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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ing people] 게임 안에서 신체적 장애는 없다 <1>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5.12.0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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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희망 얻고 게임 안에서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그들
지구라는 행성에는 많은 부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과 검은 피부를 가진 사람, 키가 큰 사람과 키가 작은 사람, 날씬한 사람과 뚱뚱한 사람 등. 외형적인 모습만으로도 나열하기 힘든 부류의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는 곳이 지구다. 장애인들도 그런 부류 중의 한 사람이다. 단지 신체적인 특징이 남들과 다르다는 점 이외에는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비장애인들의 의식 속에는 자신들도 모르게 장애인들을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동정심’, ‘무시’, ‘불쾌감’ 등 아직도 사회 전반에 걸쳐 소외되고 있는 그들. 이런 그들에게도 절대적 평등 공간은 있다. 바로 게임 속 장소가 그곳. 자신이 즐기는 게임 안에서만큼은 하나의 유저로 인정받는다고 당당히 말한다. PK(게임 안에서 상대편의 캐릭터를 죽이는 일)를 당했을 때도 기분 상한다는 말 대신 비장애인과 같은 대접을 받아서 좋다고 말하는 그들. 수능으로 세상이 시끄러웠던 지난 11월 23일, 그들과의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 그들과의 특별한 좌담회
이들이 장애인들을 대표한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그들이 게임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장난기 어린 얼굴의 주인공 박민선, 학교에서 만능 게임짱으로 불리 우는 정다운, 웃는 모습이 누구보다 해맑던 심지용, 학교에서 얼짱(얼굴이 잘 생긴 사람)으로 통한다는 서기원, 순수 청년 박종완. 각기 다른 개성으로 게임에 대해 할말이 너무나도 많다던 그들. “오늘 몇 시간이나 진행하실 건가요. 저 할말이 많은데”라고 웃음 짓는 지용의 얼굴을 보면서 한껏 즐겁게 좌담회를 진행 할 수 있던 느낌이 들었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같이 온 선생님들이 “김기자님 이제, 가야 될 것 같은데요”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3시간 동안 우린 게임 이야기에 흠뻑 취했다.

+ 이름 : 박민선
+ 학교 : 삼육재활학교
+ 나이 : 17세
+ 즐기는 게임 : 프리스타일, 스타크래프트, 카트라이더
+ 신체적 특징 : 다리가 불편함
+ 게임 경력 : 제1회 전국장애학생 e스포츠 페스티벌 프리스타일 1위

+ 이름 : 정다운
+ 학교 : 삼육재활학교
+ 나이 : 19세
+ 즐기는 게임 : 스타크래프트, 피파
+ 신체적 특징 : 다리가 불편함
+ 게임 경력 : 제1회 전국장애학생 e스포츠 페스티벌 프리스타일 1위

+ 이름 : 심지용
+ 학교 : 삼육재활학교
+ 나이 : 16세
+ 즐기는 온라인 게임 : 카트라이더
+ 신체적 특징 : 뇌성마비로 팔과 다리가 불편함
+ 게임 경력 : 카트라이더 파란색 손가락

+ 이름 : 서기원
+ 학교 : 서울애화학교
+ 나이 : 18세
+ 즐기는 게임 : 스타크래프트
+ 신체적 특징 : 청각 장애로 말하는 것이 불편함
+ 게임 경력 : ‘2005삼성생명 장애인 게임대회’ 스타크래프트 종목 1위

+ 이름 : 박종완
+ 학교 : 서울애화학교
+ 나이 : 18세
+ 즐기는 게임 : 스타크래프트
+ 신체적 특징 : 청각 장애로 말하는 것이 불편함
+ 게임 경력 : 스타크래프트 베틀 넷 130승 60패(래더 승률)

≫ 그들이 말하는 게임과 나

① 게임 안에서만큼은 누구나 평등하다
온라인 상에서 모니터를 마주보고 앉아 게임에 몰입하면 신체적 장애는 그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되지 않는다. 당당히 게임을 즐기는 유저로서 비장애인과 다를 것 없는 동등한 입장을 갖게 된다. 게임은 그들에게 신체적인 평등뿐만 아니라 희망이라는 단어를 선물했다.

정다운 학생(이하 다운) : 스포츠를 좋아하는 편이다. 다리가 불편해지기 전까지 스포츠에 대한 열정 특히, 축구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컸다. 그래서 스포츠 게임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피파’의 경우 아직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 농구도 좋아한다. ‘프리스타일’의 경우 길거리 농구라는 특색을 잘 살렸고 실제로 내가 코트를 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최근 가장 많이 즐기고 있다. 맘껏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이런 게임들이 있어 위안이 된다.

