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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ing e-sports] e스포츠, 5대 아이콘을 찾아라 <2> ‘테란의 황제’…& 포스트 ‘임요환’ ②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5.11.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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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만들어낸 e스포츠 5대 사건
① 억대 연봉
‘나는 연봉킹이야.’ 그 누가 말했던가. 스포츠 스타의 위상은 ‘돈’이 말해 준다는 사실을. 지난 4월 임요환은 향후 3년간 5억 4천만 원이라는 기본 연봉에 매년 최대 8천만 원을 옵션으로 제공하는 조건으로 SK텔레콤 T1측과 계약했다. 한마디로 그가 최대 받을 수 있는 연봉 액수는 7억 8천만 원인 셈. 이는 작년 팬택앤큐리텔 큐리어스 팀 창단 시 이윤열이 받았던 연봉에 1억 이상 차이 나는 금액이다.

그가 갓 데뷔했을 당시 우승 상금으로 받았던 금액은 300만원. 프로게이머 사상 처음으로 1억 원 이상의 연봉 계약을 대기업으로부터 일궈낸 것도 임요환이다. 이후 앞 다투어 e스포츠에 몸담은 대기업들이 홍진호, 박정석, 이윤열 등을 자사 프로게임단에 입단시키기 위해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올해 임요환이 챙긴 수입원은 매해 가져가는 2억원 외에 지난 프로리그 전기리그 우승과 So1 스타리그 준우승 우승 상금 등 꽤 짭짤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의 비싼 몸값(?) 덕분에 꿈을 가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프로게이머의 신위는 더욱 높아져가고 있다.

② ‘임진록’, ‘황제의 눈물’ 등 드라마 제조기?
18번째로 진행될 차기 스타리그까지 포함한다면 임요환의 통산 출전 횟수는 13번이다. 여기에 결승까지 진출한 전례는 모두 6번이다. 그가 데뷔한 뒤 치러낸 경기 수만 해도 800경기를 곧 넘어갈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이다. 기록이 선수의 실력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 임요환이 이루고 싶어 하는 목표 가운데 하나는 스타리그 3회 우승이다. 온게임넷 스타리그가 치러지면서 최대 우승 횟수는 2회로 그 벽을 넘은 선수가 아직 아무도 없다. 지난 시즌 오영종과의 결승에서 그가 만약 승리를 장식했다면 스타리그의 모든 역사를 한번에 갈아 치운 셈이 될 뻔했다. 역대 2회 우승을 기록한 자는 임요환 외에 ‘가림토’ 김동수, 이윤열, 박성준(POS) 등이 있지만 e스포츠 팬들은 기록의 문을 임요환이 두들겨주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될 가능성 역시 기록이 말해주고 있다.

③ 스타리그 최다 출전
온게임넷의 엄재경 해설위원은 임요환의 경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임요환의 경기를 한번 보면 너무 재미있어서 빠져나오질 못한다. 어느 프로게이머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전략을 쓰기 때문이다. 경기를 하는 그의 모습 역시 흥미롭다. 경기가 시작되면 부드럽던 그의 눈이 갑자기 매섭게 변한다. 탁월한 ‘이미지 메이커’다.” 임요환의 라이벌은 누구일까. 스포츠 계에서 라이벌이란 서로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흔히 e스포츠 팬들은 임요환의 성과 홍진호의 ‘진’자를 따와 두 사람의 경기를 일컬어 ‘임진록’이라고 말한다. 원래 한 팀으로 활동하던 두 선수이면서 지금은 각자 경쟁사의 소속구단 멤버로 두 사람의 경기가 예정되어있다면 결과가 싱겁든 짜릿하든 ‘빅뱅’이라 불리며 모두의 관심을 끌어 모은다. 바로 여기서 e스포츠의 역사 하나가 더 쓰여지길 바라는 눈치. 둘의 전적 면에서는 임요환이 조금 앞서나가지만 선의의 경쟁관계로서 두 사람은 그 어떤 드라마의 주인공보다 뜨겁고 열정적이다.

④ e스포츠 홍보 담당자 ‘임요환’?
마니아를 위한 스포츠라고 일반 대중들이 여기던 e스포츠 초창기부터 정부의 눈을 이 곳으로 돌리게 한 현재까지 이들 사이의 다리 구실을 톡톡히 해낸 사람이 바로 임요환이다. T1의 프론트인 조만수 대리는 “임요환 선수 관련 취재 요청이 한달에 무려 수십 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공중파 모 프로그램들은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임요환이 공중파에 출연해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e스포츠 초창기에는 모 채널 아침방송에 출연한 임요환을 향해 ‘게임중독’에 대해 운운하는 등 이에 반발한 게임팬들의 대규모 사이버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임요환의 대외 활동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영화, TV 광고, 음반 참여 등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코드를 연결통로로 삼아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현 시대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렸다. 이에 대해 임요환은 “말을 잘 하는 편도 아니고 개인기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 게임을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능력이다. 대외활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e스포츠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좋은 환경 속에서 프로게이머들이 인정받길 원한다.”고 전했다.

