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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 新 주민등록법 시행 온라인 게임산업 타격 불가피!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6.09.2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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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이버상에서 자행되는 주민등록번호 도용에 칼을 빼들었다. 지난 2005년 8월, 정부는 입법 시행안에 새로운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오는 2006년 9월 25일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타인의 허가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온라인 게임 유저들이 피의자로 둔갑할 상황에 놓였다. 사이버 거래를 통해 계정을 구입한 유저들도 법의 잣대 하에 놓이게 됐다. 게임사들 역시 기존 유저들에 대해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일각에서는 공청회 한번 없이 진행되는 이번 주민등록법 개정안에 대해 ‘바다이야기 사태를 잇는 무능한 정부의 게임산업 죽이기 최종 시나리오’라는 의견까지 대두되고 있다.

현대판 살생부, 타겟은 ‘게임산업’
행정자치부는 개인정보보호 강화와 주민편의 증진을 골자로 하는 주민등록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을 지난 2006년 3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 9월 25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주민등록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그간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고 이를 별다른 범죄행위로 인식하지 않는 일부 그릇된 인터넷 문화의 정화에 목적을 두고 있다. 행정자치부 주민제도팀 박경태 사무관은 “이번 법의 취지는 그간 극심한 주민번호 도용으로 인한 개인정보유출에 있다”며 “사회적 요구에 따른 정화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새로운 주민등록법은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 사용하는 모든 행위를 처벌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따라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 사용하더라도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위한 경우에만 처벌 대상이 됐던 주민등록법은, 단순 도용시에도 처벌(3년이하 징역, 1천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다만,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돼 피해자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또는 그 배우자인 경우에는, 당사자가 명시한 내용에 반해 공소가 제기되지 않는다. 기존 도용사례는 형사법상 법 제정 이전에 발생된 사항으로 처벌대상에서 제외된다. 주민제도팀은 청소년들이 흥미목적으로 또는 게임사이트 등에 가입하기 위해 다른 사람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 상황을 주목했다. 이에 법시행과 함께 자칫 많은 청소년들이 뜻하지 않게 처벌대상이 되는 사례도 발생될 수 있다고 점을 고려, 관계부처와 협조하여 청소년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법개정 내용을 적극 홍보하고 건전한 인터넷 사용습관을 권장할 방침이다.

첫 단추부터 ‘삐걱’
새로운 주민등록법 개정에 대해 게임사와 유저, 시민단체 모두 우선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이번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정부의 주먹구구식 행정의 발로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여럿 드러난다. 우선 법 개정 이전에 이미 도용된 온라인 게임 계정에 대해서는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즉, 법 개정 이전에 등록한 유저에 한해서는 법의 잣대를 드리울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문제는 법 개정이 시행된 후, 도용된 계정을 사용했을 경우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리니지 명의도용 사태에서 전화, e메일, 팩스 등으로 신고된 것이 5만3399건, 인터넷이 17만1000건이다. 타 게임사이트 및 인터넷 사이트의 밝혀지지 않은 도용사태를 합하면 수백만건이 이를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중론.

휴면계정을 제외하더라도 아직도 사용되고 있는 계정이 수십만건에 육박하는 만큼, 구체적인 법안이 적용되지 않을 시 유저는 물론, 게임업체까지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에 행정자치부 정선애 사무관은 “현재 변호사 및 전문가들과 상의 중”이라며 “9월 14일 이후에 추가적인 사항을 구체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날짜가 공표되지않아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주민번호도용의 시점 또한 쟁점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도용이라는 의미가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았다. 게임 사이트 및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할 때부터 법적인 적용이 시작되는지, 그 계정을 이용했을 때부터 법적효력이 발생 되는지 불분명하다. 이에 박경태 사무관은 “계정등록부터 시행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을 흐렸다. 충분한 유예기간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3월 14일 법 공표 이후, 6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을 뒀다는 것이 행정자치부 측의 설명.

