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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 속에 감춰진 은밀한 비밀] 천·기·누·설, 잠수패치를 말하다! <2>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5.0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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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보이지 않는 손
잠수패치는 크게 두 가지 공식이 존재한다. ‘한번에’가 아닌 ‘수십 번’을 통해 이뤄지는 하향패치와 단박에 이뤄지는 버그 및 문제점, 향후 업데이트 패치 등이 그것이다. 이 중 수십 번에 걸쳐 이뤄지는 잠수패치의 경우, 유저들은 쉽사리 확인할 길이 없다. 일례로 1,000원의 사이버머니를 떨어뜨리는 몬스터가 어느 날 998원을 떨어드린다. 어차피 랜덤하게 떨어뜨리는 사이버머니인 만큼, 그다지 티가 나지 않는다. 이후 995원을, 어느 날 990원으로 하락하고, 다시금 993원 정도로 오른다. 오르고 내리는 이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게임사가 원하는 사이버머니 적정선이 맞춰지게 된다.

몬스터의 방어력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재조정된다. 매일 즐기는 유저들은 물론, 오랜만에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역시 이를 정확히 인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이러한 패치는 최근 상당수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으나, 일부 게임사들은 아직도 같은 방식의 하향패치들을 잠수패치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저들로부터 지적받고 있는 실정이다.

07. 유저들을 위한 방편으로 발전
잠수패치의 발전 형태는 온라인게임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잠수패치와 관련해 입을 연 4명의 전, 현직 게임사 관계자들은 초창기에는 분명 게임사의 이익을 위한 잠수패치가 상당수 존재했으나, 최근의 잠수패치들은 게임 밸런싱을 통해 게임의 수명을 늘리고 유저들이 보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만한 요소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타 이유로는 굳이 밝힐 필요성이 없는 패치 내역이거나 전문적인 개발용어에 대한 해석이 필요한 경우라고 덧붙였다. 특히 사이버머니 나 몬스터의 방어력과 관련된 패치들은 상당부분 줄어들었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의견.

이를 대신해 이벤트를 통해 사이버머니를 소비하는 방안을 채택하고 있으며(반대의 경우, 사이버머니를 증가 시킬시에는 굳이 유저들에게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신규 아이템을 통해 기존 아이템의 밸런스를 자연스레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경제 및 사냥과 관련된 잠수패치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단행하지 않는다는 결론이었다. 이처럼 게임사의 잠수패치에 관한 입장이 변화된 이유는 간단하다. 개발자나 운영자들보다도 유저들이 해당 게임에 대해 더욱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위험을 동반한 채 눈에 보이는 패치를 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유저들을 위한 잠수패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대다수의 유저들이 이익을 보더라도, 일부 유저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이들은 힘주어 말했다.

08. 알 권리에 대한 철저한 무시
게임사에서 진행하는 잠수패치가 유저들을 위한 업데이트이거나, 게임성을 강화키 위한 방편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알리지 않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유저들은 분명 고객인만큼 개발상황이나 게임 내 변화된 내용을 알아야할 권리가 있다. 최근 잠수패치로 크게 곤욕을 치르고 있는 S게임과 R게임. 아직까지도 유저들의 반박과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공지사항을 올리거나, 사과문을 게재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W사의 게임 역시 잠수패치에 대한 논란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입장이다. 업데이트 패치는 단순한 서비스팩이 아닌, 유저들과의 약속이다. 그리고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알리는 것 역시 온라인게임사의 의무에 해당된다.

A사에 근무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사의 한 관계자는 ‘유저들이 어떻게 알겠어?’라는 인식이 잠수패치를 진행케 한다고 직언했다. 하지만 ‘어떻게 알겠어?’가 아니라 ‘어떻게 모르겠어?’라는 분명하고도 투명한 인식이야말로 게임사의 신뢰도를 가져온다는 사실에 대해, S게임은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패치라도 분명 유저들은 알 권리가 있다. 이들 게임은 베타테스트가 진행되는 게임이 아닌, 유저라는 이름의 고객들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게임사들인 까닭이다.

09. 70%의 게임사가 잠수패치 단행
이번 잠수패치와 관련해 총 17개사의 국내 대표 온라인게임사에 무기명 설문을 진행했다. 이 중 약 70%에 해당되는 12개 게임사가 잠수패치를 단행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까지도 잠수패치를 단행하고 있다는 답변을 통보해왔다. 놀라운 점은 17개사 중 15개사가 잠수패치는 존재할 수밖에 없는 ‘필요악’이라는 입장을 표명해왔다는 사실이다. 온라인게임사인 M사의 관계자는 최근에 진행되는 잠수패치들은 게임의 수명을 늘리고 유저들이 보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일부 유저들은 손실을 입게 되는 까닭에 굳이 밝힐 수 없는 온라인게임 개발사의 입장을 이해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특히 내부 업무 진행상 각 팀과의 호흡이 맞지 않는 부분이나 하드웨어적인 문제 발생, 촉박한 시간으로 인해 공지사항을 통해 밝히지 못하는 경우들은 물론, 작은 항목으로 인해 수십 번에 달하는 공지사항을 올리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이뿐이 아니다. 최근 잠수패치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저들의 반응을 보기 위함이지 개발자가 좋아서하는 패치가 아니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처 깨닫지 못한 변수로 인해 게임성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할 경우, 유저들의 의견과 이익까지 모두 염두에 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 경우 게임을 우선 생각해야하는 입장을 전한 게임사도 일부 존재했다.

10. 패치내역 공개는 선택 아닌 필수
잠수패치에 대한 유저들의 의견은 개발사의 입장과 대조적이었다. J게임사의 도움으로 지난 4월 26일 유저들에게 설문조사를 벌였다. 총 241명의 응답자 중 116명이 잠수패치 자체를 모른다고 응답했다. 알고 있다고 답한 유저들에 한해 긴급 설문한 경우에도, 이를 확인한 사례는 없으며, 심증만을 갖고 있다는 답변이 전체의 40%에 달했다. 이들은 클로즈베타테스트나 오픈베타테스트의 게임이라면 모르되, 정식으로 유료화 된 게임에서 잠수패치란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치명적 약점 등과 관련된 긴급패치에 대해서는 ‘뒤늦게라도 이를 알려야한다’는 의견이 답변자 중 81%에 달한다는 사실도 유저들과 게임사의 입장 차를 극명하게 대변하고 있다.

유저들이 알게 되면 혼란만 가중될 일이라는 개발사의 판단과는 달리, 그냥 지나치는 것 자체를 무시로 받아들이는 유저들과의 기나 긴 공방. 이 사이 분명한 것은 유저들이 존재하지 않는 온라인게임은 존재할 수 없다는 진리이다. 유저들은 이번 설문을 통해 더 이상 ‘유저들을 위한’ 따위의 변명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피력했다. 그네들은 정녕 모든 유저들을 위한 것이라면 잠수패치를 활용할 이유가 전무하며, 이 중 일부 유저들이 손실을 입게 된다는 것은 고객에 피해를 입히는 것인 만큼 이 역시 공개해야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성숙한 온라인게임 문화를 위해서도 보다 체계적인 패치에 대한 기획과 개발, 그리고 이를 유저들에게 알리는 것은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는 혜안과도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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