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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PC방, 변화만이 살 길이다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7.06.0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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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 마케팅 최전선 'PC방, 변화만이 살 길이다!'

국내 온라인게임의 성지 PC방. 지난 1995년 인터넷 카페로 태동, 1997년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대한민국 네트웍 인프라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이후,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공간이 아닌 온라인게임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장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PC방이 존재했기 때문에 게임산업의 발전이 더욱 탄력 받을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권불십년이라 했던가. 10년 동안 굳건히 자신의 입지를 굳혀왔던 PC방의 입지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가격정책, 과열경쟁, 게임업체와의 갈등 등으로 존폐의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는 PC방. <경향게임스>는 2007년 PC방의 현주소와 도전 과제를 짚어봤다.



■ 10년 동안 쭉 1,000원

“힘들어 못 살겠어.” 서울 은평구에서 5년째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광섭(45)씨는 요즘 하루에도 수십번 PC방을 정리할 고민을 한다. 2001년, 남들보다 이른 명예퇴직으로 시작한 PC방은 그에게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 때만 해도 괜찮았지. 자리만 잘 잡으면 순수익이 월 4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항상 나왔으니깐. 근데 지금은 아니야.” 현재, 2001년에 비해서 30%정도의 수익이 고작이라는 것이 김광섭 씨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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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업주 130명 설문조사 ‘PC방 과금체계 왜 변화지 못하나? 
(인문협 서울지부 홈페이지 발췌) 

● PC방 업주 개개인의 이기와 단합심 부족때문에..
53명(40.8%)

● PC방 협회의 정책과 리더쉽 부족때문에..
23명(17.7%)

● 과다 창업과 포화상태로 인한 치열해진 경쟁때문에..
37명(28.5%)

● 정부의 PC방 관련 정책 부재와 무관심때문에..
9명(6.9%)

● 우리업계를 둘러싼 게임사 등 컨텐츠 업체들의 착취때문에..
1명(0.8%)

● 체인 업계들의 무분별한 창업 부추김때문에..
3명(2.3%)

● 기타 복잡하고 다양한 이유때문에..
4명(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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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매출액 감소는 비단 김 씨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경기 악화와 과열경쟁 등 PC방 경영이 총체적인 난관에 봉착했다. 김광섭 씨는 “어떤 업종이 10년 동안 같은 가격을 고수할 수 있겠냐”며 “PC방 과금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금천구에서 PC방 운영하는 박충수(38) 씨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차별화된 PC방 프랜차이즈를 준비하면서 문을 연 PC방의 매출액이 최근 6개월 동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 박 씨의 설명이다. 

“월 50대 기준으로 총 운영비가 850만원이 지출됩니다. 최소 1,300만원의 매출액을 올려야지 수지가 맞습니다.” 24시간 운영을 기준으로 PC 가동률이 40%이상 나와야 최소 매출액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6개월 간, 20~23%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최악이죠.” PC방은 재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PC 본체를 제외하고도 마우스, 키보드, 스피커 등 소모품의 교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PC 본체에 대한 감가상각까지 생각하면 하루 운영을 할 때 마다 1만원에서 많게는 3만원까지 적자를 본다는 것이 박 씨의 설명이다.

“다들 죽겠다고 하면서 왜 가격을 올릴 생각들을 안하는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담합이 아닌, 단합으로 이 난관을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포화상태로 접어든 PC방에서 자신 혼자만 가격을 올린다면 분명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운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PC방 업주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 우군은 없다?!


이렇듯 운영상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PC방에 우군은 없어 보인다. 당장,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과금체계의 압박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PC방 과금모델은 크게 정액제와 정량제로 구분된다. 최근 서비스되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대형 퍼블리셔로 재편성되고 있다.  이에 퍼블리셔들이 정액제 모델을 PC방 업주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액제 모델은 PC 한 대당 한달에 정해진 금액을 지불해야한다. 업주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정액제를 거부하자니, 손님이 찾는 게임이 포함돼 있어 어쩔 수 없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광섭 씨는 “퍼블리셔 마다 킬러타이틀이 포함돼 있어서 정액제를 거부하기 힘들다”며 “다양한 게임을 내놓다보니 운영비가 초과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충수 씨 역시 “최근 유저들의 성향이 한 게임에 올인하기 보다는 여러 게임을 플레이하기 때문에 정액제 모델은 PC방에게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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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환경적 변화 요소

