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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주년 특별기획 Life is Game, Game

  • 유양희 기자 press@khplus.kr
  • 입력 2004.12.27 22:49
  • 수정 2012.11.2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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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게임업계에 있어 ‘2004 갑신년’은 어느 때보다도 유난히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해였다. ‘다사다난’이라는 다소 진부한 말이 올 게임업계만큼 잘 어울리는 곳도 없을 듯 하다. 대대로 ‘갑신년’에는 국운을 바꿀 만한 대형사건이 많은 대표적 해이기도 했다.

게임업계 역시 어느 분야보다도 변화가 요동치는 한해였다. 국내 개발사들의 선전 속에서 외국 대작들의 러쉬는 물론, 게임과 관련된 각종 단체와 진흥법안의 출현, 프로 리그의 ‘붐업’, 모바일 시장의 입지 굳히기까지 그야말로 ‘눈 코 뜰 새’ 없이 대형 뉴스들이 쏟아진 한 해였다. 업계와 게이머들의 관심을 한 데 모았던 대형 사건들이 게임업계에 현재 어떤 영향을 주었는 지 득(得)과 실(失)을 따져보고, 더불어 향후의 추이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볼 때다.

유양희 기자|y9921@kyunghyang.com

‘외침(外侵)’속 토종 기업들의 선전 도드라져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의 전투가 해외 거대사들의 가세로 점입가경의 절정을 이룬 한 해였다.
해외 기대대작들이 국내 게임시장으로의 ‘러쉬(rush)’가 유난히 많았던 것은 물론 샨다에 의한 액토즈의 인수 등은 국내 게임업계에 어두운 소식으로 남겨진 한 해였다.
국내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의 경우는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온라인 게임의 확산을 촉진시킨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행보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병인양요-병자호란-임진왜란-신미양요]
+ 병인양요형 : 일단 ‘외산 게임의 한국시장 공략’의 대표적 예는 단연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이하 와우)’다.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자사 최초로 개발한 온라인 게임 와우는 지난 12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공개서비스를 시작하며 가공할 위력을 보이고 있다.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오픈 이틀만에 서버를 12개에서 36개로 세배나 늘리기도 했다. 특히 블리자드는 한국시장을 겨냥해 게임속에 남대문과 정자·한복 등 한국적 요소를 집어넣으며 한국 게이머들의 마음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 병자호란형 : 한편 최근 오랜 공방 끝에 중국의 샨다가 액토즈를 인수한 사건 역시 올해의 충격적 뉴스였다. 지난달 30일 액토즈는 중국 샨다에 매각된 것. 국내 대표주자군에 포진했던 개발사가 외국인 지분에 의해 팔려갔다는 점에서 국내 게임업계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자신을 키워준 게임 개발사 액토즈를 인수·합병한 이 사례는 자본이 적은 국내 게임 개발사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운 일이었다. 특히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해외 자본의 한국 공략이 본격화됐음을 알려주는 사례였다.

반면 샨다는 중국 최대 퍼블리셔로 대부분의 매출이 중국 온라인게임이라는 부분 때문에 초기 액토즈와의 경제적 시너지효과는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더불어 샨다와 액토즈는 ‘미르의 전설’ 저작권 침해소송이 진행중이였던 상태였고, 이번 인수 건으로 사실상 액토즈와 샨다의 소송은 자연스럽게 마무리 된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미르의 전설’저작권의 50%는 액토즈소프트의 자회사인 위메이드가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이 부분에 대한 문제는 불투명한 상태다.

+ 임진왜란형 : 올해 국내 시장에 본격적 도전장을 내민 작품 ‘쉔무 온라인.’ 일본의 대표적인 게임업체 세가도 최근 국내 업체인 제이씨엔터 테인먼트와 손잡고 100억원의 제작비용을 들여 자사의 대표적인 비디오 콘솔용 게임인 ‘쉔무’를 온라인 게임화하는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편 소니 온라인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에버퀘스트2’도 한글화 등 현지화 작업을 거쳐 내년 3월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 신미양요형 : 이 외에도 세계적인 게임업체 EA는 인기 축구게임 ‘FIFA 2005’의 온라인 서비스를 다음달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일 계획이다. EA는 이외에도 1인칭 슈팅게임 ‘메달 오브 아너‘를 한국에서만 온라인 게임으로 바꿔 다음달 시험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토종 개발사들의 화려한 ‘컴백’
앞선 해외 대형사들의 ‘침략’ 속에서도 토종개발사들의 움직임이 믿음직스런 한 해였다. 트리거소프트·KRG소프트·판타그램·엔트리브·조이맥스·나코인터랙티브·넥슨·CCR…. 외산 게임들의 러쉬 속에서도 올 한해는 ‘토종개발사’들의 선전이 어느 해보다 두드러졌던 것. 실적이나 선보인 장르의 다양화, ‘질과 양’ 모두에서 후한 점수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간 행보가 뜸했던 ‘형님격’ 개발사들이 줄줄이 다양한 플랫폼의 수준급 작품들을 선보였다. 특히 토종개발사들을 위주로 동화판타지, 골프를 비롯한 다양한 스포츠 게임들과 매니아 장르로 한정됐던 무협시장이 큰 성공을 이뤘다. KRG소프트가 개발하고 엠게임이 퍼블리싱하는 ‘열혈강호’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폭발적인 상승세 속에서도 과감하게 오픈베타테스트를 진행, 첫 주말 동시접속자수가 4만명에 육박하는 대 성공을 거뒀다.

