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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협, 게임업체 전쟁 선포!’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9.1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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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협 ‘무대포’, 게임계 ‘무방비’, 정부측 ‘무개념’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IPCA·이하 인문협)가 게임계를 향해 칼을 꺼내들었다. 지난 9월 4일 인문협은 유료게임대책위원회를 긴급 소집했다. 인문협의 박광식 회장 이하 유료게임대책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CJ인터넷과 JC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표 유료게임사들의 횡포에 대한 대책이 논의됐다. 이날 강경 대응으로 방침이 굳어졌고, 항쟁을 위한 조직 구성도 완료됐다. 생존권 보호를 위한 인문협의 사활을 건 벼랑 끝 승부수 앞에, 온라인 게임계는 또 한번의 위기에 직면해있다.

인문협-게임사, 극단적 대립 ‘초읽기’
인문협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인문협은 기존의 일부 업체나 게임을 타겟으로 한 강경대응 방침과는 달리 정액제나 종량제 모델을 선택한 모든 온라인 게임사에 대해 포문을 열었다. 게임사에 대한 최후통첩 등 공식 입장이 배제된 상태에서의 무력시위도 검토 중이다. 이번 사태는 JC엔터테인먼트의 ‘프리스타일’과 CJ인터넷의 ‘서든 어택’이 발단이 됐다. 인문협 관계자에 따르면, ‘프리스타일’의 경우 한 점포당 PC 50대 미만은 월 9만 9천원의 요금을, 50대 이상은 월 13만 2천원의 요금을 책정하는 등 단일 요금제만을 수용, 선택의 폭을 없애는 등 인기 게임에 대한 게임사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서든 어택’ 역시 완전 무료화를 선언하고도, 유료로 전환하는 등 상도에 어긋난 행동이 극에 달해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PC방의 게임 이용료는 PC 50대를 기준으로 할 때, 한 달 평균 적게는 15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을 넘어선다. 종량제의 경우에도 대다수 게임들이 시간당 300원 이상의 게임 이용료를 부과하고 있다. 예년에 비해 게임 이용료가 상승한 결과다. 이에 비해 PC방 요금은 수년째 동결된 상태. 결국 손익분기를 맞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인문협 관계자의 직언이다. 실제로 강남 사이버랜드 PC방의 신인철 사장은 “게임사들이 해도 너무한다”며 “PC방 요금은 낮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게임 이용료는 오히려 올리고 있다”고 분개했다.

인문협의 조광혁 사무국장은 “과거에 비해 더욱 절박한 사정으로 생존권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PC방이 총체적 위기를 맞았음에도, 게임사는 공생이 아닌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어 부득이하게 실력행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PC방을 등한시 했을 때)게임강국 넥슨이라 할지라도, CCR과 같은 운명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생존권을 앞세운 인문협의 실력 행사 앞에 게임업계는 또 한번의 유료화 파문을 맞게 될 전망이다.

게임사 ‘무방비’· 정부 ‘무개념’
이에 반해 게임사의 대응은 미약한 편이다. 인문협에서 거론한 CJ인터넷과 JC엔터테인먼트, 넥슨 등 국내 유력 온라인 게임사 대부분이 인문협의 행보를 예의주시해 오긴 했으나 별다른 대응전략을 마련하지는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JC엔터테인먼트의 우지경 팀장은 “내부적으로 ‘프리스타일’에 대한 다양한 요금제를 검토 중이나 언제가 될지, 얼마가 될지는 미지수”라며 “요금제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넥슨의 최현우 부팀장 역시 “(인문협의 행보에 관한)대응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CJ인터넷의 이선희 팀장은 “‘서든 어택’은 개인유저에 한해 평생 무료 요금제를 발표했다.

