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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먹이사슬 구조 집중해부] “지피지기면 100전 100승!” 프로게이머 천적 관계 <2>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6.01.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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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게이머 천적 관계 집중해부

[사례1] 최장시간의 혈투 ‘1승 건졌다!’
☞ 조용호 승 vs 박정석 (승률 71%)
+ 악연의 시작 : 온게임넷 챌린지 리그(1차) 24강 D조 네오버티고

같은 고향 출신인데다 같은 KTF 매직엔스 소속이기에 이 둘을 ‘천적’이라 일컫기는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총 24번의 박정석과 대결에서 17번의 승률을 올린 조용호의 실력을 숨긴다면 아깝지 않을까. ‘프로토스 킬러’라 불릴 만큼 대 프로토스 전에서 65승 30패로 거의 70%에 가까운 승률을 보여주는 조용호는 유난히 박정석과의 대결이 많았다. 특히 지난 우주배 MSL에서는 결승 진출권을 놓고 벌어진 패자조 결승전이 흥미진진했다.

5전 3선승제의 경기에서 두 사람은 엎치락뒤치락하는 명승부를 보여준 가운데 2대 1로 조용호가 한 경기만 잡으면 결승 티켓을 따낼 수 있었다. 이어 벌어진 4경기는 무려 ‘1시간 13분 45초’라는 방송경기 사상 최장경기시간을 기록했다. 두 선수는 전면전을 피하며 한참동안 대치 상태를 유지하다 아비터까지 갖춰진 박정석이 옵저버로 상대의 병력을 확인한 뒤 조용호의 주력 부대인 디바우러-뮤탈리스크를 맞아 전 병력을 마엘스트롬으로 묶어놓고 괴멸시킨 대역전극을 만들어낸 것. 천적을 물리친 박정석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저 운이 많이 따라줬다는 말로 대신할 뿐!

[사례2] ‘돌고 도는’테란 3인방
☞ 이윤열 승 vs 서지훈(승률 75%)
+ 악연의 시작 : 파나소닉배 OSL 8강 B조 3경기 네오 비프로스트 버전 2

☞ 서지훈 승 vs 최연성 (승률 63%)
+ 악연의 시작 : LG IBM 팀리그 3세트 짐 레이더스

☞ 최연성 승 vs 이윤열 (승률 70%)
+ 악연의 시작 : 2004 1st 하나포스 센게임배 MSL(3차) 결승 5경기 루나-센게임

국내 대표적인 테란 유저라 할 수 있는 최연성(SKT T1), 서지훈(GO), 이윤열(팬택앤큐리텔 큐리어스). 각 소속 팀의 에이스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고 있기에 이들이 상성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흥밋거리다.

먼저 이윤열과 서지훈은 이윤열의 16전 12승으로 압승. 스타크래프트 리플레이를 통해 일분동안의 동작을 수치로 나타내주는 통계프로그램 APM (Action Per Minute)을 살펴보면 프로게이머 가운데 서지훈과 이윤열은 손놀림이 가장 빠르기로 정평이 나있다. 일반 게이머의 수치가 100에서 200사이에 머문다면 이 두 사람의 손놀림은 평균 450 안팎을 맴돈다. 특히 테란전을 컨트롤 싸움이라고 지칭할 만큼 다른 종족에 비해 손가락을 바삐 움직여야 한다. 여기에 이윤열은 서지훈보다 APM 수치가 10~20 정도로 높게 잡히기 때문에 게이머들 사이에선 농담 삼아 서지훈이 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약간 느린 ‘손놀림’이 문제라고 ‘깜찍한’ 근거를 들기도.

손놀림이 빠르기로 유명한 이윤열이지만 최연성을 만나면 ‘약발’이 떨어지고 만다. 두 선수 모두 물량전을 즐겨하는데 분명한 것은 같은 물량을 뽑아내는데도 그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 이윤열은 그야말로 정석적인 테란 스타일. 빠른 컨트롤로 물량을 뽑아내며 한 방 러쉬를 통해 승패를 가른다. 이에 반해 최연성은 본진 활성화 뒤 멀티를 확보한 후 물량을 쏟아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전략과 전술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

