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Connecting E-sports] e스포츠, 5대 아이콘을 찾아라 <5> 세계 게임 대회부터 2008 베이징 프레올림픽까지 ①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5.12.19 09:37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타 프로스포츠가 수십 년이 지나도록 팬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는 것은 그것을 공감하는 사람들의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올림픽, 월드컵 등 전 세계인이 함께 보고 즐기는 축제의 장이 있기에 오랜 역사를 지속할 수 있는 것. 그 뿐만 아니다. 스포츠로 인해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우승을 향한 선수들의 외침은 전 인류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화합의 공간이 된다. ‘우물 안 개구리’ 넓은 세상 밖 형편을 모른다는 뜻에서 비롯된 우리나라 속담이다.

e스포츠는 우물 안 개구리의 틀을 깨고 넓은 세상 밖 형편을 만들어 나가는 위한 하나의 문화 장르로 성장하고 있다. 그 발생 시점은 얼마 되지 않지만 화합의 공간으로서, 진정한 프로 스포츠의 세계로서 갖춰야 할 여건을 거의 갖추고 말이다.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CKCG 2005(한중사이버게임대회)를 통해 열린 우리당의 이광재 의원은 “e스포츠의 세계화는 21C 인류 선진 문화의 시발점”이라고 언급하면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개최되기 직전 ‘e스포츠 프레올림픽’을 개최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e스포츠를 주제로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동안 어떤 밑그림을 그렸는지 한번 짚어보도록 하자.

≫ 월드 사이버 게임즈 ‘WCG’
■ 최초, 최대의 ‘사이버 게임 올림픽’ 지향
지난 2000년 9월 30일, ‘월드 사이버 게임 챌린지(이하 WCGC)’ 조직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WCGC는 전세계 14개국에서 지역예선을 통과한 2백여 명의 정상급 프로게이머가 참여하는 게임대회로, 2001년부터 매년 세계 각국을 통해 열릴 예정인 ‘월드사이버게임즈(이하 WCG)’의 사전 대회 형식을 띠고 치러졌다. ‘사이버 게임올림픽’. 이것이 WCG의 모토이다. 당시 WCGC는 처음 개최하는 이벤트 형식의 대회 임에도 불구하고 대회 장소였던 용인에버랜드에 17개 국가에서 200여명의 게이머가 참가해 차기 대회의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 대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동안 소모된 비용은 약 60억원. 당시 이처럼 막대한 규모를 들어 e스포츠를 외부세계에 끌어들인 전례는 거의 없었다. 특히 이 대회를 주최한 ICM(인터내셔널 사이버 마케팅)은 삼성전자가 대주주로 참여, 작았던 e스포츠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첫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게임전문마케팅 업체를 표방하는 ICM 출범식 자리에서 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은 “게임 소프트웨어 산업이 반도체 산업보다 큰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문화관광부 장관과 함께 공동조직위원장을 선임하고 문광부 예산의 5억원 가량을 지원받는 등 정부가 e스포츠로 눈을 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또한 e스포츠를 수익 사업으로 보고 사업계획을 추진해나간 것도 이 시점이다.

WCG를 통한 ICM의 수익모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공식 파트너 제도. 예선전이 치러지는 각 국 나라의 파트너 업체를 선정해 예선전과 같은 대회 운영의 일부를 전담하게끔 하고 브랜드 로열티를 챙기는 것이다. 이는 올림픽과 월드컵 조직위원회에서 추진한 제도이기도 하다. 이후 WCG는 2001년 한국에서 금메달 33개, 총상금만 30만 달러(약 38억)에 달하는 첫 대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ICM에 따르면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100만 명의 게이머들이 온·오프라인에서 경합을 벌였고 예선전 관람객들만 해도 500만 여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막을 내린 WCG 2005 그랜드 파이널까지 수백만 명의 게이머가 예선전에 참가했고 관련 참가국도 초기 14개국에서 67개국으로 5배가량 증가했다. 또한 2004년부터는 대회 초기 약속대로 해외에서 개최됐으며 2005년 싱가폴, 2006년 이탈리아 몬자로까지 호스트시티를 확정했다.

