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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韓 ·美 FTA, 국내 게임계에 침묵의 경종을 울리다

  • 하은영 기자 hey@kyunghyang.com
  • 입력 2007.04.1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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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으로 전송되는 디지털 컨텐츠에 대한 무관세 현행대로 유지    
     로열티 지불 건 처음부터 논의대상에서 제외
                                     


여덟 차례 본 협상을 거쳐 마지막 통상 회담에서 협상 시안을 48시간 연장하며 온 국민의 애간장을 녹였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지난 4월 2일 14개월여 간의 협상을 마무리했다. 국가간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모든 무역 장벽을 제거시킨다는 명목 아래 시작된 일이었지만, 정작 누구를 위한 협상안이냐는 우려의 목소리에서부터 분노한 농민을 분신자살로 이끄는 등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자동차, 섬유, 농산물 등 무역관련 제반분야를 총 망라하는 한·미 FTA는 사회 전반적으로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됐지만, 타 분야에 비해 게임은 한 발 물러서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한·미 FTA의 이면에서는 이미 국내 게임계에도 침묵의 경종을 울리고 있다. 국내 게임계에 소리 없는 경종을 울리고 있는 한·미 FTA 협상. <경향게임스>에서 그 이면과 향후 과제를 진단해 봤다. 


■ 한·미 FTA와 온라인게임의 주요 쟁점
 + 온라인게임 서비스와 관세 문제
한·미 FTA의 각 협상안 중 온라인게임의 쟁점을 이루는 부분은 서비스·투자 분야의 전자상거래 항목에 포함돼 있다. 온라인게임과 관련해 특별히 마련된 협상안은 없었지만, 전자적(온라인)으로 전송되는 디지털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현행 방침을 영구화할 것인지의 여부가 주요 논의사항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온라인으로 전송되는 디지털 컨텐츠 제품에 대한 무관세 관행을 유지키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온라인 디지털 제품은 실질적으로 관세 부과가 불가능하며, 1998년 WTO각료 회의에서 무관세하기로 결정한 후 계속 무관세 관행이 유지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관광부 역시 한·미 FTA 이전에도 온라인게임 서비스에서 있어 내외국이 차별대우를 받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특별히 부각돼 논의된 부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한·미 양측이 온라인게임을 상대국가에서 서비스함에 있어 관세가 부가되지 않는 현 관행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 로열티 지불 건
상대국가에서 자국의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한 후 발생한 수익을 현지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서비스 업체는 해당국가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국세청은 통상 한·미 양측이 상대국가에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는 경우 한·미조세조항 제 14조에 따라 10%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미국산 게임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등은 로열티의 일부를 세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미국에서 ‘길드워’를 서비스하고 있는 국내 게임사 엔씨소프트도 마찬가지. 한·미 FTA와 관련, 미국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는 일부 국내 게임사에서는 로열티 지불건과 관련, 로열티가 삭감되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한·미 FTA 협상안에서 쟁점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로열티 지불 건 역시 한·미 FTA 협정 이후에도 현행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관세 문제와 마찬가지로 내외국이 차등 적용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논란의 소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기타 쟁점사항
사행성 게임을 포함한 도박(Betting and Gambling)에 대해서는 애초에 한·미 FTA 협정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됐다. 이로써 향후 사행성 게임이나 도박으로 인한 국민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등급심의에 대한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 자국에서 12세 등급을 받은 온라인게임이 상대국에서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을 경우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자국의 법에 따라 심의가 이루어지는 부분이므로, 한·미 FTA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게임산업, 일단은 특별한 영향 없다
앞서 언급한 몇 가지 쟁점을 놓고 봤을 때, 한·미 FTA가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어떤 영향력도 미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과연 한·미 FTA는 온라인게임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진 한·미 자유무역협정인가? 일각에서는 한·미 FTA 협정으로 게임계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산 게임의 국내 진출의 폭이 확대됨에 따라 경쟁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한·미 FTA로 인해 온라인게임의 수출입구조에 커다란 판도변화가 기대되지는 않는다. 한·미 FTA로 관세가 줄어들어 대량 수입이 예상되는 커피나 와인 등과 달리 온라인게임의 수출입에 있어서는 관세나 로열티 등에 있어 달라지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2006년 문화·산자·정통 등 관계부처의 공동 연구 자료는 최근 온라인분야의 해외시장 여건이 더욱 우호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온라인 시청각 컨텐츠 시장은 2005년 기준 연간 1조 2천억원 수준이나, 정상적으로 성장할 경우 2015년에는 4조 5천억 규모로 성장하고 2020년에는 약 5조 2천억 원 수준으로 급격하게 성장해 나간다고 전망하고 있다.








































