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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프로리그 2005 총정리 <1>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6.03.0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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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성경의 한 글귀처럼 사상 첫 통합리그로 관심을 모았던 스카이 프로리그 2005가 지난 2월 25일, 약 10개월이라는 대장정을 거쳐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지난 2004년 정부 주최의 e스포츠 정책 간담회를 통해 양 방송사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는 프로리그를 하나로 묶어 공인리그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었다. 이후 2기 e스포츠 협회의 출범과 동시에 이루어진 통합리그 개최. 초반 e스포츠 관계자들의 상반된 이해관계로 난항을 겪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격전의 현장을 마무리 짓고 이제 11개 프로게임단은 약 2주간의 스토브리그를 맞는다. 짧은 기간이지만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곧 다가올 차기 통합리그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휴식을 접어두고 열심히 뛸 것이다. 고진감래 끝에 얻어낸 그 열매의 맛은 얼마나 달고 쓸 것인가. 오는 4월 개최될 차기 통합리그의 열매가 속이 꽉 찬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거둬낸 수확물의 가치를 가늠해보자.

≫ [통합리그 성장기]
말로만 통합리그? 준비는 사분오열!
2기 협회 출범식에 맞춰 진행돼왔던 e스포츠 통합리그는 처음 의도와 달리 온게임넷과 MBC게임, 협회 임원진 간의 ‘불협화음’으로 공조의 토대가 점점 무너지는 과정을 겪으며 진행됐다. 이미 스카이 프로리그의 흥행을 일으켰던 온게임넷과 ‘팀리그’ 명칭으로 오랜 기간 프로리그를 이끌어왔던 MBC게임은 자사 콘텐츠로 성장한 이 빅리그를 한 순간에 협회측에게 양도한다는 느낌을 저버릴 수 없었던 것. 여기에 두 방송리그의 첨예하게 다른 리그 방식, 통합리그 건이 추진되기 전부터 진행돼 온 대회스폰서 문제, 중계 시스템 역시 양 방송사의 의견 대립은 계속되었다.

온게임넷은 1차 논의안에서 ‘스카이 프로리그2005’를 통합리그로 정하고 똑같은 비용을 받아 양 방송사가 오프라인 행사(개막전, 그랜드파이널, 1라운드 파이널, 2라운드 파이널, 올스타전)를 5대5의 비율로 나눠 진행하는 것에 크게 반발했다. 반발의 가장 큰 원인은 자사가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타 경쟁방송사와 나눠가질 수 없다는 것.

이에 타협안을 내놓고 중재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협회는 사전검토 부족으로 ‘갈팡질팡’할 뿐이었다. 협회는 리그 일정이 많아 선수들의 피해가 많다는 등 통합리그의 필요성은 언급하면서도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된 이유나 그 타당성 검토 등의 준비 작업은 소홀했다.

양 방송사를 대상으로 한 추진안에 대해서도 협회 스스로 산정한 자료 방식에 기준을 두기 보다는 기존 리그 방식에 초점을 맞춰 양 측의 원만한 이해를 요구했던 것. 선수 및 게임단 관계자들은 협회가 양 사를 모두 만족시킬만한 대안을 내놓을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통합리그의 개최자체가 불투명해 질 것인지에 노심초사할 뿐 선뜻 해결방안을 내세우지 못해 골머리를 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와 관계사들은 파국을 막기 위해 노력할 뜻을 밝혔다. 협회 측의 입장은 “통합리그 자체가 관계자 모두의 필요에 의해 추진된 일이니 만큼 정상적이고 이상적인 리그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작년 4월 29일, 마침내 협회와 이사회, 양 방송사는 출범 한 달 만에 여러 논의를 거친 끝에 ‘스카이 프로리그 2005’라는 정식 명칭을 본 따 통합리그를 출범하기에 이른다. 더 이상의 지체는 끓어오르는 e스포츠의 열기를 잠식시킬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우려 때문. 결국 각자의 이해 관계보다는 e스포츠 발전을 위한 원년의 의의를 되살리게 된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가장 큰 대립 난국을 겪었던 온게임넷과 MBC게임은 5대5로 이익 분배를 하는 기준으로 매주 3일 프로리그 경기가 있는 날 같은 시간대 동시 생중계를 진행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대신 경기의 진행 방식과 규정, 선수단 관리 등 리그 전반에 걸친 운영 사항에 대해서는 협회가 가져가게 됨으로써 사실상 협회 주도의 명실상부한 통합리그로 자리 잡게 됐다.