PC방은 별개의 것으로 이는 인문협의 과대포장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신규 PC방 상품인 16만 9천원의 플러스존 요금에 대한 오해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팀장은 이어 “베이직존에 비해 경험치 증가나 무료 아이템 등 다양한 혜택이 추가된 것으로 현재 40%의 할인 요금제를 병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든 기존의 9만 9천원의 요금이 책정된 베이직존으로 변경 가능하다”며 “‘서든 어택’을 단독상품이 아닌 패키지 상품에 추가한 것은 분명 PC방을 배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게임 산업을 육성하고, 무력시위를 중재해야할 정부는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문화관광부는 양자의 갈등을 인지하기는 커녕, 해당 업무를 정책홍보팀과 게임산업팀이 서로 떠넘기기에 바빴다. 게임산업개발원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인문협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바다이야기 등 성인 PC방 상품권 관련 업무로 인해 업무 태만이 극심했다”며 “정부부처 역시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와 정부부처 모두 사태의 심각성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임 전문가 홍성민씨는 “인문협의 움직임은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며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게임업계 또한 책임 측면에서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생(共生)해야 할 게임업계와 인문협의 힘겨루기. 하지만 이 사이 브레이크는 없었다. 이것이 게임업계의 현실이다.

전면전 ‘불사’, 해결책은 ‘난항’
인문협에 대한 게임업계의 무시도 이번 사태를 부채질했다. 인문협의 박광식 회장은 “요금 책정시 게임사와 진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PC방 업주들의 원성이 극에 달했음에도 오히려 협회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어 실력 행사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게임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서비스 중인 게임의 가맹 PC방은 전국적으로 1만 2천개에 달한다”며 “이중에는 협회 가입 PC방도 있지만, 인문협은 사실상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문협 회원사인 전농동에 위치한 벙커9 PC방의 김성현 사장은 “게임사들의 횡포를 참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과거에도 참여해봤으나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한 협회에 실망이 큰 만큼, 무력시위 등에 동참할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인문협은 분명 회원사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사들만큼이나 회원사들 역시, 인문협에 대한 불신과 무시가 팽배해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인문협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인문협의 박광식 회장은 “과거에 비해 더욱 절박해진 상황인 만큼, 게임업계에 미치는 파장이나 결과가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며 “PC방의 총체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추가 요금제나 무력시위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자신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게임 개발비용은 상승하는데 반해, PC방 요금을 낮출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수년째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는 예견됐던 일”이라며, “승패 없는 힘겨루기에 치중하기 보다는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푸는 것이 급선무”라고 분석했다.

인문협은 9월 중 기자간담회와 대국민호소문 공표를 시작으로 게임사들을 향한 포문을 열 계획이다. 게임사들은 무방비 상태로 이를 지켜보고 있다. 중재의 노력을 기울여야할 정부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실정이다. 과거 게임사와의 갈등이 유혈사태로까지 불거졌던 인문협 사태는 2006년 9월 현재, 해결이 아닌 극한의 대립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 있다. 전면전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게임업계에는 또다시 피바람이 몰려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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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협 사태 주요 일지

지난 2000년 인문협은 CCR의 ‘포트리스’ 게임 이용료와 관련, 유료화 파문의 첫 신호탄을 터트렸다. 4년 뒤인 2004년 5월에는 스타일네트웍스의 ‘카운터스트라이크:컨디션 제로’의 스팀 서비스 불매 운동을 통해 실력 행사에 돌입했다. 2005년 1월 블리자드코리아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불매 캠페인을 벌였으며, 같은 해 6월에는 유혈사태로까지 이어진 넥슨 항의 집회를 가졌다. 모든 집회의 근본적인 원인은 게임 이용료가 직접적인 이유였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PC방 업계를 대변하는 사단법인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1만 1천개의 PC방을 회원사로 보유하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e스포츠 참여 사단법인체로 대외적 활동을 겸하고 있으며, 합동자율지도위원회 주관단체로 자체정화 활동도 벌이고 있다. 명예총재로는 이종찬 전 국정원장이, 명예회장으로는 김덕룡 한나라당 전 원내대표 등이 포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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