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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프로젝트 제3탄 ‘ 국내 게임계를 움직이는 마이더스들’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5.02.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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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그래픽은 유저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뛰어난 게임성은 유저들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낸다. 그러나 게임은 풀 하모니 오케스트라와 같은 것. 아무리 뛰어난 요소들이 부각된다할지라도 그것만으로 명작이 될 수는 없다.

절묘한 조화를 이뤄내지 못한 영화 같은 그래픽은 곧 실증으로, 뛰어난 게임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루함으로 변질되는 사례를 이미 여럿 목격하지 않았던가. 이를 타파할 키워드가 바로 게임 사운드와 시나리오다. 묵묵히 이 분야에 전념하고 있는 국내 대표 개발자들을 가늠해봤다.

명작의 숨은 공로자 ‘사운드’
공포영화는 매력 이상의 마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볼륨을 끈 상태로 접하는 공포영화는 더 이상 찌릿찌릿한 공포를 전해주지 못한다. 이는 인간이 오감을 통해 사물을 인지하고, 느끼기 때문이다. 한 가지 수단이 아닌 다양한 수단들이 점차 추가될수록 더욱 몰입하고 감명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게임이라고 하여 예외일 수는 없다. 때론 격렬한, 또 때론 감미로운, 혹은 장엄하고도 웅장한, 적재적소에 배치된 백그라운드 뮤직들은 게임의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동시에 감흥을 자아내는 원동력이 된다.

뛰어난 그래픽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주고, 게임의 분위기와 세계관을 무형의 그것으로 표현하는데 있어 사운드만한 것이 없다. 게임이 개발될 당시만 해도 포함되지 않았던 사운드가 이제 게임의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분명 이 같은 이유가 있다. 평작을 수작으로, 수작을 다시 명작의 반열에 오르게 만드는 개발 분야. 이것이 바로 게임사운드인 것이다.

게임의 기본 뼈대 ‘시나리오’
게임 시나리오. 롤플레잉 게임 장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이다. 감동적인 스토리와 반전을 통해 긴박감을 연출하는 시나리오들은 지루한 반복에의 전투에 시원한 청량음료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게임을 만들기 위한 가장 밑바탕이자 근간인 시나리오. 하지만 온라인게임, 특히 MMORPG에서 시나리오는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다. 시나리오 자체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개발자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어느 시나리오 담당 개발자의 말처럼 시나리오가 빠진 MMORPG는 전투시스템이 포함된 채팅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가 없다. 이는 시나리오를 게임에 제대로 접목시키지 못한 연출자의 몫일 뿐이다. 실제로도 시나리오를 게임에 제대로 접목시키지 못한 대다수의 국, 내외 온라인게임들은 초반의 호기심이 충족된 이후, 별반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시나리오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시나리오야말로 무한 즐거움의 핵심이자, 게임성 극대화의 초석인 까닭이다.

언더그라운드 개발 분야
게임사운드와 게임 시나리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게임의 생명을 연장해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만능키라는 점이다. 하지만 대다수 개발사들은 결코 이 두 분야를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 게임 사운드팀을 구성하기보다는 게임과는 별반 관련이 없는 외주 사운드 업체에 게임 사운드를 일임한다. 제대로 된 게임 사운드가 나올 수 없다.

게임의 분위기도, 세계관도, 배경조차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작곡은 분명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시나리오 역시 마찬가지다. 대다수 개발자들이 게임 시나리오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간혹 인지했다손 치더라도 퀘스트를 통한 맛보기식 정도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획자가 시나리오 분야까지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 시놉시스에 대한 개념도, 플롯에 대한 정립도 없다.

물론 게임 사운드와 시나리오를 전문적으로 양성할 교육 기관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개발자들의 8할 이상을 차지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프로그래머들 앞에 사운드와 시나리오 개발자들은 그저 언더그라운드 개발자로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운 우리들의 현실이다. 게임 사운드와 시나리오 담당자가 유독 부각돼야만 하는 결정적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경향게임스 선정 사운드, 시나리오 부문
+ 선정기간 : 1월 18일부터 23일까지 총 6일간
+ 설문대상 : SD엔터넷, 액토즈소프트,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엠게임, 프리스톤, 다음게임, 윈디소프트, 그라비티, 태울 엔터테인먼트, 엔씨소프트, KRG소프트, CCR, 조이온, 나코 인터랙티브, 소프트맥스, 동서게임채널, 넥슨, 네오위즈, 웹젠, 가마소프트, 판타그램, 엠파스 등 국내 대표적인 게임개발업체 개발자 173명(최대 3인까지 중복 가능)
+ 조사방법 : 서면을 통한 설문 및 미팅(자사 게임 개발자 제외)
※ 절대 다수의 개발자들이 설문의 답변으로 누구가 아닌, 어느 게임의 담당자라는 형식으로 답변했음을 밝힌다.

