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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ing e-sports] e스포츠, 5대 아이콘을 찾아라 <4> 10만 관중, ‘그들의 영원한 함성소리’ ①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5.12.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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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부산 광안리 앞바다에서 열린 스카이 프로리그 전기리그 결승전에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수만명의 인파가 몰려 그야말로 ‘e스포츠 대성황’를 이뤘다. ‘e스포츠’란 말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할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해 바캉스 커플까지 파도 소리마저 잠재울만큼 우렁찬 중계진의 목소리에 다들 귀를 기울였다. 시청률 전문 조사기관인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온게임넷의 생방송 시청률이 케이블 가입가구 기준 평균 0.828%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케이블 최고 시청률의 투니버스(약 1.6%)나 프로 스포츠 케이블 채널 시청률(약 1~2%)에 비한다면 괄목할 만한 성장 수치이다. 국내 e스포츠 인구 1500만명. 위 수치는 한국 e스포츠 협회가 산출한 자료로 한 번 이상 e스포츠를 해봤고 경기를 본 사람의 수치이다. 우리나라 국민의(4829만명 기준) 3명 중 1명은 e스포츠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어느 광고 카피에 보면 이런 말이 등장한다. ‘처음 사랑 끝까지’ e스포츠가 부흥되기 위한 가장 확실한 카드는 이를 지켜보는 관중을 끌어오는 것이다. 1500만 명의 인구가 단지 숫자로 기록되기 위함이 아니라 ‘돌파’하기 위한 창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 5만 부산팬 ‘e스포츠, 환영해요’
2003년 ‘마이큐브 스타리그’는 지방투어의 첫 시작을 알렸다. 기본적으로 e스포츠는 게임의 특성상 실내를 벗어나서 경기를 진행한다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경기는 방송 스튜디오나 실내 경기장에서 치러지는 것이 예사였다. 실내의 단점은 관중을 끌어모으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당시 e스포츠 관계자들은 e스포츠 팬 규모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e스포츠의 성장 가능성은 게임 팬들의 관심도에 달려있을 터였다. 그 가운데 2001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코카콜라배 스타리그 결승전은 그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시켜준 최초의 경기였다. 이 날 현장을 방문한 관중수는 7천명으로 인기가수 콘서트에 동원되는 인원수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2년 뒤 열리게 된 ‘마이큐브 스타리그’는 서울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e스포츠가 음지에 숨어있던 지방 팬들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 이른바 e스포츠의 ‘지방투어 시대’를 만들어 낸 것. 부산 경성대 대운동장에서 벌어진 이 날 경기는 스타리그 8강전으로 대회 주최 측이었던 온게임넷은 특설 무대 설치 및 행사 준비에 1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부산 지역 게이머는 경기 전날까지 자원봉사단에 지원해 그 모집인원만 해도 1000명을 훌쩍 넘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이 날 행사를 주도했던 온게임넷의 위영광 PD는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지만 부산 팬의 열광은 그 이상이었다”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점입가경. 경기 당일 오전 11시부터 삼삼오오 몰리기 시작한 관중들은 경기 시작 시간인 7시까지 대략 5만 명의 팬이 운집해 당초 최대 2만 명의 관중을 예상하고 만든 관중석 때문에 주최측이 애를 먹기도 했다. ‘마이큐브 스타리그’ 8강전의 스타는 다름아닌 ‘박정석(구 한빛 스타즈, 현 KTF)’. 부산이 고향인 박정석은 이 날 경기에서 자신의 게임 아이디를 ‘부산 파이팅(Busan Fighting)’으로 사용해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이로써 박정석은 ‘부산불패’라는 닉네임과 함께 선수들이 지역 연고 중심의 팬층을 확보하는데 일조했다.