■ 전기리그 사건 사고
+ 전기리그 정규시즌 최종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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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 팀명 | 상세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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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 KTF 매직엔스 | 10승(30승16패/개인전 14승12패/팀플 16승4패)
2위 | SK텔레콤 T1 | 8승2패(27승14패/개인전 18승6패/팀플 9승8패) 경고 1회
3위 | 한빛 스타즈 | 6승4패(21승18패/개인전 11승11패/팀플 10승7패)
3위 | GO | 6승4패(22승17패/개인전 15승9패/팀플 7승8패) 경고 2회
5위 | KOR | 5승5패(21승20패/개인전 11승12패/팀플 10승8패)
6위 | 팬택앤큐리텔 | 5승5패(22승22패/개인전 11승13패/팀플 11승9패) 큐리어
7위 | 삼성전자 칸 | 4승6패(23승21패/개인전 12승14패/팀플 11승7패) 경고 1회
8위 | 플러스 | 4승6패(20승20패/개인전 10승14패/팀플 10승6패)
9위 | 이고시스POS | 4승6패(20승23패/개인전 14승11패/팀플 6승12패)
10위 | SouL | 2승8패(11승27패/개인전 7승15패/팀플 4승12패)
11위 | 이네이쳐 톱 | 1승9패(9승28패/개인전 7승13패/팀플 2승15패) 경고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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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리그 우승팀 | SK텔레콤 T1
+ 전기리그 준우승팀 | KTF 매직엔스
+ 전기리그 정규시즌 MVP | 이창훈(삼성전자 칸)

이적 선수들의 선전
전기리그가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각 팀마다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속속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개인전과 팀플레이 부문에서 제 기량을 선보이며 팀 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해낸 것.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전기리그 후반부까지 80% 이상의 승률을 보인 안석열(팬택앤큐리텔,저그)과 이창훈(삼성전자 칸, 저그).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두 선수 모두 시즌 직전 현 팀으로 이적했다는 점. 특히 이창훈은 전기리그 mvp는 물론 후기리그, 그랜드 파이널 포스트 시즌까지 팀 선전의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며 프로리그 스타로 떠올랐다.

제1호 공인 심판 탄생!
‘옐로 카드입니다!’ 작년 6월 3일부터 일반 프로스포츠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심판을 e스포츠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첫 공인 심판으로 채용된 김 철(31), 이광수(27) 심판 위원은 통합리그 1년간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낸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모든 업무가 처음 실행에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질타와 격려가 오가기도 했다. 전 프로게임단 코치 출신으로 현재 FPS 종목 전문 심판 위원 및 선수 출신의 심판 위원을 영입해 e스포츠 관계자들 사이에서 ‘신종직업’의 바람을 몰고 있다.

포스트 시즌에 준 P.O 추가
통합리그 출범이 늦어짐에 따라 플레이오프(이하 P.O)만을 치르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했던 협회가 전기리그 포스트 시즌을 3주 앞두고 준 P.O를 추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유인즉슨 P.O일정이 결승전에 비해 길다는 관계자들의 지적 때문. 하지만 중하위권 팀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4위권의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을 늦게나마 발견했기에 맥이 빠지는 것은 당연지사. 반면 전기리그 우승팀인 SK텔레콤 T1은 준 P.O의 최대 행운을 누린 팀이다.