⑤ 60만 팬클럽
“지금 내 나라의 대통령은 임요환, 한 분 뿐입니다.” 임요환의 경기가 있던 날, 관중석에 앉아있던 한 팬이 노트에 정성들여 쓴 치어풀 문구이다. 그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삼성동에 위치한 경기장에는 자리를 맡기 위해 당일 새벽부터 기웃거리는 팬들이 서성인다. 경기가 시작되면 사진기자보다 더 성능이 좋은 카메라가 삼각대에 고정돼 일렬로 임요환을 향해 주시하고 있다. 프로게이머 사이에서도 ‘4대 천황’이라는 말이 오갈 만큼 스타 선수가 많지만 임요환의 다음 팬 카페 회원수를 따라잡지 못 한다. 그의 팬 카페 회원 수는 한류열풍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욘사마’ 배용준의 일본 팬클럽 수의 비해 무려 6배 이상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이들이 보여주는 팬 문화는 일반 프로스포츠 구단이 갖고 있는 공식 서포터즈만큼 체계적이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긴다. e스포츠 속의 가장 돋보이는 문화는 바로 ‘100만 서포터즈’의 파이팅이다.

‘포스트’ 임요환을 찾아라
■ ‘천재테란’ 이윤열
임요환이 프로게이머가 된 뒤 꼭 달성하고 싶은 소원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것. 그런데 그것을 가장 먼저 이뤄낸 장본인은 따로 있었다. 어린 티도 갓 벗어나지 않은 스무 살 이윤열이 그 꿈을 세상밖에 드러냈다. 막내로 자라 철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임요환 자신이 이윤열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울 만큼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양대 리그의 탈락이라는 부진을 겪으며 올 한해를 마감했지만 아무도 그를 우습게 보는 사람은 없다. 침착하다 못해 차가울 만큼 승부에 대한 그의 자기 관리는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이제 임요환과 이윤열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린다. ‘스타리그 3회 우승의 영광을 위해’

[추천합니다!] 온게임넷 김도형 해설위원
완벽한 플레이어다. 한 치의 빈틈없이 경기를 해나간다. 경기 초중반의 모든 흐름을 알고 진행하기 때문에 지켜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든다. 사실 이윤열을 경기장 바깥에서 만난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은 한결같다. ‘너무 여리고 귀엽던데요.’ 가끔 그 말을 믿지 못할 정도로 이윤열의 집중력은 대단하다. 만약 그런 귀염성을 게임 속에서도 드러냈다면 그는 주목받지 못 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귀염성이 천성이라면 그가 겸비한 게임실력은 본능인 것 같다. 나 역시 임요환처럼 엄지손가락을 들 수밖에 없다.

■ ‘퍼펙트 테란’ 서지훈
프로게이머 가운데 절대 카리스마를 누리는 선수가 있다면 단연 서지훈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평가마저도 본인은 별 신경을 안 쓸 것을 알기에 더욱 그를 카리스마가 넘친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각자의 개성으로 똘똘 뭉친 GO 팀의 에이스이자 외국에서 널리 알려진 국가대표 선수이기도 하다. 근래에 서지훈 만큼이나 스타리그에서 꾸준히 자기 영역을 지키며 뚜렷한 성적을 남기는 선수는 거의 없다. 만약 GO팀의 안정적인 스폰서가 제공된다면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한 팀으로서 활약하게 될 것이라는게 e스포츠 관계자들의 예견이다. ‘퍼펙트’ 서지훈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추천합니다!] 에어워크 홍보실 강근석 실장
선과 악. 어느 스토리 구조에서나 가장 흥미 있는 소재는 바로 선과 악의 대결이다. 이 대칭이 완벽하게 이뤄지면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서지훈은 그 대칭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선수 가운데 하나다. 그의 경기 스타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기거나 지더라도 절대 웃음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간혹 비치는 서지훈의 웃음과 다정한 행동은 팬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인터넷에 간간히 돌아다니는 ‘서지훈 어록’을 보더라도 그가 어떤 사람일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단점으로 여겨질 수 있는 자신의 성격을 매력으로 승화시키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고나 할까.

■ ‘테란의 여왕’ 서지수
서지수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 가운데 꺼려하는 수식어가 있다면 그건 ‘여성’ 프로게이머라고 지칭할 때이다. 그녀가 패미니스트를 닮아서일까. 절대 아니다. ‘여성’이란 말로 국한시키면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문턱이 더 높아질까 염려해서이다. 그냥 프로게이머 서지수인 것이다. 여성부 스타리그에서 그녀는 다른 프로게이머들이 넘어야 할 벽이 돼버렸다. 각종 메스컴을 향해 임요환처럼 그녀가 주목받는 이유는 하나다. 실현 가능성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할 수 있다’고 믿는 도전정신. 그리고 반드시 이뤄내는 당찬 용기 말이다. 지금도 서지수는 한 발 앞으로 일보 전진하고 있다. “여자라고 절대 봐주지 마세요. 열 번 넘어지더라도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서 꼭 메이저리거가 될 겁니다!”

[추천합니다!] 게임TV 여성부 스타리그 성준모 해설위원, 기자
실수란 없다. 준비해온 대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 확실한 준비가 가장 큰 장점이다. 아마추어가 뒤섞인 여성부 스타리그의 특성상 선수들이 긴장으로 인해 자신의 경기를 그르치기도 하는데 서지수는 그렇지 않다. 여성 게이머들의 잔실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상황 대처 능력이 예리한 선수다. 여전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승부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고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게임 외적인 면에서는 자신의 여성스러움을 강조하지만 프로게이머로서는 누구보다 프로답다. 최근의 서지수의 움직임을 본다면 양방송사 스타리그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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