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플레이스테이션3, 앙꼬없는 찐빵?

  • 봉성창 기자 wisdomtooth@kyunghyang.com
  • 입력 2006.10.31 10:48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X박스360을 비롯해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이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이하 PS3)와 닌텐도의 Wii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미 E3나 동경게임쇼와 같은 대규모 게임박람회에서 상세정보를 소개한 바 있는 이들 차세대 게임기들은 이제 출시만을 한 달여 앞두고 있다. 그 중 유독 PS3는 수차례 사양변경과 심지어 디자인까지 바꾸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유저들의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소니는 올해 동경게임쇼 자리에서 PS3의 가격 인하를 전격 발표하는 등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E3 2006에서 유저들에게 혹평을 받은 진동(포스피드백)기능 삭제는 이번 동경게임쇼에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니측은 “기술적으로 모션을 감지하는 6축 검출 시스템과 진동 기능이 간섭을 일으켜서 동시에 삽입할 수 없다”며 끝내 진동 기능을 포기했다. <경향게임스>는 소니가 PS3에서 진동 기능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던 숨은 내막을 꼼꼼하게 취재했다.

소니가 거짓말을 했다?
2006 동경게임쇼. 대형 시연대가 설치된 X박스360 부스 옆에 위치한 이머전의 부스가 눈길을 끌었다. 이머전은 진동 기술과 관련된 전 세계 600여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는 첨단 기술 연구 회사다. 이들이 전시한 여러 진동기술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의 게임 주변기기 전문 업체 이디멘셔널(eDimensional)의 기울임 탑재 진동 게임패드. 기울임 감지 센서를 장착하고도 PS2의 듀얼쇼크 패드보다 더욱 우수한 진동 기능을 선보였다. 이는 소니가 발표한 진동 기능 삭제 이유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후 SCEA의 히라이 카즈오 사장은 지난 10월 2일 미국 비디오게임 웹진 키키조(www.kikizo.com)와의 인터뷰에서 “진동 기술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비용 문제이며 이는 바로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북미에서 14만원대까지 떨어진 PS2에도 적용되던 진동 기술이 PS3로 넘어오면서 갑자기 비용이 상승했다는 점은 의아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디멘셔널사의 6축 검출 시스템이 탑재된 진동 게임패드는 29.95달러에 판매될 예정으로 소니의 PS3 공식 패드가 42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모순인 셈이다.

4년간의 법정 공방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소니가 게임패드에 진동 기술을 넣기 시작한 것은 1998년 PS1 시절부터다. 이후 2000년에 출시한 PS2에서는 아예 기본 구성에 ‘듀얼쇼크2’라는 이름으로 진동패드를 삽입해 판매했다. 그러나 게임 주변기기에 진동을 넣는 기술은 이미 이머전이 1995년에 특허를 내놓고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세가, 로지텍 등과 접촉한 상태. 결국 소니는 이머전의 특허권을 무단으로 도용한 셈이다. 2002년 2월 11일, 이머전은 소니를 상대로 미국 연방법원에 고소장을 보냈고 소니는 고소 취하장을 제출했지만 기각당했다. 그리고 2년간의 긴 법정 공방 끝에 이머전이 1차 승소했고, 배심원단은 소니에게 8천 2백만 달러(한화 약 8백억원)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그 다음 해인 2005년 美 연방법원은 배심원 판결에 대해 최종 확인하고 2004년 6월 30일까지 수익을 취합하여 9천7십만(한화 약 910억원) 달러의 배상금과 동시에 PS2의 미국 내 판매 중지를 명령했다. 관련 게임타이틀 35종에 대해서도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물론 소니는 이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따라서 현재 소니는 항소심이 마무리 될 때까지 이머전에게 1.37%의 라이센스 비용을 연간 4회에 걸쳐 지불하고 PS2를 판매하고 있다. 항소심은 2007년에 초에 마무리 될 예정이다.

비용 문제인가? 법적 문제인가?