예컨대 상대방이 한창 물량을 뽑고 있을 때 최연성은 멀티를 몰래 가져가며 드랍쉽 플레이로 상대를 견제한다. 최연성의 공격 때문에 멀티 지역이 활성화 된 것을 눈치 못 챈 상대방은 방어에 신경 쓰다 보니 나중에는 최연성보다 물량도 떨어지고 공격도 뒤처지게 된다. 그래서 이윤열과 최연성의 대결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반대로 최연성과 서지훈의 대결은 확고한 신념의 소유자와 빠른 흡수력을 가진 전술가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의 게임 스타일을 고집하는 최연성 스타일을 서지훈이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가 관건. 현재로서는 서지훈이 잘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이 둘은 유난히 8강, 4강전과 같은 중요 경기에서 자주 마주치기 때문에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몰래 멀티를 즐겨하는 최연성의 장기를 알고 있는 서지훈은 매번 다른 방식의 전략을 들고 나와 최연성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멀티를 하지 못하도록 예상되는 멀티 지역에다 자신의 공격 유닛인 탱크를 배치해둔다거나 환상적인 마린 컨트롤로 최연성의 타이밍 공격을 재치있게 받아내는 것이 서지훈의 특기.

그럼에도 불구 최연성은 “이윤열이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테란선수”라고 추켜세우며 “이윤열과 심리전을 하다 내 꾀에 넘어갈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평소 자신의 스승 임요환이 후배 이윤열을 ‘아끼는 동생’이라며 여러차례 언급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 둘은 임요환 하늘 아래 영원한 선의의 경쟁자 아닐까 가늠해본다.

사례3] 심리전의 마술사
☞ 강민 승 vs 임요환 (승률 75%)
+ 악연의 시작 : 스타우트배 2003 1st MSL (1차) 16강 승자조 2라운드 3경기 건틀렛 2003

☞ 서지수 승 vs 김영미 (승률 87%)
+ 악연의 시작 : 여성 프로게이머 초청전 4경기 Avant-gardeⅡ

☞ 강민 승 vs 임요환 (승률 75%)
임요환이 강민과 마지막으로 가진 경기는 프로리그 후기리그 개막전이었다. 이 역시 강민 ‘승’. 특히 이 경기는 두 팀이 5세트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는 상황에서 에이스로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라이벌 팀 간의 대결이어서 더욱 눈에 띠었지만 내로라 하는 팀의 주장이었기 때문에 자존심을 건 승부이기도 했다. 다른 프로토스 유저보다도 임요환은 강민과의 대결에서 무척 민감해한다. 입소문을 타고 임요환의 ‘천적’이 강민이라는 사실이 게이머 사이에서 퍼졌기 때문일지도.

두 사람의 게임 스타일은 비슷하다. 상대방에게 심리전을 잘 걸거나 걸리도록 유도한다. 소수 유닛 컨트롤에 능하며, 전략적으로 플레이하는 측면이 두 사람의 게임 스타일이라고 할까. 유닛들을 쏟아내는 물량전에 약한 강민이 ‘물량전’에 능한 임요환에게 만큼은 결코 지지 않는 이유는 ‘몽상가’라는 자신의 닉네임과 관련이 있을 법하다. 강민 특유의 계산된 전략과 배짱이 ‘황제’도 박수를 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 서지수 승 vs 김영미 (승률 87%)
‘여제’를 꺾을 자가 과연 있을까. 일방적인 ‘승’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이젠 게임팬들에게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을까 두려울 지경이다. 어서 빨리 서지수가 프로리그나 일반 스타리그에 올라와서 ‘대이변’을 만들어주길 바라는 팬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일지도. 서지수가 매번 여성리그에 올라와서 내거는 각오 중 하나는 ‘패’가 없는 전승 우승. 여성 프로게이머들의 대다수는 서지수라는 큰 벽을 넘어야 다음 관문을 거칠 수 있다.

김영미는 그 수많은 도전자 중에 가장 가능성이 큰 실력파 여성 프로게이머로 꼽혔다. 실제로 결승에서 서지수와 가장 많이 마주친 장본인이기도. 이에 대해 김영미는 “결승에서 마주치는 상대가 서지수라 더욱 반갑다. 꼭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막상 생각해온 빌드대로 움직이면 이길 수 있는데 상대전적에서 떨어진다는 심리적인 위축감이 경기 중 멀리해야 할 가장 큰 적”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김영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저그 강자 이종미 역시 서지수를 천적이라 부를 만큼 11전 3승 8패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종미는 여성리그 때 마다 1승씩을 챙겨 서지수의 전승 목표 계획을 수포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사례4] 주장 앞에선 ‘꿇어!’
☞ 홍진호 승 vs 강민(승률 70%)
홍진호 승 vs 김정민(승률 68%)
홍진호 승 vs 변길섭(승률 80%)
홍진호 승 vs 조용호(승률 50%)
홍진호 승 vs 박정석(승률 47%)

‘주장다운 전적?’ KTF 매직엔스의 주장 홍진호는 소속 팀원들 가운데 가장 높은 승률을 갖고 있다. 강민, 김정민, 변길섭 등은 최소 5경기 이상 홍진호에게 패하며 무서운 천적을 두게 됐다. 그나마 2승을 앞서고 있는 선수는 프로토스 박정석. 이 역시 작년 7월 열린 HCN 스타크래프트 인비테이셔널 대회 4경기에서 홍진호가 1승으로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버렸다.

