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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ing people] “‘통통 튀는’ 게임인을 만나다, ‘게임은 내 운명’” <2>

  • 유양희 기자 y9921@kyunghyang.com
  • 입력 2005.11.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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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리그 | 국내 공인 1호 e-스포츠 ‘심판’ 김철] “세계 최초의 e-스포츠 ‘심판’ 자부심 느낀다”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장,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리고 조용히’ 리그장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e-스포츠 ‘공인 1호’ 심판인 김철(33) 주임이다. “아직은 프로리그 팬들도 e-스포츠에 심판이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시는 분이 많아요. 제가 무대 주변을 서성거리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는 분들도 많고…(웃음).” ‘4개월 여의 기간이 4년 같았다’는 농담으로 말문을 연 김 심판. 그의 농담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바로 ‘처음’ 서는 자리라는 대목에서 백 번 이해가 된다. 팬들과 업계, 그리고 향후 e-스포츠 심판의 위치에 대해 하나부터 초석을 다지는 위치가 바로 ‘1호’에게 주어지는 책임이기 때문이다. 아직 두 계절을 채 지나지 않은 시점, 춘추용 ‘파란잠바’가 심판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소품(?)’ 이라는 것 역시 e-스포츠 심판의 현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례다.

지난 6월 ‘1호 심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프로리그 장에 파란잠바를 입고 등장한 김철 심판. e 스포츠리그가 매년 폭발적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각종 경기가 매주 끊임없이 많은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김 심판 역시 그렇게 무수한 스타리그에 박수를 치고 가슴을 설레던 한 사람의 팬이었고 또 유저였다. “‘스타크래프트’가 제 인생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학 때 처음 ‘스타’를 즐기게됐고, 이런 세계가 또 있구나 처음 눈을 떴으니까요.” 이후 ‘미치도록’ 좋았던 ‘스타’라는 게임이 김 주임의 직업이 된 계기가 바로 그랬다.

‘스타’ 전적은 480승 120패 정도다. 게임을 한창 즐기던 때는 모네타배 직장인 스타리그에서 준우승을 따기도 했고, 전자랜드배 게임에서 신정민 선수와의 경기에서 아쉽게 패한 이력도 있다. “나이가 조금만 더 어렸어도, 프로게이머 선수로의 꿈을 져버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김 심판은 ‘접은 꿈’에 대한 애틋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런 부분에서는 심판직을 맡은 이후 오히려 실제 게임을 즐길 시간이 줄었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김 주임은 지난 2001년에서 2003년까지 현재 지오팀의 코치를 맡았다. ‘게임단’이란 개념조차 희미하던 시절부터 스타리그에 이미 몸담았던 셈이다. “당시 코치를 맡았을 때도, 주변에서는 말들이 많았어요. 그런 직업이 있냐는 질문부터, 일정하지 않은 수입 때문에 집에서는 거의 ‘반백수’ 취급을 받다시피 했으니까요.”

그런 그가 다시 ‘e-스포츠 리그 1호 심판’이 됐다. 그리고 지인들의 반응은 코치를 맡았던 그때보다 더욱 각양 각색이다.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에게서 갑자기 소식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게임방송 TV에서 우연하게 카메라에 잡힌 저를 보고 연락이 오는 게 대부분인데, ‘아직도 게임 하냐’ 또는 ‘거기서 도대체 뭐하고 있는데 TV에 나오냐’는 질문들이죠(웃음).” 오히려 일정한 수입이 들어온다는 부분에 있어서 부모님은 좋아하신 단다. 하지만 김 심판은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스타’게임을 마음껏 느끼고 선수들의 숨결을 옆에서 바로 느껴가며 경기의 짜릿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심판에게 주어지는 연봉은 2천만원 내외. 경력에 비해 적은 연봉이지만, 그래도 연봉제도가 가능한 선까지 e-스포츠가 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김 심판은 놀랍다고.

“앞서 말했듯, 현재까지 스타리그에 있어서 ‘심판’의 위치를 정립해 나가는 단계기 때문에 해결해야 될 부분이 훨씬 많습니다. 실제로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라는 점에서 보다 체계화되고 독립적 위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요.” 실제 경기의 개인전의 경우 테니스나 골프 그리고 단체전의 경우 야구와 축구의 심판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중이다.

