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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대결 그 끝은?] 범죄 면허를 발급받은 악인들의 죄목 공개 <1>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5.11.0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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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악인을 찾아라!
선과 악의 대립은 이제 진부하리만큼 따분한 소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태동부터 시작된 선과 악의 편 나누기 경쟁은 지금까지도 드라마와 영화, 소설과 만화 등 다양한 문화 속에서 끊임없는 대립각을 이뤄내고 있다. 게임 역시 예외는 아니다. 게임사에 있어 선의 존재보다 더욱 부각된 것이 악의 존재였으며, 악인이라 불리는 또다른 주인공들은 지금도 계속해서 탄생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묵묵히 자신의 맡은바 악행을 일삼고 있는 악인들. 이들에게 있어 죄목은 훈장과 같다.

우리는 또다른 주인공!
사우론이 등장하지 않는 ‘반지의 제왕’을 상상해 봤는가. 테러리스트들이 등장하지 않는 ‘레인보우 식스’를 상상이나 해봤는가. 이처럼 악이 존재하지 않는 게임은 ‘전략 없는 시뮬레이션’보다도, ‘스토리 빠진 롤플레잉’보다도, ‘타격감이 미흡한 대전게임’ 보다도 흥미를 자아내지 못한다. 악의 존재는 게임성을 드높이고, 게임에 생명력을 더하는 ‘필수조건’인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자칫 지루해기지 쉬운 게임에서 이들이 가진 악행들은 유저들의 분노와 정의감을 눈뜨게 하며, 게임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이끌어낸다. 다시 말해 모험을 떠나게 되는 이유를 제공하고 영웅 탄생의 대의명분뿐 아니라, 유저들의 감정 도화선에 불을 질러 만족이라는 과실을 얻는 밑거름 역할을 수행한다 하겠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악행을 저지르는 악인들이야말로 또다른 주인공이 아닐까.

악인들의 변신은 무죄!
문화는 시대를 반영한다. 게임에 등장하는 악인들 또한 각 시대를 반영하는 센스를 지니고 있다. 냉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1980년대에는 러시와가 악의 축으로 등장한 게임들이 다수 선보였으며, 911테러 직후에는 테러리스트들과의 전투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게임들이 유행했다. 이라크 전쟁 직후에는 사담 후세인이 악의 축 역할을 도맡아했는가 하면, 소말리아 전쟁의 배후 역시 게임의 소재로 적극 활용됐다. 당장 북한의 핵무기 보유 논란이 뜨거워지자, 북한을 소재로 한 게임들도 여럿 선보이지 않았던가.

이뿐이 아니다. 오다 노부나가와 같이 실제 역사적인 사건의 핵심 주동 인물들도 게임을 통해 재조명, 악인으로 부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이미 알고 있는 인물을 통해 유저들에게 보다 강하게 어필함으로써 게임성을 강조하는 사례에 속한다. 하지만 일부 게임에서는 허위 사실을 통해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는 대상을 악으로 규정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 일본의 영토였던 독도를 대한민국에서 침공했다는 내용이 그것. 이처럼 일부 잘못된 선, 악의 개념이 존재하기는 하나 결국 게임은 시대뿐 아니라, 역사성까지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강하되 수동적인 악인들!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악인들은 몇 가지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상을 뒤엎을 만큼 강한 권력 혹은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배경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된 게임이 손에 꼽을 만큼 적기는 하나, 그것이 무엇 대수겠는가. 이들의 강력한 힘이야말로 말초적 도전욕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가 아니겠는가. 또 하나의 특징은 엄청난 야욕 이후, 주인공과 관계된 약간의 액션 외에는 더 이상의 별다른 악행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공주를 납치한 이후 막강한 세력을 바탕으로 사전에 공주를 구할 용사들을 뿌리 채 뽑아 버리거나 혹은 악의 화신이 보스로써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직접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게임성이나 밸런스에 크나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겠지만, 이런 점에서 볼 때, 세계를 장악할 때만큼의 현실성은 돋보이지 않는다. 당장 생각해보아도, 무엇 때문에 납치했는지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이것이 대표적인 악인들의 특징이라 하겠다.

≫ 시티 오브 히어로
+ 피고 : 네메시스
+ 주요 죄목 : 반란죄, 폭행, 기물파손 등
+ 최종 판결 : ★★★★★(법정 최고형)
엔씨소프트의 ‘시티 오브 히어로’는 전형적인 선과 악의 대립을 다루고 있다. 네메시스가 이끄는 범죄 조직과 결탁한 정치가들로 인해 부패가 극에 달한 파라곤 시티. 자연, 시민들의 삶은 고달파질 수밖에. 영웅은 난세에 탄생한다고 했던가. 결국 악의 축 네메시스를 통해 영웅들이 일어설 최적의 조건이 완성된다.

▲ 절대 악 네메시스
네메시스 역시 히어로의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로 설정돼 있다. 스스로의 힘에 심취한 네메시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파라곤시티를 점령할 결심을 하게 되고, 이를 위해 끊임없는 악행을 저지르게 된다. 그의 죄목은 폭등을 일으켜 파라곤시티를 무력으로 점령한 반란죄. 여기에 시민들에게 휘두른 폭력죄에 공공기물 파손죄도 결코 빼놓을 수는 없는 중죄.

▲ 죄목에 따른 법조항
반란죄의 수괴는 사형에 처해지도록 규정돼 있다(7·8·10조). 또한 네메시스의 경우 단체를 상대로 상해를 입힌 만큼, 단순 폭력이 아닌 특수폭행죄(261조)에 해당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여기에 상습적인 폭행인 까닭에 가중 처벌 또한 피할 수 없다(264조). 이 밖에 기물파손은 형법 제 366조(재물 등 손괴죄)에 해당돼 또다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 하프라이프
+ 피고 : 미 정부
+ 주요 죄목 : 국민의 알권리 무시, 단독 판단 하에 군대 파견, 은폐죄 등
+ 최종 판결 :★★ (벌금 및 징역형)

최고의 1인칭 슈팅게임이라 불리는 ‘하프라이프’ 역시 절대 악이 등장한다. MIT에 재학 중인 고든은 실험 도중 사고로 인해 외계 생명체들이 난입하자, 이들을 제압하고 나아가 외계의 마왕 나할란쓰와 진검승부를 펼치게 된다. 그러나 나할란쓰는 외계에서 지구를 침공한 것인 만큼, 폭력 및 기물 파손 외에는 별다른 법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 정부를 법의 재판대 위에 올려봤다.

▲ 파렴치한 미 정부
게임의 배경이 되는 블랙메사 연구소는 미 정부가 불온전한 연구를 통해 국가 차원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설립됐다. 그러나 실험 도중 사고가 발생, 포탈이 열리게 되며 외계 생명체들이 출몰하자 미 정부는 이를 완벽히 은폐된다. 결국 미 정부는 증거를 인멸하고, 은폐 및 은닉한 것을 필두로,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법체계를 무시한 군대 파견 등 적지 않은 죄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죄목에 따른 법조항
미 정부의 가장 큰 죄목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은닉죄에 해당된다.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은폐죄에 해당하는 국민을 기망한 사기죄(형법 제347조 1, 2항)부분에서도 법에 저촉된다. 이는 허위 정보 또는 부정한 사실을 유포하여 이득을 취하는 것은 명백히 법률상에 위배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윤영진 기자|angp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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