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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고발] 요주의! 돌연 폐업... 수강료 400만원 고스란히 날려..게임학원도 먹튀 기승!

  • 안일범 기자 nant@kyunghyang.com
  • 입력 2007.07.0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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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월드아트스쿨에서 게임 프로그래밍을 배우던 이승준 씨(가명)는 지난 5월 25일, 강의 도중에 학원이 이전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이 공문에는 인테리어를 위해 6월 18일까지 수업을 연기한다고 적혀있었다. 이 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6월 18일 이전된 곳으로 등교했다. 그러나 이 씨가 다니던 학원은 간데없고 A학원이 대신 들어서 있었다.

“전혀 몰랐죠. 저는 월드 아트스쿨이 이름을 바꾼 줄 알았습니다.” 이 씨는 월드 아트스쿨 관계자인 강윤철 차장(가명)으로 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월드 아트스쿨은 5월 30일부로 폐원했으며, 더 이상 학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최근까지만 해도 학원에 수강생이 너무 많아 남는 강의실이 없는 정도였다. 게다가 지난 1월에는 학원을 확장해 스튜디오를 개설하기까지 했다. 더욱 억울한 것은 지난 6월 8일에 학원 관계자가 등록을 독촉해 수강료 80만원을 받아간 상황이었다. 이 씨는 도무지 이와 같은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다만 강윤철 차장이 “폐업과는 상관없이 수강기간은 모두 보장되며 같은 선생님 밑에서 배울 수 있다. 2일 뒤에 오면 수업 보증이나 환불보장 서약서를 써주겠다.”고 말한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러나 2일 뒤(20일) 학원을 방문했을 때 강 차장은 서약서는 고사하고 “수업을 12월까지만 보장해준다”면서 “환불도 불가능하다”고 말을 바꿨다. 이 씨는 거세게 항의했지만, 강 차장은 “위에서 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모른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 씨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씨의 경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무려 210명에 달하는 수강생들이 이 씨와 같은 피해를 입고 있었고, 총 피해금액은 약 10억원선 인것으로 추정된다.

설명회인가 협박회인가
학생들은 대부분 이 씨와 같은 상황이라고 증언했다. 5월 25일~30일을 전후해 학원이 이전된다는 통보를 받았고, 직접 찾아갔으나 학원이 사라졌다는 것. 본지는 현재 40여명의 학생들로부터 제보를 받았지만 학원이 문을 닫기 전 제대로 된 ‘통보’를 받은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6월 25일부터 6일간 월드아트스쿨은 학생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대표이사가 설명회에 참가한다고 밝혔으나, 설명회 장소에는 이 찬(가명) 이사와, 강윤철 차장이 참석해 설명을 진행했다. 장소는 강남의 한 모임공간이었으며 좌석은 단 여섯 개에 지나지 않았다. 210명은 고사하고 10명이 들어가도 비좁을 정도로 협소한 공간이었다.

이들은 학생에게 “수강확인서(그림1)에 서명을 하면 A학원에서 강의를 받을 수 있다”면서 “환불을 원하면 대표에게 청구하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원 관계자들은 서류에 사인을 하면 A학원에서 강의를 듣게 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강의는 들을 수 없고, 환불이 불가능하니 (경찰에)고소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상황은 여기서 종료되지 않았다. 강윤철 차장은 “A학원은 수강기간이 얼마나 남았건 12월 31일까지만 강의를 담당한다”고 밝혔다. 결국 500만원을 냈건 50만원을 냈건, 12월 31일까지만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학원생들은 분개했다. 그러나 강윤철 차장은 “우리는 너네(학생)들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다”라며 “그나마 이것이라도 할 수 있을 때 해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환불을 원하고 학원을 방문했으나 이와 같은 현실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서명한 윤성태(가명) 씨는 “나이가 서른이 넘어 한시바삐 취직해야하는데 이런 일로 지체해 버리면 내 시간은 누가 돌려줄 것이냐”며 “억울하지만 소송을 걸어 판결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에 차라리 조금이라도 더 배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서명했다”고 밝혔다.

반면 서명을 하지 않은 정영미(가명) 씨는 “400만원을 지불했는데 100만원만 돌려준다는 셈”이라면서 “돈은 둘째 치더라도 잘못은 월드가 하고 벌은 내가 받는 느낌이 기분 나빠 사인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악화되기 시작했다. 유치호(가명) 씨는 6월 28일 강 차장과 한 대화라며 녹취한 자료를 제보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강 차장은 “A학원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한계가 있어 학생들을 골라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A학원이라면 한 명이라도 덜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실상 환불이 불가능하다면 A학원에서 이거라도 배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이에 대해 A학원의 관계자에게 문의했다. A학원의 관계자는 “월드아트스쿨로부터 학원생들을 받아준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월드아트스쿨 학생으로부터 돈을 받은 바 없다. 따라서 환불의 의무도 없을 뿐더러, 책임지고 강의를 해줄 의무도 없다. 단지 도의적으로 월드아트스쿨 학생을 받아줄 뿐이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답변했다.

