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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 속에 감춰진 은밀한 비밀] 천·기·누·설, 잠수패치를 말하다! <1>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5.0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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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이렇게 사이버 머니가 줄었지?’, ‘분명 4대면 죽었는데, 어제부터 5대에 죽네. 내 착각인가?’ 구체적인 증거나 자료는 없으나, 분명 무언가 변해있다. 하지만 아무리 해당 게임사의 고객센터에 문의해본들 ‘전혀 그렇지 않다’라는 Ctrl+V식 회답만이 메아리친다. 정말로 유저들의 착각일까. 여기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결코 ‘유저들에게 알릴 수 없는, 알려서는 아니 되는’ 무언가가 진행되는 사이 유저들의 심증은 불신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수패치라는 이름의 그 무엇은 오늘도 단행되고 있다.

01. 모르는 것이 약인 사이버 세상
잠수패치(몰래패치 또는 잠수함패치로도 불림. 이하 잠수패치)란 게임 내 공지사항 없이 진행되는 온라인게임의 패치들을 정의한다. 자연 유저들은 알 턱이 없다. 사실 잠수패치란 것은 사전적인 의미도, 구체화된 내용도, 그 유례나 근원조차 파악키 어렵다. 지금껏 잠수패치에 대해 공개된 바가 전무한 까닭이다. 그만큼 은밀하게, 그리고 철저한 베일에 가려진 채 조용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해당 게임을 즐기는 수많은 유저들이 ‘이상한데’라는 느낌을 받더라도, 사실상 이를 증명해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자연 잠수패치라는 것에 대한 실체 유무가 드러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 돼버린 셈이다. 이미 수많은 게임사들이 이에 대해 철저히 부인해오지 않았던가.

이와 관련해 좋은 사례가 있다. 얼마 전 잠수패치로 인해 모 게임사의 게시판이 뜨거웠다. 어렵게 연결된 해당 게임사의 고객센터 직원은 ‘절대’라는 단어를 들먹이며 그러한 일이 없다는 회답만을 되풀이했다. 증거도, 증인도 없다. 의구심 이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비빌 언덕조차 없는 셈이다. 태평양 한가운데 심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유저들에게 알리지 않고 진행되는 패치들을 가리켜 ‘잠수’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02. 수익을 위한 거부할 수 없는 유혹
게임사들이 굳이 잠수패치를 단행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유저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패치들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만으로도 잠수패치는 어느 정도 유저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업데이트라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공지사항을 통해 밝힐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상상을 해보자. A라는 게임이 있다. 최근 대다수의 게임들이 그러하듯 이 게임 역시 부분유료화 결제 방식을 채택했다고 치자. 새로이 창조해 낸 아이템을 판매키 위해서는 자연 그 만의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 필요하지 않은 아이템을 굳이 구매할 유저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후 판매량이 신장되고, 수익을 얻은 A사. 하지만 일정 시간이 흐르면, 오르막 길 이후 내리막 길이 존재하듯, 해당 아이템은 판매량이 줄어들 밖에.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하다.