심판의 위치나 역할에 대한 부분과 심판위원회의 운영모델 같은 것을 실제 e-스포츠 리그로 이식해보겠다는 것이 김 심판의 포부다. 향후 전문화된 심판제도를 위한 ‘심판 라이센스’ 제도 확립 역시 1호 심판인 김철 심판과 이광수 심판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전문화된 심판제도를 마련해서, 기존 많은 스포츠 리그에서 심판의 역할이 확고해진 걸 모델로 삼아야죠. 이스포츠가 보다 스포츠 다운 길로 접어드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김 심판의 각오가 야무지다. 더불어 향후 ‘스타’외에도 점점 규모화 되고 있는 여타 게임 리그에도 공인심판이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게 현재 김 심판의 계획이다. ‘스페셜 포스’등 각종 리그가 가능한 게임들에서도 심판의 필요성이 부각 될 시기가 분명 필요해질 것이란 예상에서다. “‘네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란 말처럼, 국내 최초 그리고 세계최초 e-스포츠 심판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확실히 하겠다”며 김 심판은 환한 웃음을 짓는다.

[유저 | 게임캐릭터 코스프레하는 고2 소녀 강송지] “직접 게임 속 주인공이 돼 보는 재미 어때요?”
“게임 속 제 캐릭터와 동일시되는 기분 짜릿해요.” 고등학교 2학년의 강송지 학생. 그녀가 평범한 반 친구들 사이에서 유독 ‘독특한 학생’으로 눈에 띌 때가 있다. 바로 게임 ‘라그나로크’ 코스프레가 강 학생의 취미기 때문이다. ‘라그나로크’ 리비아 서버, 전승한 뭉크(챔피언), 98 레벨. ‘라그나로크’가 상용화됐던 시기부터 게임을 즐겨온 ‘고레벨자’다. 게임만을 즐기다 우연히 행사장에서 본 다른 코스프레 동호회 친구들을 보며, 자신도 직접 게임 속 주인공이 돼 보고 싶다는 욕심에 코스프레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 코스프레 의상을 제작해 입을 때 친구들도, 집에서도 모두 ‘이상한 눈’으로 봤던 게 사실이다. 쉬는 시간 ‘열심히’ 바느질을 하고 있는 그녀가 친구들 역시 이상했을 터. “처음엔 이상하게 보더니 같이 바느질 도와주면서 어느새 다들 신기해하고 관심있어 하고 그래요” 라며 활짝 웃는 강 학생.

“제일 보람 있을 때는 뭐니뭐니 해도 행사장에서예요. 제가 정성스럽게 만든 의상을 입고 뽐낼 때요. 사람들이 보면서 ‘아 저건 어떤 캐릭터다’라고 맞혀주면 그만큼 보람 있을 때가 있죠.” 코스프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어느새 동그란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한다. 현재 강 학생이 갖고 있는 의상은 15벌 정도, 의상마다 들어가는 시간과 돈이 다르기는 하지만 5만원에서 6만원 정도의 제작비가 들어간다. 여기저기서 모아진 재료들은 강 학생의 손을 거치면 금새 ‘환타지 속 주인공 의상’이 탄생한다.

학생에게는 물론 '부담'이 될법한 돈. 하지만 직접 만드는 시간 동안의 정성과, 그 정성들인 옷을 뽐낼 때 느끼는 기쁨은 돈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녀는 “리나포토라는 코스프레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학교 연극부 활동이 요즘 겹쳐져 조금 뜸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낸다. 직접 만든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어 간직하는 것도 코스프레의 또 다른 재미다. “코스프레를 시작하면서, 무대감독이 되고 싶다는 희망도 생겼다”며 다부진 포부를 밝히는 강 학생. “무대 감독이 되려면 학비가 많이 들어서 걱정”이라는 사뭇 진지한 고민이 그녀의 진지함을 말해준다.

연극과 코스프레 그리고 게임, 강 학생의 꿈을 키우는데 저 세 가지 키워드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다. 다양한 감각과 세세한 손놀림을 통해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게 그녀의 꿈이다. 강 학생은 “무언가를 정성 들여 만들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코스프레와 무대감독이라는 꿈이 닮아있다”고 어른스러운 설명을 덧붙였다. 게임과 코스프레, 연극으로 미래를 꿈꾸는 강 학생이 사뭇 부러워지는 이유는 뭘까.

사진=김은진 기자|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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