≫ [게임계의 만능엔터테이너 권민관] “A3는 북구유럽 신화가 기반이죠”
■ 프로필
+ 1977년생
+ 2001년 A3 기획, 시나리오 담당
+ 현재 애니파크 개발실장

“인간을 위해 싸움을 시작했으나 인간을 죽음으로 이끄는 변질된 인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죠. 유저들에게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스스로 내면을 살펴볼 수 있도록 8개월에 걸쳐 시나리오를 작성, 수정했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입지가 커질수록 더욱 매니아적인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적절히 가미할 수 있어야 하겠죠.”

권민관 실장은 참으로 생뚱맞다. CF를 통해 모습을 드러낼 때의 장난기 가득한 모습과 게임 시나리오를 통해 인간 내면의 철학을 이끌어 내려한 시도. 어느 것이 그의 진정한 내면의 모습일까. 현재 그는 오는 7월 시나리오가 마무리되는 A3가 아닌 새로운 게임에서 시나리오를 강조할 계획이다. 그는 말한다. 파이날판타지 온라인처럼 시나리오의 즐거움이 강조된 게임을 기필코 만들고 말겠노라고. 총 53표를 획득했다.

※ 게임 내 명대사
권력을 쫓는 인간과 권력 때문에 추구하던 이상을 저버린 인간들의 대화
“당신의 검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아는가”

≫ [게임시나리오의 히딩크 이원] “마비노기는 켈트 신화에서 아이디어 얻었죠”
■ 프로필
+ 1974년생
+ 1994-1996 불기둥 크레센츠 설정 및 시나리오 1999 손노리 페이퍼크래프트 이벤트 기획
+ 2001 제 1회 한국 SF 컨벤션 기획단 2001-2004 마비노기 설정 및 시나리오
+ 현재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 기획팀 주임

“게임 시나리오가 소실이나 영화와 다른 점이라면 게임의 완성을 고려하고 써야 한다는 점이죠. 게임 시나리오는 게임을 통해 얻는 경험의 가이드라인이거든요. 게임의 진행은 물론, 유저들의 느낌을 고려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만 하죠. 이는 유저가 게임을 통해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선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호기심 넘치는 스토리를 충족시킬 수 없다면 맥이 빠지게 되겠죠. 아울러 게임은 저 마다의 기준이 잘 드러나는데 반해 소설이나 영화는 불가능하거든요. 이러한 부분까지도 염두에 두어야만 합니다.”

넥슨의 새로운 간판게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마비노기의 시나리오 담당자 이원. 그는 마비노기의 시나리오를 통해 유저들에게는 감동을 자아낼 스토리 연구에 몰두 중이다. 물론 차기작의 메인 스트림 시나리오와도 연동시킬 계획임은 당연지사. 마비노기를 가리켜 어느 개발자는 이렇게 말한다. “다양한 아이디어의 산물”이라고. 총 득표수는 47표.

※ 게임 내 명대사
루에리와 리안의 회상 대사 “콧등 시큰하지 않으셨어요?”

≫ [시나리오의 연금술사 이주환] “전체적 컨셉을 융화시키는데 초점 맞췄죠”
■ 프로필
+ 1997 판타랏사 레벨디자인 및 시나리오
+ 1998 서풍의 광시곡 레벨디자인 및 퀘스트제작, 템페스트 레벨디자인 및 시나리오
+ 1999 창세기전3 레벨디자인 및 시나리오
+ 2000 창세기전3 파트2 레벨디자인 및 시나리오
+ 2001 마그나카르타 시나리오
+ 2004 마그나카르타-진홍의 성흔 시나리오
+ 현재 소프트맥스 시나리오 담당자

“마그나카르타-진홍의 성흔은 부활과 재생, 그리고 갈등의 극복이 시나리오의 중심입니다. 여기에 2001년 9.11 사태 직후 한창 흉흉하던 시대적 상황을 게임에 반영해보고자 노력한 것이 사실입니다. 시나리오 내에서 적대시하는 두 종족의 갈등과 이를 극복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한 감동을 담아내고자 노력했죠.”

게임 제작이라는 과정이 공동작업인 만큼 어느 한 파트의 의지가 프로젝트를 의지한다고 볼 수는 없음을 강조하는 이주환 시나리오 담당자. 이는 다른 팀과 시스템이나 실무적인 이유로 시나리오를 수정할 때가 많은 동시에 다른 팀을 설득해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게임 시나리오에 대해 함께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하는 그의 명쾌한 답변이야말로 소설과 게임 시나리오의 가장 차별화 되는 부분이 아닐까. 현재 그는 ‘마그나카르타-진홍의 성흔’과 연동되는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이라고. 총 30표 획득.