기존의 아이템보다는 좋은, 강한, 매력적인 아이템을 만들어 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강해져가는 아이템으로 인해 자칫 전체적인 밸런스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 어찌해야할까. 방법은 간단하다. 기존에 판매했던 아이템의 능력을 줄이거나, 몬스터들의 방어력 혹은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 인공지능을 강화시키는 방식이다. 유저들은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 적지 않은 반발과 게임에 대한 신뢰도 저하가 이어진다. 유저들에게 알려서도, 알릴 수도 없는 것은 자명한 이치. 실제로 N사에 근무했던 게임사 직원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이러한 일을 자행한 바 있다”며 “국내 온라인게임은 아이템 실거래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인위적인 개입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03. 긍정적 요소 다분
온라인게임의 변화된 사항들을 유저들에게 알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경우도 가끔은 발생한다. 유저들이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라고는 하나, 게임상의 버그가 발발할 경우 구태여 알리는 것은 이미지 손상을 가져온다. 이 경우, 잠수패치는 좋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클라이언트의 수정 등 괜스레 유저들에게 공개함으로 인해, 혼란만을 가중 시킬 소지가 다분한 경우에도 구태여 밝히지 않는다. 더불어 유저들로 하여금 악용의 소지가 있는 경우에도 잠수패치는 최고의 효율을 보장한다. 유저들이 알 경우, 게임사의 이미지 손상과 더불어 신뢰도 저하를 가져올 만한 부분들을 공지함으로 인해, 스스로 무덤을 팔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초거대 패치 이후, 치명적인 약점이나 악용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될시, 개발사는 이를 긴급히 패치하게 된다. 하지만 단 시일 내 제작되는 패치에서 완벽한 대안의 보장은 없다. 테스트를 진행할 시간조차 부족한 마당에 의무 이행을 위해 이를 알릴 경우, 빽섭(문제가 발발하기 이전으로 서버의 시간을 돌리는 방안)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잠수패치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단순히 잠수패치를 ‘나쁜 것’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더불어 잠수 패치가 사라질 수 없는 결정적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04. 문제 해결을 위한 비상구로 활용
발사는 이를 긴급히 패치하게 된다. 하지만 단 시일 내 제작되는 패치에서 완벽한 대안의 보장은 없다. 테스트를 진행할 시간조차 부족한 마당에 의무 이행을 위해 이를 알릴 경우, 빽섭(문제가 발발하기 이전으로 서버의 시간을 돌리는 방안)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잠수패치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단순히 잠수패치를 ‘나쁜 것’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더불어 잠수 패치가 사라질 수 없는 결정적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온라인게임을 개발하다보면, 초반 기획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퍼블리셔의 압력이나 개발사의 방향, 혹은 메인 기획자의 퇴사 등 수많은 변수들로 인해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처럼 생각지 못한 채 발생한 숙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 잠수패치는 최고의 해결사 노릇을 수행한다. 초기 기획의도와 다르게 적용된 컨텐츠를 복구해야하거나, 초반 기획의 실수를 만회키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잦다. 가끔은 개발사에서 이미 패치를 진행했음에도 서비스사의 운영팀에 이 같은 사실이 전달되지 않았을 경우, 패치의 농도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하며, 컨텐츠의 속도를 유저들이 추월할 경우에도 컨텐츠의 보강 시간을 벌기 위해서도 단행된다. 이 밖에도 미묘한 밸런스를 맞춰야할 경우나, 대다수 유저들을 위했다고는 하나, 일부 유저들은 손실을 입는 패치에 대해서도, 추후 밝힐 예정인 조각 패치를 단행할 경우에도 잠수패치가 활용된다. 이처럼 잠수패치는 수많은 이유들로 인해 지금 이 시각에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05. 심증 속 변화의 중심
잠수패치 중 가장 큰 빈도수를 차지하는 것은 밸런스 조절이다. 대표적으로 몬스터들의 방어력을 조정한다거나, 아이템 드롭률에 대한 상, 하향 패치, 세트 효과의 약화나 미묘한 사정거리의 감소, 공지로 올릴 필요가 없는 사소한 변화 내역 및 고인챈트 아이템의 생성, 희소를 위한 인챈트 성공률 변화와 기존 부분유료화 아이템에 대한 능력치 저하, 내구도 시스템에 대한 변화와 몬스터 행동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인공지능, 게임의 신기술 도입 이후 테스트 및 하드웨어와의 궁합 미비, 마나회복 속도 저하와 회사 이미지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요소, 게임 소스에 대한 공개가 불가피한 경우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도, 방향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최근 온라인게임사를 퇴사한 김영식(가명)씨는 “적정한 돈을 지불하고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결코 봉이 아님에도 아직까지도 이를 기만하는 개발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잠수패치를 단행했을 당시)한번은 유저들의 반발이 너무 심해, 당일 잠수패치를 몰래 삭제한 일도 있다”며 “이로 인해 (유저들의)불신의 벽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이후 개발상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오늘도 온라인게임을 취미로 삼은 수많은 유저들. 이들은 자신도 모른 채 변화하고 있는 게임 환경을 무방비 상태로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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