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방방곡곡! 프로게이머 대동여지도] e스포츠의 명문 고장을 찾아서 프로게이머대동여지도 <1>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6.02.13 09:38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해 9월 30일 한국 e스포츠 협회 주최로 프로-아마추어 최강자를 가리는 ‘코리아 e스포츠 2005(이하 KeSPA컵)’대회가 나흘 간 열렸다. 이를 위해 국산 게임 2종을 비롯한 스타크래프트 부문 지역 대표팀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서울을 비롯한 다섯 개 지방 도시(대전, 광주, 대구, 부산)에서 1차 예선전이 벌어졌다. 이에 앞서 참가팀 접수를 받았던 협회 측은 1차 접수 결과 ‘스타’ 부문에서 전국 15개 지역, 총 1868명의 게이머가 참가했다고 밝혔다.
참가팀 지역별 분포는 서울이 148개팀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86개팀)와 부산(50개팀)이 그 뒤를 이었다는 것. 이는 e스포츠가 매일 열리고 지는 중심지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 곳곳까지 그 관심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 방방곡곡 숨은 인재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e스포츠 현장 속으로 앞 다투어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 현역선수 중심 지역별 분포
+ 서울 : 67명(무소속 16명 포함)
+ 인천 : 5명(무소속 3명 포함)
+ 경기 : 15명
+ 강원 : 3명
+ 대전 : 4명(무소속 3명 포함)
+ 충남 : 2명
+ 광주 : 6명(무소속 2명 포함)
+ 전북 : 10명
+ 전남 : 6명(무소석 2명 포함)
+ 경북 : 3명
+ 대구 : 8명(무소속 1명 포함)
+ 경남 : 9명(무소속 2명 포함)
+ 부산 : 14명(무소속 3명 포함)
+ 제주 : 무소속 준프로 1명
(등록대상자 및 준프로 제외, 현역 선수 중심)

고향에서는 ‘내가 스타크래프트 KID!’
‘경남 김해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온게임넷 G보이스 챌린지리그 D조 승자전. 모니터 화면에 비치는 모습을 믿을 수가 없었다. ‘황제’ 임요환의 마린과 파이어뱃은 너무나도 쉽게 내 본진을 ‘박살내고’ 있었다. 겨우 5분39초. 난 힘없이 GG를 쳤다. 연습생으로 프로게임단에 들어온 지 이제 석 달… 고향에서 나는 무적이었다. 98년쯤 김해에 PC방이 퍼지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스타크래프트 키드’가 돼 갔다. 그중에서도 내 손은 가장 민첩했고, 전략도 가장 뛰어났다. 친구들은 내 게임을 경이롭게 지켜봤다. 스타를 할 때 나는 무대에 선 주인공이었고, 곧 스타는 내 모든 것이 돼 갔다…. (출처-2004.06.11 조선일보)’

이 글은 프로게임단 SouL 소속의 김남기(테란)가 연습생 시절 연재한 일기이다. 프로게이머란 직업이 우리 눈과 귀에 익숙해진 시점은 채 1,2년을 넘지 않는다. 그만큼 ‘프로’가 되길 작정하고 게임을 배운 게이머들은 거의 없었다는 것.