이벤트의 황제라 부를 만큼 이벤트 전에서의 우승 기록이 타의 불허를 추종하는 홍진호에게 강민은 아우(?)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 주로 이벤트 전을 통해 둘의 만남은 이뤄졌다. 홍진호의 강점은 모든 종족에게 고른 승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 대 테란, 저그, 프로토스 전 승률이 각각 58% (182승 128패), 60% (107승 69패), 65% (119승 64패)로 높다. ‘폭풍 저그’라는 별명답게 초반에 공격러시를 감행하는 것이 홍진호의 주특기. 최근 그의 부진한 기세를 두고 염려하는 팬들이 많지만 ‘주장’다운 면모를 실제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으니 조금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사례5] 진짜 비장의 무기는 내가 아닌 ‘팀’
☞ 마재윤 승 vs 최연성 (승률 100%)
+ 악연의 시작 : WEF 2005 결승 1경기 루나 더 파이널

저그 열세라는 최근의 흐름마저도 무색케 할 만큼 마재윤은 저그의 자존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저그의 천적이라 할 수 있는 테란을 상대로 가볍게 제압해 버리는 마재윤의 경기 운영 능력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이 가운데 테란의 최고 실력자라 지칭할만한 최연성은 테란 유저들과의 천적관계도 모자라 작년 새로운 천적 마재윤을 만나고 말았다. 그와 가진 7경기 가운데 단 한경기도 가져가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기 때문. e스포츠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이 둘의 대결에서 월등한 실력차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한가지로 마재윤의 소속팀 GO의 테란 카드를 꼽는다.

서지훈과 변형태 등 각각 개인리그와 프로리그에서 월등한 기량을 뽐내고 있는 테란 유저들이 바로 마재윤의 연습상대(?)라는 사실 때문.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최연성이 한 때 서지훈과의 전적 상에서도 5경기 이상 뒤진 사례가 있었다는 점. 이에 대해 마재윤은 “더 이상 최연성과의 대결을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친분때문 일수도 있겠으나 그의 진짜 답변은 이랬다. “이기는 사람 역시 마음은 편치 않아요. 매번 색다른 빌드를 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구요.(웃음).”

■ ‘맵은 내 운명’ 맵에 따라 선수 승률 달라진다
① 알 포인트 : 임요환 (16승 3패, 승률 84%)
‘임 포인트’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유명하다. 많은 선수들이 이 맵에서 임요환과의 대결을 꺼려한다.
벌쳐와 드랍쉽 컨트롤이 능한 임요환에게 알 포인트는 더할 수 없이 유리한 지형적 요건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게릴라 전술이 먹히는 맵. 언덕과 섬이 많다는 점 역시 테란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멀티를 많이 가져갈수록 승기를 먼저 가져갈 수 있다. So1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임요환은 3경기 이 맵을 통해 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를 펼쳐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도 했다.

② 러시아워Ⅱ : 변은종 (13승 3패, 승률 81%)
이 맵이 없었다면 삼성전자 칸 에이스 변은종도 없었으리라. 개인리그의 부진을 깔끔하게 덜어내는 프로리그 활약으로 삼성전자 칸의 거침없는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작년 9월 12일 열렸던 Plus의 이학주를 상대로 첫 승리를 시작해 GO와 가진 준 플레이오프전에서는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에 대해 변은종은 “프로리그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한 맵”이라면서 “내 경기 스타일에 잘 맞고 맵의 구석구석 모르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자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③ 네오 포르테 : 박지호 (13승 2패, 승률 86%)
뚝심있게 경기를 운영해가는 선수로는 박지호를 빼놓을 수 없다. 네오 포르테의 특징 중의 하나가 박지호와 비슷하다라고 할 수 있을까. 넓은 지형의 중앙 힘싸움을 추구한다. 맵 버전이 수정되기 전에는 테란에게 유리한 맵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달리 타 종족을 상대하는 전략과 심시티를 활용하여 그 어느 맵보다 변수와 전략이 풍부하게 적용되는 맵으로 떠올랐다. 네오포르테는 전략의 풍부함과 ‘물량을 엄청나게 쏟아낸다’하여 만들어진 ‘박지호 스피릿(박지호 정신)’을 절묘하게 조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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