심지용(이하 지용) : ‘카트라이더(이하 카트)’를 즐겨서 하는 편이다. 처음 접하게된 계기는 동생이 플레이하는 모습보고 알게 됐다. 처음 몇 번은 무심코 넘겼는데, 자꾸 보니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해봤다. 그리고 결과는 대 만족이었다. 아이템을 이용한 게임보다는 순수하게 실력을 견줄수 있는 스피드 게임을 주로 즐긴다. ‘카트’의 경우 어떤 특별한 조건 없이 유저의 실력에 의해 승부가 결정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템에서는 운이 작용하지만 스피드 전에서는 순수한 실력을 겨룰 수 있어 좋다.

박민선(이하 민선) : 일반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승부를 겨룰 수 있다는 것이 장애인들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신체장애가 모든 것의 장애로 이어질 수는 없다. 같은 입장이라면 비장애인과 견주어서 패하지 않을 자신 있다. 다리가 불편하지만 모니터에 앉는 순간 우리는 그들과 동등하다.

서기완(이하 기완) : 전략적인 부분이 좋아서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했다. 다른 게임에 비해 전략과 전술을 사용한 승부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듣지 못한다는 것이 비장애인들과 차이라면 차이지만, 연습을 통해 보완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본다. 그간 열심히 연습한 결과 베틀넷 서버에서 비장애인들과 겨루어도 쉽게 패하지 않는다. 게임을 좋아하는 열정 또한 그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박종완(이하 종완) : 게임 안에서 평등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게임은 즐기는 공간이지 평등을 위해 우리가 플레이하는 공간이 아니다. 물론 온라인이라는 공간은 남이 나를 보지 못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것이 평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게임은 게임이지 일상 생활은 아니다. 실력만 좋다면 그가 어떤 인물이든 상관없다.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② 평등이란 ‘권리’에 따르는 익명성의 ‘의무’
지난 2003년, A온라인 게임에서 장애인을 모독하는 발언을 한 유저에 대한 영구 계정 압류조치가 있었다. 비장애인 유저가 장애인 유저를 PK한 이 사건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체적 장애를 알고 심한 욕설을 한 것으로 시작됐다. 사건이 일반 유저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가해자에 대한 제재요구가 게시판을 메웠고 게임 안에서 피해자를 위한 농성이 계속 됐다. 온라인 상에서 신체적 장애를 밝힌 것에 대한 파장이 불러온 이 사건에 대해 그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지용 : 안 보인다고 해서 장애를 숨기지 않는다. ‘카트라이더’의 경우 한 게임이 끝나면 대화창에 많은 대화가 오간다. 이때 당당히 장애인임을 밝힌다. 내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그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바뀌지 않는 사실이다. 익명성으로 평등한 공간을 보장 받지만, 내가 인정하는 평등을 누리고 싶다. 비장애인과 게임 안에서 다르지 않는데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남이 나를 존중해주기 보다는 장애인인 자신이 먼저 사실을 받아들이고 남에게 다가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배웠고 그것을 실천할 뿐이다. 게임도 예외 일순 없다.

다운 : 지난 99년도부터 스타크래프트를 하기 시작했다. 배틀넷은 지난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매번 들어가는 채널이 있다. 같은 채널을 들어가다 보니, 비장애인들과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근방에 사는 유저들 사이에 현모(현실에서 직접 만나는 모임)를 하게될 기회가 종종 있다. 현모 이야기 전까지는 장애인임을 숨겼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현모 때 나가고 싶어도 갈 수 없던 적이 많았다. 최근 신체적 장애를 마지못해 밝혔던 적이 있다. 무시하거나 동정심을 보일 줄 알았던 내 생각과는 다르게 직접 차로 나를 데리러 오겠다는 유저가 있었고 용기를 내서 현모도 참석했다. 서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모두들 환대해줬다. 결국 내가 용기가 없었던 것이고 내 아집에만 사로 잡혀있던 것이 부끄러웠다. 지금은 1년에 1∼2번의 현모에 참석하고 있다.

민선 : 솔직히 물어보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는 편이다. 말하면 차별하는 사람이 많아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실력으로 승부하는 게임에서 내 신체적 장애에 대해 말해 득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다운이형 경험과 같이 이해해주는 비장애인도 있지만, 아직도 많은 비장애인들의 의식 속에 장애인이라는 편견이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 안에서만큼은 평등을 누리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기완 : 익명성은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있었던, ‘김일병 사건’, ‘개똥녀 사건’등을 보면서 그 생각을 더욱 굳혔다. 익명성을 가장해 남을 비방하는 것만큼 나쁜 것은 없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주장과 근거를 내세워 이것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배웠다. 게임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인 만큼 권리와 의무가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는 의무를 행할 수 있는 유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인식 개선이 된다면 떳떳하게 장애인임을 밝힐 수 있다.

사진=김은진 기자|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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