년도


온라인영화


온라인음악


전자출판


온라인게임


합계


2005년


180


 460


735


10,186


11,561


2010년


946


2,250


4,500


17,765


 25,461


2015년


3,750


4,110


13,200


23,656


44,716


2020년


5,588


4,470


14,200


27,597


51,855


(단위: 억원)


물론 이 자료가 FTA 추진 등 통상환경변화에 따른 디지털 제품의 경쟁력 강화 및 글로벌화 방안 연구를 근거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고할 만한 사항이다. 그러나 한·미 FTA로 인해 온라인게임 수출입 관세나 로열티에 변화가 없는 한, 이것이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경쟁력 심화 등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문가들 역시 한·미 FTA가 아니더라도 경쟁의 가속화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문화관광부 게임산업과 신종필 행정사무관 역시 “경쟁 심화에 대한 문제는 한·미 FTA 이전에도 논의됐던 문제며, 한·미 FTA가 경쟁심화에 특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한·미 FTA로 국내 온라인게임에 대한 미국의 규제 강화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쟁점으로 작용하므로 오히려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해답은 제품의 질적 향상에 있다
그렇다면 한·미 FTA는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어떤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향후 완성도 높은 미국산 게임들과의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게임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미국산 게임과 다른 국내 게임만의 강점을 지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로 수입되는 미국 게임들과의 경쟁에서도 자사 게임이 월등히 우위를 점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한·미 FTA로 인해 수출정책상 특별한 변화는 예상되지 않지만, 규제 강화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수출판도를 마련하는데에는 훨씬 유리할 수 있다. 문화관광부는 한·미 FTA 협상결과 및 향후 국내 보완대책 발표에서 일부 개방된 분야는 기본적으로 소관분야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제도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 밝혔다.


이와 함께 피해가 예상되고 경쟁력 강화가 요망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사전 연구분석을 바탕으로 보완대책을 마련, 이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감으로써 우리 문화산업의 체질개선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엔씨소프트 창립 10주년 기념의 밤에서 김택진 사장은 “한·미 FTA이후 방송, 영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미국의 강력한 지적재산권 상품이 한국 컨텐츠 시장을 휩쓸게 될 것이다”면서 “이제 우리는 미국 수준의 강력한 지적재산권을 갖는 상품을 확보해야하며, 게임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결국 미국산 게임과의 경쟁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는 고품질의 온라인게임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내포한 말일 것이다. 오랫동안 논의돼 온 한·미 FTA는 결국 국내 모든 생산품을 향해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국내 게임계에도 강력한 지적재산권을 갖는 온라인게임을 제작해 비교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왔다.


이미 방아쇠는 당겨졌고 무한 경쟁은 시작됐다.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이를 알아차리고 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미 FTA. 일부에서는 미국에 비해 절대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특수직종 종사자 외에는 이 구조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한국인은 없다고 말하지만, 분명 그 이면에서는 우리사회의 수많은 생산품들이 보다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들고 있다. 이는 게임업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미 FTA를 계기로 세계의 무대에서 한 발 더 앞서나가는 대한민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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