■ ‘삼성’은 있지만 ‘한국’은 없다
WCG의 거침없는 행보의 가장 큰 밑거름이 되는 것은 삼성전자라는 대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WCG의 1년 운영 예산은 200 백억원이 훌쩍 넘는다. 문광부의 5억원의 지원은 턱없이 높은 금액. 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이 언급한 바 있듯이 삼성전자는 WCG를 단순히 게임 축제의 장으로 여긴 것이 아니라 ‘후원은 미래 고객에 대한 투자’라는 지침아래 자사 브랜드 홍보를 밑바탕에 두고 있다. 이 때문에 WCG는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러지는 게임대회 같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선수선발 과정이나 대회운영에 있어 많은 문제점을 지적받고 있다. 특히 어딜 가나 삼성전자 로고가 박힌 브랜드 홍보로 ‘사이버 게임 올림픽’은 뒷전이라는 평가를 받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ICM 측은 ‘부풀리기’식의 대회 홍보 역시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첫 대회를 개최하며 ICM은 “개최 이후 2년 안에 국제올림픽 위원회(IOC)로부터 사이버 올림픽으로 공인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공언했으나 이후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발표한 전례가 거의 없다.

또한 작년 샌프란시스코 대회 때는 역대 대회 사상 63개국 참가로 눈길을 끌었으나 정작 본선 대회에서는 4개 나라가 빠진 59개국으로 줄어있어 관계자들의 혼란을 가져왔다. 불참한 4개 나라에 대한 해명 사유 역시 사전 공지가 전혀 없었던 것. WCG가 전 세계 게임인들의 축제 현장임은 참가국만 봐도 알 수 있지만 개최국이 ‘한국’의 e스포츠가 없다는 점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8개 공식 종목이 외산게임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 종목 선정은 게임의 인지도, 인기도를 기준으로 한다.

매년 WCG는 국산게임을 시범종목으로 채택해 대회를 진행하지만 그와 관련된 해외 홍보나 추후 방안에 대해서는 미흡한 점이 많다. 첫 대회 때 이벤트 종목이라는 명칭으로 4개의 국산 게임을 들여놓은 것에 반해 올해는 ‘프리스타일’ 한 개 종목으로 줄어든 점 역시 지적할 만한 사항 중에 하나이다. 이 외에 국가 대회임에도 국가 대표 선수단의 출정식이나 차후 관리가 소홀하다는 점이나 국내 e스포츠 단체와의 원활한 교류가 떨어진다는 점도 아쉽다. ‘최초의, 최대의 사이버 게임 올림픽’이라는 닉네임에 걸맞는 ‘WCG’가 계속 이어지기 위해선 곳곳에 드러난 구멍을 튼튼히 메워나가지 않은 한 ‘바람 빠진 풍선’과 같은 허전함은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다.