표 1) PS2의 대륙별 판매량
--------------------------
지 역 l 판매대수
--------------------------
북미 l 4,297만대
유럽 l 3,971만대
일본/아시아 l 2,355만대
전세계 총 판매량 l 10,623만대
--------------------------

2006년 6월 30일 기준(SCEK 제공)
콘솔기기의 시장은 자국인 일본을 포함하더라도 미국과 유럽이 가장 크다. 그러나 미국 내 PS2의 진동 패드와 관련한 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과거처럼 무단으로 진동 기능을 탑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손해배상액을 포함해 그 후에도 라이센스 비용을 이미 이머전에 지불했거나 美 법원에 맡긴 만큼 PS3 역시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한다면 충분히 사용 가능한 부분이다. 이머전의 ‘빅터 바에가스 CEO’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라이센스 비용을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충분히 저렴한 수준이며 우리는 소니가 원할 경우 얼마든지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소니가 동경게임쇼를 통해 공개한 PS3의 최종 사양에는 진동 기능이 여전히 빠져있다. 발매를 한 달 여 앞둔 지금, 전문가들은 “이미 1년 이상 발매일을 연기한 소니가 진동 기능을 위해 또 다시 발매일을 연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동 기능 삭제, PS3의 아킬레스건 되나?
PS3의 진동 기능 삭제에 대해 유저들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는 분위기다. 세계적인 리서치 기업 입소스(ipsos)는 미국 80만 가구를 표본으로 뽑은 일주일에 평균 4시간 이상 게임을 즐기는 성인 남녀 1,075명을 대상으로 PS3의 진동 기능 삭제에 대한 설문 결과 응답자 중 74%가 소니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응답했다. 또한 이에 대해 60%는 “실망했다”고 답해 진동 기능 삭제에 거부감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모든 응답자의 60~70% 이상이 레이싱, 액션, FPS, 격투, 스포츠 등 RPG를 제외한 모든 장르에 진동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위의 게임 장르는 전 세계 판매량에 약 72%를 차지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전체 응답자 10명 중 9명이 차세대 게임기에 진동 기능이 포함되기를 원했고 단 5%만이 제거돼야 한다고 답했다.

즉, 진동 기능이 콘솔게임을 즐기는데 있어 필수적 요소로 인식되고 있는 것. 문제는 이러한 유저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곧 판매와도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MS의 X박스360은 진동패드를 보유하고 있고 닌텐도의 Wii 역시 모션센서 컨트롤러에 진동 기능이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들은 이미 이머전과 정식 계약을 맺거나 맺을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콘솔의 가격 등을 고려했을 때 유저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며 이때 진동 기능의 유무가 선택을 하는데 있어 하나의 요인이 될 수도 있는 것. 입소스의 설문에서도 PS3의 구입을 희망하는 응답자의 40%가 사지 않거나 구입을 재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는 비단 미국 유저 뿐만이 아니다. 2006 동경게임쇼에서 PS3를 직접 시연해 본 일본 유저들 역시 수준 높은 그래픽에 감탄하면서도 패드의 진동이 없어 게임이 전반적으로 밋밋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당한 소니, 언제까지 갈까?
이러한 상황에 대해 소니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소니의 한 관계자는 일본 패미통과의 인터뷰에서 “진동 기능은 게임에 국한된 것이며, 게임은 PS3가 가진 컨텐츠의 일부일 뿐”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다양한 컨텐츠를 종합적으로 생각할 때 진동 기능의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내 PS3의 공급을 맡게 될 SCEK의 홍보담당 강희원 차장 역시 “물론 진동 기능까지 추가된다면 좋겠지만 그것(진동 기능 삭제)이 판매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진동 기능이 단지 선택사항일 뿐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진동에 익숙해져 있는 유저들에게는 큰 실망감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어쩌면 사소해 보이기까지 한 이 문제가 나중에 소니의 발목을 잡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여기에 소니가 전 세계 게임기 점유율의 13%를 잃을 것이라는 입소스의 연구 결론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차세대 게임기의 발매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과연 소니의 결정이 차세대 게임기 전쟁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
<경향게임스>에서는 게임과 관련된 독자여러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e-mail : kim4g@kyunghyang.com, angpang@kyunghyang.com
---------------------------------------------------------------------------------------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