● 유저들의 성향 변화

최근 유저들의 성향 변화로 PC방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온라인게임들의 홍수 속에서 하나의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양한 게임을 섭렵하면서 장시간 게임 이용이 줄어들었다. 특히, 새로운 MMORPG의 부재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 초등학생들의 파워

PC방은 초등학생들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머무는 시간은 많지 않지만, 최소 3명 이상 오기 때문에 매출액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가동률이 가장 낮은 평일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 이용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것이 PC방 업주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 PC사양 및 통신회선의 고품격화

PC방에서 게임을 즐겼던 가장 큰 이유는 ‘랙’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PC사양의 고급화와 PC방에 뒤쳐지지 않는 통신회선들이 가정까지 확산되면서 PC방의 매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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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체 측은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서 PC방에 대한 혜택을 주고 있다”며 “최대한 PC방의 편의를 고려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에서는 자신들의 의사를 끝까지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정적인 매출액을 낼 수 있는 곳이 바로 PC방이기 때문이다.

각 부처의 끊임없는 정책 변화 또한, PC방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는 완전금연을 목적으로 금연 칸막이 설치를 강요했고 소방당국은 화재법에 따라 비상출구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지속적인 추가 비용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회적 인식 역시, 아직까지도 PC방을 비행 탈선의 장소로 매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라도 발생하면, 그 책임을 PC방으로 돌리고 있다. PC방을 운영하는 업주들 대부분이 마치 자신이 범죄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낀 적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 변화 창구 모색

PC방 업주들을 대변하고 있는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가 존재하지만, 업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게임업체들과의 협의 점을 찾아내지 못했고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업주들의 중론이다.

서울지부 인문협 회원인 이창현(가명, 38)씨는 “이제까지 협회만을 믿고 따라왔지만, 매번 불리한 쪽으로 정책이 선회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협회의 강한 면모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문협 조영철 정책국장은 “현재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협회 쪽에서도 최대한 업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해결책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자정적인 개혁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업주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PC방의 인식재고에 앞장서면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변화를 꿈꾸고 있다. 조명부터 밝게 고치고 담배 연기로 자욱한 이미지를 탈피, 신공간을 창조해서 변화를 꿈꾸고 있다. 서울 방배동에서 PC방을 영업하고 있는 조규원(32) 씨는 최근 변화에 맞춰 PC방 안에 길드모임을 할 수 있는 룸을 만들었다.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서울 각지역의 길드모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조규원 씨는 “PC방도 이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며 “자생적인 문화를 만들어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산업의 촉매제, 동반자, 자생적인 문화 창출 등 PC방이 그 동안 해온 일련의 일은 이미 게임산업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여기서 PC방이 무너진다면 국내 게임산업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PC방 업주들의 노력과 더불어 게임업계 관계자들 역시 PC방 개혁에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 미니인터뷰

PC방 업주와 유저가 공생하는 길 모색해야”

▼ 게임팩토리 김동국 운영사업 본부장



Q. 현재 게임팩토리에서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해 달라.


온라인게임의 PC방 총판에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다. 게임사와 PC방을 연결시켜주는 일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고 온라인게임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Q. 최근 PC방의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는데.

사실이다.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과열경쟁과 정부정책에 떠밀려서 PC방이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Q. 자생적인 PC방 개혁이 이뤄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잘되는 PC방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장사가 된다. PC방 업주들의 영업 마인드에 따라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객들의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관건인 것 같다. PC방도 서비스업이다. 서비스가 좋은 곳으로 몰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Q. 게임업체들의 과금체계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게임팩토리에서 5종의 게임을 총판하고 있다. 모두 정량제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PC방 업주들을 고려해서 일정 시간 사용 계약을 맺었을 때, 시간 사용 이후 금액을 무료로 전환하는 등의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총판 역시, PC방과 같은 배를 탔기 때문에 PC방이 원하는 시스템을 고민하고 게임사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Q. PC방의 시스템도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예전처럼 주먹구구식의 운영으로는 생존하기 힘들다. 체계화된 관리 프로세스를 도입해서 자신에게 맞게 고쳐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고 효율적인 관리가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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