≫ 월드 e스포츠 게임스 ‘WEG’
■ ‘한국형’ e스포츠 리그로 급부상
‘e스포츠의 메이저리그’를 지향하는 월드 e스포츠 게임스(이하 WEG)는 WCG에 비해 역사가 짧다. 올해 1월 30일에 1차 시즌을 개막해 지난 11일 3차 시즌 결승전 등 연중 상설리그로 진행하고 있는 것. WEG의 모토는 ‘한국형 e스포츠 모델’를 세계 e스포츠 게임대회에 적용시킨다는 점이다. 즉, 랜파티 중심의 다른 게임대회들과는 달리 방송 중계 중심의 리그를 개최해 e스포츠의 중심을 한국에 두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회 운영 및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월드이스포츠게임즈의 정일훈 CEO는 이사직을 맡기 전부터 온게임넷 유명 게임 캐스터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그는 2년 전부터 ‘스타’에 의존한 국내 e스포츠 리그를 걱정하고 세계 ‘e스포츠’를 끌어와 다양하게 접목할 수 있도록 WEG 개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식 종목도 ‘스타’를 배제하고 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워크래프트 3’와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단 두 종목으로 압축해 대회를 진행했다. 지난 1차 시즌은 미국, 유럽, 한국, 중국 등 세계 4개 권역의 유명 프로게이머를 초청해 대회를 치러냈으며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됐다. 홍보가 부진했던 첫 대회인데다 중국 공안의 삼엄한 대회 통제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이었던 체육관 정원이 연일 가득 차고 여기에 들어가지 못해 돌아간 인파는 양일간 4000~5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현지에 큰 호응을 일으켰다. WEG와 관련된 해외 반응 가운데 가장 눈에 띠는 점은 ‘한국형 e스포츠 리그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는 것.

국내에서는 ‘스타’ 없이 개최된 대회가 불안 여론을 잠식시키고 성공적으로 개최됐다는 점이다. 또한 WCG와 달리 공식 스폰서를 두지 않은 채 서브 스폰 중심의 대회 운영 방식으로 차기 시즌을 치러내는 데 어려울 것이라는 주위 우려에도 불구하고 3차 시즌에 CJ미디어로부터 20억원 및 +a 금액의 투자 유치를 받아 향후 안정적으로 대회를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선수촌 마련 및 단체 유니폼 등 선수 중심의 대회 운영, 3차시즌부터 대륙별 예선전을 거치는 체계적인 선발 방식 등으로 기존 게임 대회의 문제점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e스포츠 관계자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 ‘WEG는 그들만의 리그?’
WEG가 개최된 지 일년이 안 되는 시점에서 비교적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스타’ 프로게이머가 없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워3’와 ‘카스’가 유럽권 지역에서 인기있는 게임임에는 틀림없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스타’ 중심의 리그가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 이를 배제한다는 것은 한국 e스포츠 시장을 포기하고 간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토,일요일 주말동안 이어지는 WEG 경기 일정의 찾아오는 관중수는 일반 ‘스타’ 리그 경기장을 관람하는 관중수의 이분의 일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본선 경기 일정이 국내에서 이뤄지다보니 이와 같은 참패의 기록이 나오는 것.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했던 1차 시즌과 대조되는 기록이기도 하다.

이에 월드이스포츠게임즈 측은 차기 시즌의 ‘스타’ 종목을 추가할 것인가를 놓고 매 시즌 마감 때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정일훈 CEO는 이에 대해 “국내 ‘스타’ 부문 선수들의 꽉 짜여진 경기 일정으로는 우리 대회 참가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스타’가 현재 진행 중인 공식 종목과 비교해 볼 때 인기도 면에서는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국내 e스포츠 팬들로부터 ‘뒷전 신세’를 면치 못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차 시즌에는 WEG 전 중계권을 게임방송과 무관한 음악 관련 케이블 채널에게 넘겨 무관심의 대상이 된 것. 그나마 이벤트 전으로 당초 기획됐던 ‘WEG 한중전’도 올해는 무산돼 게임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특히 이번 한중전은 국회의원들이 함께 참가하기로 약속해 관심을 모았으나 월드이스포츠게임즈의 차기 시즌 예산 책정과 운영비 부족 등으로 암암리에 무산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3차 시즌 국내 홍보. CJ 미디어로부터 투자 유치 등 급급하게 시즌 준비를 진행하다보니 WCG와 대회 일정이 겹치는 등 어려움이 뒤따랐다. 정일훈 CEO는 “WEG를 e스포츠의 산업화로 만들 것”을 목표로 언급한 바 있다. WEG를 통해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겠지만 ‘e스포츠 메이저리그’다운 환경이 먼저 갖춰져 있지 않는 한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