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사기획] 대기업 게임시장 진출 러쉬 허와 실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7.06.11 10:37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던 기업들이 게임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매출액 대비 수익률이 높고 인력만 있다면 쉽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굴뚝 기업으로 대표됐던 기업들은 물론, 중견기업들까지 너도나도 게임시장 러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게임시장에 진출한 기업들 중 상당수가 소리소문없이 발을 빼고 있다. 게임시장 진출 1년도 안되는 상황에서 철수를 선언한 경우가 상당수에 이른다. 이에 <경향게임스>에서 게임시장 진출 허와 실을 살펴보고 성공전략의 노하우를 짚어봤다.   



- 대기업 게임시장 진출, 이것이 정답이다!

너도나도 게임시장 진출

대기업들의 게임시장 진출은 지난 1980년대 후반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 삼성, LG, 대우 등 굴지의 기업들 모두 비디오 게임기기를 시장에 출하했고 이후, PC 패키지 소프트웨어 유통까지 뛰어들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품들이 외산 게임기 혹은 소프트웨어에 밀려 별다른 소득을 창출하지 못했다.

1997년 새로운 플랫폼으로 급부상한 온라인게임 시장에 합류하지 못한 대다수 대기업들은 점차 밀려났다. 게임시장은 대기업들에게 하나의 성역으로 굳어지는 듯했다. 지난 2005년 삼성전자가 퍼블리싱한 ‘던전앤파이터’의 대박 신화는 이런 불문율을 깬 역사적인 사건에 해당된다. ‘던전앤파이터’는 서비스 3개월 만에 월 매출 20억원을 훌쩍 넘기면서 게임시장의 핵으로 자리매김했다. ‘던전앤파이터’ 성공 이후,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들의 게임시장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됐고 이후, 진출 러쉬가 이어졌다.

SK그룹, 이랜드, 효성, 인터파크 등 적지 않은 기업들이 온라인게임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그 동안 정체됐던 수익모델의 다변화와 수익성 극대화가 목표였다. 이랜드 측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는 중, 기업의 젊은 이미지로 변신과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게임 진출을 서두르게 됐다”며 “앞으로 이랜드의 차세대 성장 동력 사업으로 이끌어 나 갈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CTX 김성남 대표는 “효성CTX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지털문화컨텐츠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라며 “게임을 발판으로 영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사업 등 진정한 원소스멀티유즈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대부분 기업들에게 게임산업은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 이외에도 디지털컨텐츠 분야로 진출하는 첫 관문이다. 이외에도 게임시장에 진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째, 큰 투자 없이 퍼블리싱을 시작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캐주얼 게임의 경우,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해서 10억원 안팎의 비용으로 시작이 가능하다.

둘째, 가시적인 성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점. 타 사업과 다르게 게임산업의 경우 시장 진출이 이후, 바로 단 기간 안에 성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능동적인 대처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외사업 진출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그 파이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산업은 해외시장 공략이 타 산업에 비해서 손쉽다는 점에 큰 매력이 있다. 



