 게임에 대한 비방글이 올라오면, 그 즉시 댓글을 통해 반박한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게임이 하루아침에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 기현상이나, 반대로 기대작이 최악의 게임성으로 중무장한 평작 이하로 평가받는 사례 역시 쇄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비방글로는 “이 게임 곧 망한다”라던가, “이 시스템은 XX게임에서 모방했다”, “시간이 아까울 만큼 게임성이 최악이다” 혹은 “허접한 XX게임보다는 XX가 훨씬 낫다” 등의 문구들이 사용된다. 온라인 게임의 비공개 테스트를 맞아 진행되는 이러한 사전 작업들이 신뢰성을 얻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대다수 유저들은 이를 눈치 채지 못한다. 게임사 또한 알바들의 소행으로 의심은 하고 있되, 유저와 알바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수십여개 이상의 가짜 아이디를 통해 자신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들의 특징은 경쟁작이 존재하고, 서비스 시기가 유사하며, 비공개 혹은 공개 테스트 직후 대거 출현한다는 점이다. 때로는 초거대 업데이트 등 대형 호재가 있을 시에도 이들의 활동이 목격된다. 알바들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모 게임사의 관계자는 “게임을 선보일 때, 첫 단추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며 “잘못된 입소문으로 인해 게임이 사장될 위기에까지 처한 바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알바인지 유저인지를 알 수 없어 경고조치조차 취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비방 경쟁의 끝없는 ‘진화’
영화 산업으로부터 시작된 게임 산업의 ‘알바’ 경쟁은 최근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창기만 할지라도 자사 게임을 띄우고, 상대를 비방하는 선에서 그쳤으나, 최근 그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한 특정 게임에 대해 최악의 평가를 늘어놓는 글이 어느 순간 올라온다. 꽤나 전문적이며, 설득력을 가지고 있기에 유저들의 신뢰는 자연 그에게 쏠린다. 수십 차례 이상 글을 올려 자신의 아이디를 오히려 드러낸다. 이후 공개 테스트로 전향함과 동시에 180도 선회한 내용의 글을 게재, 유저들을 혼돈에 빠뜨린다. “실제 해보니 전혀 다르더군요. 제가 잘못 봤네요”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더불어 그가 지적했던 문제점들은 게임 내에 모두 수용돼 있다. 개발사의 정보를 미리 알지 못한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며칠 뒤, 해당 유저는 그토록 폄훼했던 해당 게임에 대해 최고의 명작이라는 평가를 내리기 일쑤다.

물론 설득력과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한 장문의 글들은 유저들에게 상당 부분 먹혀든다. 비방글이 올라오면 그 즉시 논리력을 앞세워 이를 무마시킨다. 유저들의 불만을 수습해주는 것도 이들의 일이다.

반대로 특정 게임을 띄우다, 경쟁사의 게임이 훨씬 낫다는 내용의 글들을 올리는 알바들도 적지 않다. 비슷한 형태로는 해당 게임과 라이벌 게임도 동시에 수십 차례 비방하며 주목을 받은 뒤, 이후 실제 게임을 해보니 특정 게임은 아니었다는 식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편법도 존재한다. 이 사이 게시판은 알바들의 주무대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등장하지도 않은 시스템을 논해 들통 나던 과거와는 달리, 게임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전문지식을 갖고 있어 알바인지, 실제 유저인지조차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

온라인 게임 저널리스트 홍성민씨는 “단순한 비방과 게임 알리기만으로는 더 이상 유저들을 속일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과연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집단 조직 형태로 ‘재구성’
조직적인 알바집단이 먼저 게임사에 연락을 취해오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연락방식은 대다수 운영팀에 메일을 보내온다. 비공개 테스트나 오픈 테스트 직후에 연락이 행해진다. 비용은 대략 300~500만원선 전후이며, 기간에 따라 달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로부터 연락을 받은 바 있다는 모 게임사의 운영팀 직원은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을뿐더러, 사기인지조차 알 수 없다”며 “게임사가 고용하는 알바가 아닌, 알바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게임 개발사의 홍보팀장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보통 자사의 직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며 “운영자와 개발자들부터 시작해, 가까운 친지나 친구들이 알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실제로 그러한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고 실토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게임사들로서는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라며 “상대편에서 알바들을 기용하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알바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게임계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자사 직원들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검증되지 않은 알바들을 기용할시 자칫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도덕성에 대한 지탄을 받음과 동시에, 이들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는지에 대해서도 파악키 어려운 것도 같은 이치.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게임공학과 윤정현 교수는 “게임개발에 있어 인적, 시간적, 물적 비용이 리스크로 자리 잡아버린 온라인 게임업계인 만큼, 자연 성공을 위한 게임사들의 노력은 가히 눈물겨울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나 알바들을 통한 편법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속출’
고전 마케팅의 기본이자, 경쟁사 고객들을 타겟으로 부정적 인식을 유도하고, 자사 게임에 대해 긍정적 분위기를 유도하는 게임업계의 알바는 적은 비용으로 ‘입소문’을 만들어내는 까닭에 활용도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를 통해 피해를 봤다는 게임사는 적지 않았다. 총 43개의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지난 2월 13일부터 16일까지 총 4일간 설문조사를 펼친 결과, ‘악의적인 소문 등을 고의로 퍼뜨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알바들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32개 게임사가 응답했다. 이 중 해양시뮬레이션이나 콘솔게임사는 알바에 대한 피해건수가 전무했다고 밝혀, MMORPG와 캐주얼 게임 등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게임 장르들이 주요 대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31개 개발사들은 ‘금전적인 손해를 가늠할 수는 없으나, 게임 및 회사 이미지 실추, 초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적지 않다(모 게임사의 경우, 20%의 동접률 하락을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에 대한 물증은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혀 추상적인 피해액수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그 어떤 게임사도 게임 알바들을 기용한 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관련된 제의를 받았느냐는 설문에도 불과 1곳만이 ‘그렇다’고 응답했으나, 결코 알바들을 기용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알바들 간의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저들에게, 그리고 나아가 게임사들이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 국내 게임 산업의 ‘추잡한’ 단면이다.

게임사들의 알바 가려내기
게임사들의 알바 가려내기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비슷한 아이디를 통해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각종 게시판들을 통해 올라오는 글들을 일일이 확인, IP추적을 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 대다수 특정 장소에서 장시간에 걸쳐 게시물을 올라오는 것이 확인될 경우, 제재를 가하고 있으나 최근 그 수법이 점차 교묘해져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 일부 게임사의 경우, 홈페이지와 게임 내 공지를 통해 허위 사실 유포자나 게시판 비매너 사용자에 대해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다. 심각한 피해를 당해 고발조치까지 고려한 게임사도 있으나, 실제 법정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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