그러나 법 공표 후, 홍보활동이 전무해 대부분의 국민들이 개정안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개정법안을 인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몇몇 인터넷 사이트와 국가 홍보 홈페이지에 팝업 창을 띄우고 있지만, 효력은 미미 상태다. 실제로 <경향게임스>는 지난 9월 12일부터 9월 14일 양일 간, 강북과 강서에 위치한 PC방 30군데를 찾아 400명에게 ‘주민번호법 개정’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시행령이 10일 남짓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는 일’이라고 전체 인원의 86%가 답했다. 특히, 15세 미만의 학생 93%가 개정안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2005년 8월부터 법 제정 공표, 시행까지 업계와 단 한번의 공청회를 열지 않았던 점은 역시, 국민과 업계를 무시한 처사로 지적됐다.

유저 ‘무지’, 게임업체 ‘난감’
<경향게임스> 자체 설문 인터뷰에서 김대식(가명, 14) 학생은 “주민등록생성기(프로그램)를 돌려서 가입한 사이트가 3개정도 있다”며 “아직도 그 계정으로 게임을 즐긴다”고 털어놨다. 새로운 주민등록법에 대한 설명에 김호진(가명, 13) 학생은 “그럼 지금까지 제가 키웠던 캐릭터는 어떻게 되나요?”라며 오히려 반문했다. 성인 유저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1년째 타인의 계정을 구입해 게임을 하고 있는 박순철(가명, 34)씨. 그는 “정당하게 제가 돈을 주고 산 캐릭터인데 이것도 처벌이 되는 것이냐”며 “그간 들어간 돈이 얼만데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지적재산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된 주민등록법안이 발표되면서 법적 개연성 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런 혼란 속에 게임업체들도 난감한 상황. ‘리니지 명의도용 사태’ 이후 회원가입 절차에서 핸드폰 인증 등을 통해 실명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시행 전에 가입한 유저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한빛소프트 윤복근 홍보팀장은 “게임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최대한 정책에 협조할 생각이지만, 중요쟁점 사항이 정확히 공지돼있지 않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타 업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회원가입시 공지를 명시하거나 팝업창을 통해 주민등록법안을 설명하고 있지만, 법적인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NHN 홍보팀 노수진 과장은 “현재 자진 신고기간을 두고 유저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며 “자진 신고한 유저에 한해 게임 캐릭터를 실명 계정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 역시 게임사들이 현금거래에 대한 부분을 인정하는 사례로 약관에 위배되는 등 차후 문제 소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IT산업 좌초위기 누구의 책임?
정부의 이런 늑장 대응은 결국 게임산업에 전방위에 걸친 타격을 줄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임평론가 정제훈씨는 “기존 도용과 관련된 사법처리 여부가 빨리 해결되어야 한다”며 정부의 대응이 시급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유저들 역시, 사법처리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원공대 게임학과 송현주 겸임교수는 “(개정안을) 인지하지 못하는 15세 미만의 아이들은 부모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내 아이도 범죄자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사법적인 처리가 강행되는 만큼, 시행전까지 대대적인 홍보수단을 활용해 누리꾼 및 온라인 게임 유저들에게 인지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번 주민등록법 개정안은 온라인 게임뿐만 아니라, 모바일산업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의 명의를 도용, 핸드폰을 개통해서 쓰는 일명 ‘대포폰’부터 성인인증 시스템까지 전 방위 확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문제로 인한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타격은 약관변경, 유저들 이탈 등으로 매출액에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제점들은 제2, 제3의 새로운 문제점들을 야기시키고 있다. 정부의 늑장대응과 함께 문화관광부, 게임산업협회 등, 모든 기관들 역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부랴부랴 공문을 보내고 있지만, 시한부 IT산업을 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훈 정책실장은 “협회 회원사들에게 지속적인 공지를 통해 알리고 있는 중”이라며 “게임업체에게 큰 혼란이 가지 않도록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 미흡한 법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행정자치부와 협조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정된 주민등록법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접근방법에 있어서는 크게 잘못됐다. 정부부처에게만 떠넘길 일은 아니다. 게임산업의 존폐가 달려있는 만큼, 게임업계와 정부가 합심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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