‘여제’ 서지수, 프로리그 첫 출전
사상 처음으로 프로리그에 여성 프로게이머가 출전해 화제가 되었던, 그 주인공이 바로 ‘테란의 여왕’ 서지수라는 점에서 모두 놀라워했다. 전기리그 정규시즌 SouL과 e네이처 톱 팀의 마지막 경기가 있던 날 조용성을 상대로 서지수가 출격했다. 경기장은 완전 흥분의 도가니였다. 여성 프로게이머 첫 승의 기대. 관중들은 서지수의 GG로 안타까워했지만 그녀의 용기와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 후기리그 사건 사고
명문 강호 ‘한빛’의 추락
프로리그의 최강 프로게임단이라 자부했던 한빛스타즈(구단주 김영만)가 후기리그에 들어서서 연패를 거듭하며 시즌 꼴찌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지난 그랜드 파이널 우승팀이라고 볼 수 없는 한빛의 부진은 실력 있는 신인 선수의 부재로부터 시작됐다. 팀 내 유일한 스타리거였던 김준영마저 자신감 없는 플레이로 팬들의 아쉬움을 샀으며 ‘맏형’ 강도경은 모든 시즌이 끝난 후 은퇴를 발표했다. 이에 이재균 감독은 덤덤하게 말했다. “신인선수의 발굴이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끊임없이 가능성을 검증해보고 키워낼 뿐 잠깐의 부진으로 모든 것을 단정 짓지 말아달라.” ‘명장’의 판단이 들어맞을 지는 차기 프로리그에서 기대해 봐야 할 것 같다.

신인선수들의 ‘등용문’
후기리그에 들어서면서 SouL 박종수, POS 염보성, Plus 오영종 등 신인급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천편일률적인 엔트리에서 벗어나 이른바 팀 속의 ‘숨겨진 용병’이 바로 이들. 기존 전적 데이터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이들의 실력을 상대팀이 예측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이 가운데 염보성은 최연소 프로게이머 타이틀과 동시에 프로리그에서 데뷔전을 치른 새내기로서 차기 스타리그에 진출할 만큼 그 실력이 월등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후기리그 정규시즌 최종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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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 팀명 | 상세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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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 SK텔레콤 T1 | 13승5패 (47승25패, 개인전 28승15패/ | 팀플레이 19승10패)
2위 | KTF 매직엔스 | 12승6패 (44승32패, 개인전 24승19패/ | 팀플레이 20승13패, 벌점1)
3위 | 삼성전자 칸 | (41승29패, 개인전 25승17패/팀플레이 16승12패, | | 벌점1)
4위 | GO | 12승6패 (41승32패, 개인전 25승17패/ | 팀플레이 16승15패)
5위 | 팬택앤큐리텔 | 10승8패 (41승33패, 개인전 23승20패/ | | 큐리어스 | 팀플레이 18승13패, 벌점1)
6위 | POS | 9승9패 (41승37패, 개인전 23승23패/ | 팀플레이 18승14패, 벌점2)
7위 | 플러스 | 7승11패 (33승39패, 개인전 17승24패/ | 팀플레이 16승15패)
8위 | KOR | 7승11패 (31승40패, 개인전 19승20패/ | 팀플레이 12승20패, 벌점1)
9위 | SouL | 5승13패 (22승47패, 개인전 16승24패/ | 팀플레이 6승23패)
10위 | 한빛스타즈 | 3승15패 (22승49패, 개인전 10승31패/ | 팀플레이 12승18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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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리그 우승팀 | SK텔레콤 T1
+ 후기리그 준우승팀 | 삼성전자 칸
+ 후기리그 정규시즌 MVP | 변형태(GO)

삼성전자 칸, 실력 급상승
단기간 내 이렇게 빨리 성장한 팀이 있을까. 중하위권을 맴돌았던 삼성전자 칸이 후기리그 돌풍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그 시작은 협회 주최의 프로-아마 최강자전인 케스파 컵에서 우승을 손에 쥐고 난 후 이뤄졌다. 김가을 감독의 섬세한 추진력, 선수들의 사기 증진이 만들어낸 효과라고 할까. 이 기세를 몰아 삼성은 KTF의 연승 행진을 끊고 후기리그 결승에 오르는 등 모두가 두려워하는 강팀으로 거듭났다. 아쉽게 그랜드 파이널 준P.O에서 막을 내렸지만 그 어떤 팀보다 향후 전진이 기대되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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