※ 게임 내 명장면
게임 중반부에 주인공 칼린츠의 본부인 혈루가 습격을 받아 동료인 레하스가 장렬히 전사하는 씬.

≫ [사운드계의 음유시인 유찬모] “오투잼은 경쾌한 음악 위주로 작곡했죠”
■ 프로필
+ 1977년생
+ 1996 서울 재즈 아카데미 작편곡 1기, X-PAM(전문 작편곡팀)
+ 1997 작편곡 데뷔작(사준의 With you), CMMUSIC 기획 JUKBOX 락 옴니버스 앨범 작곡 및 전체 프로듀싱
+ 1997-1998 조선음향 프리랜서 작곡 및 편곡
+ 1997-2000 GMC Entertainment(model line 음반기획 및 에이전트) 전속 작곡가
+ 1997-2002 메이저 기획사 및 신생기획사 가수 선발 및 프로듀싱
+ 1998 밀레오레 개업행사음악, 외환은행 로고송, 연극음악 작업
+ 1999 서울경찰청 주제가 작편곡
+ 2000 KBL(한국농구리그) 개막 오프닝 행사 음악
+ 2001-2 SM Entertainment 프리랜서 작편곡 프로듀싱
+ 2000-2002 CISOFT 음향 및 음악 담당, 넷마블 게임 BGM
+ 2002-2004 Mjoynet 모바일 게임 음악, 음향 및 홍보 동영상 음악, 음향 작업
+ 2003-2004 오투잼 및 드로이얀, 리펜트, 나이트온라인, 웜즈아쿠아, 얍카 등 60여개 게임음악 담당
+ 현재 엠게임 음향 및 음악 담당 프로듀서

“계산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심금을 울리는 사운드야 말로 가장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거창하게 음악을 포장하기보다는 짧은 시간 동안 내에 기승전결식 구조를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게임음악만으로는 어떤 감동을 자아낼 수는 없습니다.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운드를 제작하는 선에서 만족해야하는 경우가 대다수죠. 게임 사운드란 게임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일종의 감초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말은 쉽지만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코 좋은 게임음악은 나오지 않겠죠.”

그가 생각하는 게임 사운드란 MMORPG나 보드게임, 음악에 특화된 게임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게임의 색깔을 제대로 찾아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오투잼을 통해 비트매니아나 DJ맥스 같은 게임들을 만들기 위해 매진중이다. 게임 사운드 분야의 경우, 다양한 게임들이 선정됐지만 대다수의 게임들은 외주로 작업된 만큼 이번 기획에서는 제외시켰다. 총 94표 획득.

≫ [세계적인 게임 사운드 개발자] 빌 브라운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유명한 ‘리니지2’의 게임 사운드는 세계적인 게임 및 영화음악 작곡가 빌 브라운이 담당했다. 빌은 이미 ‘레인보우식스’와 ‘C&C 제너럴’, ‘고스트 리콘’ 등의 유명 게임을 제작한 게임 사운드 전문가. 그는 ‘리니지2’ 게임음악을 통해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방대한 스케일의 서사적 판타지 음악을 작곡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노라고 말한다.

영화를 보듯 다채롭고 스펙터클하게, 다양한 악기를 사용해 오케스트라의 느낌이 나게 그리고 풍성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한 그의 노력은 게임 내에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첨가해 재미를 잃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빌이 말하는 게임사운드의 정의는 의외로 간단하다. 게임을 보다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환상이나 상상을 더 실감나게 만들어 주는 것. 게임 사운드말로 모든 것을 초월해 유저들과 교감할 수 있는 최고의 언어인 까닭이다.

≫ [영화음악 전문 작곡가] 하워드 쇼어
웹젠의 차기작인 ‘썬’의 게임음악을 담당한 하워드 쇼어. 그는 게임 사운드 전문 작곡가라기보다는 영화 음악 전문 작곡가에 더 가깝다. 이미 ‘양들의 침묵’과 ‘패닉룸’,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통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바 있는 역량 있는 작곡가인 까닭이다. 또한 그가 최초로 선보이는 게임 사운드인 ‘썬’은 그에게 있어 영화음악과는 다른 새로운 분야에의 도전이다.

작곡은 아이디어에서 비롯되는 만큼 영화나 게임분야 역시 크게 다를 것 없다고 강조하는 하워드. 실제로 그는 게임 사운드를 통해 게임의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느낌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게임 사운드를 제작하고 있다. 영화적인 기법의 그래픽처럼 영화 음악과 같은 형식의 사운드도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 영화든 게임이든 스피커의 볼륨을 끄고 즐긴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콘텐츠라고 정의라고 말하는 그는, 현재 게임 ‘썬’에 어울리는 게임 사운드를 위해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윤아름 기자|imor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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