≫ ‘한여름밤의 꿈!’ 광안리 10만 관중
‘10만 관중이 모였다’하면 ‘헉!’하고 놀랄 일이겠지만 실제로 부산 광안리에서 그와 같은 인원이 운집했다. e스포츠 역사상 가장 많은 관중 수이기도 하며 마니아 스포츠로 여겨졌던 e스포츠의 대중화를 만들어낸 사건이기도 하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는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관중유치기록은 1만 6000명. 부산 광안리에서 운집한 관중수에 비하면 10분의 1을 조금 넘기는 수치이다. 공중파 방송인 SBS 스포츠 뉴스에서도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몰린 관중수와 비교하며 뚜렷한 차이를 보인 e스포츠에 대해 관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 날 벌어진 스카이 프로리그 2004 1라운드 결승전은 규모와 준비 면에서 역대 대회의 모든 수준을 넘어선 것이었다. 몰려든 관중 때문에 경기에 착오가 생길 것을 우려한 주최 측은 경기 시작 전 경찰 2개 중대를 긴급 배치하는 등 상황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온게임넷의 황형준 국장은 “e스포츠의 엔터테인먼트 적인 요소를 놓치지 않고 접근한 것이 광안리 결승전의 성공요인”이라면서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바닷바람의 시원함과 ‘스타크’에 열광하는 e스포츠 세대들의 열정이 결합된 행사였다”고 전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 날 벌어진 결승전이 총 5시간이 걸리는 등 자정을 넘긴 대사투였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관중석 어디에서도 빈 구석을 찾을 수 없었다. 당시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네티즌은 “어떤 스포츠에서도 볼 수 없는 이색적인 경기무대와 방식을 e스포츠가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온라인 문화에 근접한 요즘 세대들의 취향을 오프라인으로 드러낸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광안리 10만 관중 운집은 이후 e스포츠 성장세를 급격하게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e스포츠 리그를 후원하겠다는 대기업이 줄을 이었고 정부의 관심을 끌어내 연말에는 ‘e스포츠 정책간담회’를 통해 민자를 동원, 3년간 총 200백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특히 부산 광안리는 ‘e스포츠 축제의 메카’로 자리잡으며 지방 곳곳으로부터 e스포츠 대회를 열겠다는 러브콜 쇄도에도 불구 ‘유치 1순위’로 매겨지고 있다.

≫ 2006년, ‘허장성세’ e스포츠?
올 한해 진행된 지방 투어는 비공식리그를 포함, 수 십여 차례를 거쳤다. 작년 광안리 투어의 여파로 인해 관객몰이의 핵심이 된 것. 이로 인해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를 비롯, 부산, 광주, 대전, 대구 등 각 종 리그의 중요 경기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선점지역은 바로 부산. 야외 경기를 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이 갖추어진 곳이기도 하지만 지역별 e스포츠 팬 조사를 통해 부산이 서울 다음으로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한해 대부분의 야외 경기를 경상도 지역권에서 치렀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부산은 야외투어의 핵심 지역이다. 수차례 야외 경기 진행 때문인지 경기장소를 직접 찾는 관객수는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이유는 천편일률적인 야외투어 진행방식과 동일 장소 선정. 지난 8월 5일 해운대에서 열렸던 우주배 MSL이 대표적 희생양이다. 이 경기는 프로리그 전기리그 결승전이 끝나고 일주일 뒤에 벌어진 빅경기였다. ‘부산불패’ 박정석과 신예 마재윤(GO)의 대결로 관심의 대상이 됐지만 정작 현장을 찾은 관객수는 프로리그 결승전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설상가상으로 태풍이 불어 닥쳐 생방송 도중 30분간 전력이 끊기고 현장을 찾은 관중마저 자리를 뜨는 등 어려움이 뒤따랐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안전 대비책이 없었다는 것이 이 날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특별한 이벤트성 행사가 없다는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e스포츠 관계자는 “지방투어의 좋은 점은 만나기 어려운 선수를 팬들이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야외 경기는 실외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 뿐 스튜디오 경기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단언했다. 이에 방송사들은 야외투어에 앞서 가수를 섭외하고 개그콘서트를 추진하는 등 경기 외 볼거리를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 역시 틀에 박힌 이벤트 문화일 뿐이다. e스포츠 팬들의 성향을 조사하고 이전 경험을 토대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지 않는 한 내년 시즌의 ‘10만 관중 신화’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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