쉽지만은 않다
이렇듯 온라인게임 시장 진출이 큰 매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순수 게임관련 업체가 아닌, 타 기업에서 성공한 사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오히려 쉽게 보고 진입했다가 철수를 서두르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2006년도에 온라인게임 시장에 진출을 가속화 한 ‘SK C&C’와 ‘인터파크 게임즈’ 모두, 지난 2007년 상반기에 시장 철수를 감행했다. 두 회사 모두 준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으나, 시장에서 반응이 좋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게임시장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게임 평론가 정제훈 씨는 “온라인게임 시장의 특성을 간과했던 것이 실패의 큰 요인”이라며 “온라인게임은 단순히, 제품을 출시하는 것에 끝나는 시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인적 인프라의 구축과 시장 상황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인터파크 게임즈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게임에 대한 인적 인프라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시장 상황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은 부분도 실패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게임사업을 준비할 때, 내부 인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마케팅이나 퍼블리싱 능력이 있는 몇몇 인물로 게임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게임디렉터 김용석 씨는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시장에 대한 축적된 노하우와 철저한 준비 없이 게임만을 런칭했다가는 쓴 맛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무리한 퍼블리싱보다는 게임 개발에 대한 프로세스부터 차근히 밟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업에 특화된 기술 필요
중견 기업들의 온라인게임 시장 진출에 대한 실패가 증가하고 있지만, 진출 러쉬는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 실제로 신세계, 대림, 우림, SK텔레콤, KTF 등 중견 기업들의 온라인게임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기업들의 ‘묻지마 러쉬’와 다르게 철저한 준비로 한 단계씩 수순을 밝아나가겠다는 계획이다. KTF 관계자는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하나의 게임으로 승부를 보는 것보다 게임산업의 전반적인 인프라를 먼저 구축한 후, 천천히 시장 진입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퍼블리싱 이외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나 기술을 바탕으로 게임산업의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기존 게임패키지 유통망을 넓혀서 게임시장에 문을 두드린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I&C 홍보팀 옥경원 씨는 “아직 구체적인 온라인게임 시장 진출 계획은 없지만, 좋은 계획과 확실한 수익모델이 있다면 (온라인게임 시장 진출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당분간 게임패키지 유통만을 전념한다는 의사지만, 온라인게임 시장 진출에 대한 여지는 남겨뒀다. 대림과 우림 그룹 모두 시장진출에 대한 욕심이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시장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강원랜드는 직접적인 게임시장 진출을 보류하고 오프라인 게임테마파크를 계획 중이다. 기존 사업의 오프라인 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게임시장의 니즈를 이끌어가겠다는 각오다.
대기업, 중견 기업들의 온라인게임 시장 진출에 대해서 기존 게임퍼블리셔나 개발사들은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게임시장의 자금유입이 산업의 발전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경쟁을 통해, 시장을 부풀리거나 무조건적인 투자는 경계하고 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시장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진출이 필요하다”며 “단순, 주식시장을 조정하기 위한 진출이나, 과열경쟁을 부추기는 진출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 산업의 기업들이 욕심을 낼 만큼, 게임산업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그들의 진출 여부에 따라서 게임산업 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판단과 철저한 준비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미니인터뷰

- 게임문화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 삼성전자 디지털콘텐츠 강성욱 과장

Q. 삼성의 퍼블리싱 역사(게임산업 진출 포함)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삼성전자의 게임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최초 컴퓨터의 주요 응용 S/W였던 게임의 개발에서부터 시작되어 일본의 세가사와 게임기 사업을 진행했으며, 이후 PC용 게임 패키지는 물론, 현재의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까지 근 2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게임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는 어느 퍼블리셔보다 높은 편이다.
Q. 기업들의 게임시장 진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기존 사업의 다변화 측면에서의 타사업영역대비 접근이 용이할뿐만 아니라 게임사업이 타사업에 미치는 영향력과 파장이 크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들의 사업의 영역과 범위가 좀더 복잡해지는 측면에서 게임은 문학, 영상, 음악, 캐릭터 등의 많은 컨텐츠의 집합체일뿐 아니라 게임을 구동하기 위한 다양한 IT기기들의 발전을 이끌어 내는 주요 컨텐츠이다. 그렇기에 이런 컨텐츠뿐만 아니라 유관 사업의 미치는 영향력이 상상외로 크기에 이제는 그 누구도 게임사업을 쉽게 간과할 수는 없다. 이와 함께 특히 비교적 적은 투자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사업으로 비쳐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별개로 게임사업이 IT사업의 선두에 서있고 비교적 연령층이 낮은 사항으로, 기업이미지의 개선이나 미래고객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채널 확보 등도 큰 이유 중에 하나이다. 이처럼 각 사별도 여러 복잡하고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 유추된다.
Q. 최근 이랜드, 인터파크 등이 시장 철수를 감행했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앞서 말한 적은 투자에 큰 성과라는 이면에는 게임사업을 운영하는 핵심인력이 있다고 보여진다. 이런 핵심인력에 대한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를 놓쳤다고 생각된다. 너무 게임사업의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모양을 갖추고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Q. 삼성만의 성공 노하우가 있다면.
오랜 연륜으로 경영진들이 게임 사업의 깊은 이해가 있으며 퍼블리싱 관련 인력들이 타 퍼블리셔와 달리 20여종이 넘는 게임들을 수년간 직접 컨트롤하고 운영해 다변화된 게임 트렌드의 대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특히 2005년 빅 3로 불리는 3D 온라인게임의 성공을 모든 퍼블리셔들이 예측했을때 좀더 앞서서 2D 온라인게임의 ‘던전앤파이터’를 소싱하고 성공시킨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Q. 대규모 자본으로 시장 진출하는 기업들에게 충고를 한다면.
게임시장은 대규모 자본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자본 이전에 양질의 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업의 문화또한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게임은 감성사업의 영역이 크기 때문에 이를 운영하는 인력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대규모 자본의 투자는 비교적 쉽겠지만 이러한 인력의 확보는 무척 힘들고 어렵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게임 사업 진출 이전부터 인력의 발굴과 육성의 시간을 가진 후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시장 진출이 필요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