한편 ‘카트라이더’는 캐주얼 게임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며 ‘스타크래프트’를 제치고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PC방 전문 게임순위 집계 사이트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1주일간 FPS분야 순위에서 ‘스페셜포스’가 78%를 점유해 ‘카스’ 게임류인 스팀서비스(7%), ‘카스’(2%), ‘컨디션제로’(0.1%) 등의 총합을 크게 앞질렀다. 넥슨의 ‘비엔비’는 중국 동시접속자 70만명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해외시장에 대한 실적 역시 어느 해보다 풍성했다. 한국에선 올 들어 30여개 업체가 해외로 게임을 수출했고,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0만 달러 대였던 수출계약금은 ‘0’이 하나 더 붙어 100만 달러대까지 뛰었다. CCR의 ‘RF온라인’은 일본과 대만에 각각 150만 달러와 300만 달러를 받고 판매한 데 이어 중국의 완마네트워크발전유한회사와 600만 달러 수출계약을 맺었다. 단일 게임으로 1050만 달러 수출실적을 올린 것이다.

조만간 선보일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최근 계약금 6백만달러에 중국에 수출됐고 ,일본 대만 유럽 동남아 등지의 업체와도 수출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라스트 카오스’는 최근 대만에 2백50만달러, 중국에 3백만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수출됐다. ‘라스트카오스’나 ‘그라나도에스파다’·‘RF온라인’ 세 작품의 실적만으로도 이미 한국영화의 한 해 해외실적을 능가하는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토종개발사들의 저력은 비디오게임 분야에서도 톡톡히 발휘됐다. 특히 판타그램의 ‘킹덤언더파이어:더크루세이더즈’는 X박스 타이틀로 나와 전세계 30만장이 판매되며 국산 비디오 게임의 저력을 세계시장에서 과시했고, 국산 패키지 게임의 강자 소프트맥스의 ‘마그나카르타’는 일본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일본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퍼블리셔들의 ‘비리비리’했던 행보
퍼블리셔들의 움직임이 어느 해보다 많았지만, 뚜렷한 실적이 없었던 것도 올해의 특징이랄 수 있다. NHN이나 엠파스·다음·야후·파란닷컴·SK커뮤니케이션즈·하나포스 등 기존 대형포털들의 게임 퍼블리싱 움직임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거대자본과 기존 회원수에 많은 중소개발사들이 기대를 걸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게임과 단순 퍼블리싱 사업은 별개라는 결과만을 얻은 한 해였다. 올 한 해 동안 이들 대형 포털들에게서 눈에 띌만한 ‘히트 퍼블리싱작’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 같은 대형사들의 가세로 게임 마케팅 비용만 ‘대폭 뛰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고, 향후 당분간은 대형 마케팅 또한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존 자사의 거대 유저층만을 믿고 게임사업에 뛰어들었던 포털들이 제대로 ‘물을 먹은’ 한 해라는 평도 우세하다. 즉 게임유저와 포털유저 간의 개념구분이 명확하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인 것.

NHN의 경우 베타테스트 중인 MMORPG인 ‘아크로드’와 3D골프게임 ‘당신은 골프왕’ 게임에 대한 사업권을 지난달 설립된 NHN게임스에 79억원에 양도키로 결정하며, 그간의 움직임에 대한 빠른 성찰을 겪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들은 올 해의 ‘쓰디 쓴’교훈을 바탕으로 2005년도 새로운 진형을 꾸릴 계획이다. 야후 역시 올해 중반 게임팀을 전면 새로 개편하고 외부 게임 전문 인사들을 새로 영입하며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엠파스의 게임나라 또한 게임계의 전문 이사급 인력들을 최근 대폭 보강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음게임 역시, 게임사업팀을 완전한 독립체계로서 굳혔다. 인터넷포털 파란(www. paran.com)을 운영하는 KTH가 올해 게임사업 적극 뛰어들고, 2005년을 향한 지속적 ‘보수’를 단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KTH는 기존 포털사업팀에 있던 게임사업팀을 게임사업본부를 확대 개편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고, KTH는 확대개편한 게임사업본부를 초기에는 게임사업팀과 게임개발팀 중심으로 운영하되 조직을 점차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KTH의 이같은 행보는 그동안 수차례 기획단계에서 추진돼왔던 KT그룹의 게임사업 진출이 본격화되는 수순으로 풀이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물론 대형사들이 게임업계에 눈을 돌려 사업군이 확대됐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 효과”라면서 “하지만 기존 사업과 게임사업간의 명확한 구조와 분위기 이해 없이는 내년도 올해같은 퍼블리셔들의 고전은 계속될지 모른다”고 충고했다.