2,3년 전에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대부분의 선수들을 보면 앞서 언급한 김남기의 경우와 같이 자신의 고향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게이머로 입소문을 타면서 본격적인 프로게이머 입문과정을 거쳤다. 이들은 아마추어 게임 대회에 여러번 출전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PC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까지 게임에만 몰두한다. 특히 e스포츠 협회가 공인한 아마추어 대회에서 2번의 입상을 하게 되면 정식 프로게이머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김남기의 과정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나날이 e스포츠가 성장세에 있는 요즘에는 지방에서 아마추어 게임대회가 한번 열릴 때마다 적어도 3000명 이상의 참가자가 몰린다고 하니 그 경쟁률은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대구에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 두고 삼성전자 칸에 입단한 송병구는 “프로게이머는 친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라면서 “예전에는 그 기회가 우연처럼 찾아왔는데 근래 들어서는 프로게이머로 목표를 정하고 꿈을 키우는 청소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영·호남권, 강원·충청 지방에 ‘WIN’
프로게이머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지역은? 단연 ‘서울’이다. 무소속 프로게이머 16명을 포함해 서울 출신 프로게이머는 총 67명. 200여명이 넘는 선수들 가운데 약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그 뒤를 잇는 지역은 어디일까? 34명의 프로게이머를 배출시킨 영남 지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지역엔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라고 할만한 선수들이 많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한때 ‘부산 불패’라는 닉네임을 갖고 다닐 정도로 야외경기가 있을 때마다 수백 명의 현지 팬들을 몰고 다니는 박정석(KTF 매직엔스, 프로토스)이 그 주인공이다.

평소 공개 석상에서도 걸쭉한 사투리를 구사할 만큼 박정석은 ‘정통’ 부산사나이다. 최초의 지방 투어였던 온게임넷 스타리그 8강전 경기는 박정석 때문에 아무도 예상치 못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부산 경성대에서 치러진 이 경기에서 8강전에 출전한 박정석을 응원하기 위해 수만 명의 고향 팬들이 몰려온 것. 이는 그동안 지방 팬들의 e스포츠 관심이 얼마나 높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부산은 계절적인 특성에 맞춰 해마다 여름이면 e스포츠 축제의 장으로 열리는 것은 물론 대학 축제 및 아마추어 게임 대회를 개최하는 등 경상 출신 프로게이머들의 자랑이 되었다.

또한 전라도 지역 가운데 최연성, 이병민 등을 배출시킨 익산은 아마추어 게이머 육성 차원에서 ‘전주게임엑스포 및 익산게임대회’를 매년 개최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강원도와 충청도는 10명 남짓한 프로게이머를 배출시켜 상반된 모습. 지방 투어 역시 이곳에서 벌어진 경우는 거의 전무후무하다. 이에 대해 e스포츠 협회의 제훈호 이사는 “프로게이머의 배출도 중요하지만 편중된 관심 영역을 다양한 e스포츠 콘텐츠로 넓힐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연고제, 프로e스포츠로 ‘업그레이드’
PC방이 즐비한 서울을 제외하고 지방은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자치 단체를 중심으로 한 게임 대회는 물론, 지방 학교를 중심으로 육성을 위한 특별 기관을 설치하기도 한다. 작년부터 부산, 대전, 대구, 용인 등 지방 자치 단체들은 게임대회 유치 및 e스포츠 관련 기관 신설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e스포츠 한 관계자는 “각 지역 마다 기존에 추진해오던 산업이나 문화는 침체기에 빠졌거나 퇴보할 우려성을 감안, 첨단 세기에 걸맞는 e스포츠를 가장 적합한 육성산업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대구시는 지난해 e스포츠 상설 경기장 설립은 물론, e스포츠 발전 포럼 & 페스티발, 프로리그 후기리그 결승전 유치 등을 분주하게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대구시의 한 관계자는 “대도시로 거취을 옮기는 젊은 세대들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문화정착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e스포츠가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문화라는 점을 착안, 대구시를 e스포츠 문화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와 대구케이블방송인 TCN측은 대구가 고향인 차재욱의 소속팀 KOR을 주체로 프로게임단 창단을 검토한 사례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정계 인사들의 e스포츠 참여도가 점차적으로 확대되면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프로게임단 창단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이같은 움직임은 e스포츠도 프로스포츠처럼 지역 경쟁구도를 통한 흥미유발과 고정팬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연고제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e스포츠 협회의 하상헌 사업국장은 “서울시청은 물론 대구, 부산, 광주 등 5개 광역도시를 중심으로 프로게임단 창설 및 아마추어 게임단을 육성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역연고제는 e스포츠 저변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