‘RF온라인’ 가격파괴· 부분 유료화 바람
이미 월정액 유료화로 자리를 잡은 ‘리니지’·‘뮤’ 등이 전체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게임들의 가격정책이 이슈를 부른 한 해였다. 특히 CCR의 ‘RF온라인’은 월 1만6500원의 저가 정책으로 유료화에 성공했고, 대부분의 개발사들은 ‘부분유료화’모델로의 길을 걸었다.
특히 올해는 보드게임이나 캐주얼 게임뿐만 아니라 MMORPG에서도 상당수 게임들이 부분유료화를 하기 시작했다.

‘산업군’으로 거듭나는 ‘이정표’ 찍은 한 해
올해는 더불어 ‘게임’이 하나의 산업군으로서 자리매김 하는 큰 ‘이정표’를 남긴 해다. 문화관광부의 ‘게임산업진흥법(이하 진흥법)’이 지난 9월 초안이 발표되고 입법예고까지 마친 상태고, 올 4월 업계인들을 중심으로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공식 출범했다. NHN 등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20여개사가 참여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KAOGI)가 지난 4월 28일 출범, 게임산업의 위상확립과 게임 관련 정책 대안을 제시한 것.

또한 지난 1일 게임강국 한국의 위상에 어울리는 동북아시아 최대 게임행사인 ‘글로벌게임엑스포·G★(지스타)’ 조직위원회가 출범됐다. 기존 대한민국게임대전(KAMEX), 한국국제엔터테인먼트산업전시회(KOPA) 등 각종 게임 관련 행사를 아우른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모바일게임협회가 공식적 사단법인으로 출범하며 모바일업계의 공식적 목소리를 내기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특히 게임산업진흥법은 기존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서 게임에 관한 법률이 독립적 영역으로서 분리되는 성격이 강하다. ‘게임’이라는 독자적 주어를 통해 하나의 독립적 산업군으로 인정받는 의미 있는 일임에 분명하다.

이전 5월 정보통신부의 ‘리니지2’에 대한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 시비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고, 이후 문광부와 정통부의 업무조정과정까지 거치며 ‘제대로 된’ 법안으로서의 초입다지기에 돌입한 것. 하지만 아직도 향후 방향성에 대한 각계의 목소리가 엇갈리며 불협화음을 만들고 있는 상태로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할 수 있는 법안마련 또한 시급한 단계다.

e스포츠 10만관중 시대 - 정부에서도 e스포츠 활성화에 앞장
지난 7월17일 부산광안리는 ‘스타리그’에 10만 인파로 몰리는 장관이 펼쳐졌다. 한빛스타즈와 SK텔레콤 T1의 1라운드 결승전을 보기위한 관중들. 이에 한국 e스포츠리그의 저력을 확인한 정부측에서도 국내 e스포츠의 체계적 발전을 위해 ‘e스포츠 발전포럼’을 구성했으며, 각 당의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치계의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더불어 올 한해 e스포츠 비약적인 발전에 대기업들의 참여 역시 한 몫을 했다. SK텔레콤이 지난 4월 동양 오리온스 프로팀을 인수해 ‘T1’팀으로 창단했다. 이로써 99년 ‘매직앤스’를 창단한 KTF와 함께 본격적인 대기업 스폰서구도의 e스포츠 시장을 형성했다. 이어 7월 팬택앤큐리텔이 ‘큐리어스’ 팀을 창단했으며, 삼성 ‘칸’ 도 게임팀에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다.

LG나 현대 등 또 다른 대기업에서도 게임단 창단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최근 여성리그가 1년여가 넘는 공백을 깨고 새롭게 부활하며 주목을 받고 있는 점도 올해 프로리그 성과 중 하나다.

‘주인’ 많이 바뀐 한해
갑신년 게임업계는게임시장 참여자들의 물갈이가 유난히도 많았던 한 해였다. 크게는 ‘오너‘와 ‘CEO’로 살펴볼 수 있다. 오너, 즉 실질적 주인이 바뀐 대표적 기업은 조이온과 이네트·프리스톤테일·넷마블·KRG소프트·액토즈소프트 등으로 인수·합병이나, 변칙상장 해외기업 피인수 등이 대체적 이유였다.

한편 CEO가 바뀐 기업의 경우는 넥슨·NHN·웹젠·엠게임·CR스페이스·스타일네트워크 등이다. 이들의 경우는 경영권의 변화나, 조직의 실무적 움직임이 크게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 역시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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