A학원은 월드아트스쿨 학생을 받을 경우 A학원의 정원을 모두 채우고 난 뒤, 남는 자리에 월드아트스쿨 학생들을 배정할 예정이다. A학원의 관계자는 “학생들을 받아줘도 우리에게는 큰 이익이 없다. 그나마 학생들이 친구들에게 ‘좋은 학원이다’라고 말해 긍정적인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거나, 빈 강의실 없이 꽉 들어찬 학원을 보고 수강생들이 신뢰감을 느낄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뿐이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림1>월드아트스쿨이 발부한 확인서

해결책을 강구하는 사람들
설명회가 끝나자 학생들은 여러 곳에 수소문해 해결책을 강구했다. 각 교육청 및 경찰에 이를 제보하고, 국민고충처리반 이나, 소비자보호원 등 다양한 곳으로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 하지만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이미 대표이사 명의로 압류가 진행 중이며, 관련 재산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 따라서 환불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 중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는 “일련의 상황의 경우 형사고발이 가능하다면서 학생 측이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A학원과 월드가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사료되므로, A학원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송비가 매우 높아질 것이므로 이 방법은 권장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학생들은 10여명의 발기인을 모아 6월 29일부터 고소 절차를 준비하고 있으며, 늦어도 내주 초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을 대표하는 학생 양진환 씨(가명)는 “사과 한번도 없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며 배짱부리는 월드아트스쿨측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 처음부터 학원 사정으로 인한 부도임을 언급하고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으면 결코 소송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와 같은 학원이 많은데, 비슷한 음모(?)를 계획하고 있는 대표들에게 경종을 울리고자 신고하게 됐다”면서 “추후 우리와 같은 일을 겪는 학생들이 참고할 수 있는 선례를 남겨주고 싶다”고 동기를 밝혔다.

월드 아트 학원 소속 강사의 제보
월드 아트 학원 관계자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취재를 거부했다. 수십 차례 취재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바쁘다’, ‘다음에 연락하겠다’라는 식으로 언급을 회피한 것이다. 그러던 와중 학원 소속강사였던 이창재 씨(가명)로부터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이창재 씨는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대표가 과도한 투자를 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표는 학원의 자금을 가지고 중국에 분원을 개설했으며 이외에 다양한 사업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업이 잘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지난 4월 대표가 강사들을 모아놓고 이번 달 안으로 6천만원 이상 수익이 나지 않으면 M&A를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수기에 수입이 그만큼 발생할 리가 없다. 이후 방향이 M&A로 가닥이 잡혔다. 이미 강사들은 월급을 절반만 받으면서 근무했고 회사를 위해 희생하고자 했다. 6월 초, 강사들은 대표에게 강의료 미수금 중 60%를 지불하면 M&A에 동참하겠다고 이야기했고, 대표는 이를 수락했다. 그러나 이사는 이를 차일피일 미뤘고 결국 결렬됐다. M&A조차 잘 진행되지 않았다. 양 사 간에 모종의 관계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대표도 고의로 한 것 은 아닐 것이다”고 밝혔다.

끝나지 않는 의혹
월드아트스쿨의 학생들은 월드아트스쿨의 폐업은 물론, A학원과의 관계에서도 의문점을 제기했다. 이들이 보내준 자료를 종합해 취재해 본 결과 이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문점이 발견됐다.



의문점 1. 학생들이 수강료 입금한 명의가 다르다?
지난 2007년 1월부터 6월 8일 사이에 학생들의 수강내역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조사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수강증을 발부하지 않아, 이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심지어  한 학생의 제보에 따르면 학원측이 발부한 수강증을 걷어가기까지 했다고 한다. 취재가 난항을 겪던 도중, 학원 수강생들로부터 입금 확인 서류들이 도착했다. 이를 확인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학원 관계자의 개인 명의로 입금한 학생이 있었던 것. 게다가 한명이 아니었으며 대표명 마저 도중에 변경돼 확실한 사항을 파악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학원이 부도나게 되면 대표 계좌가 쓸모 없어진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수를 쓰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와 같은 경우 사기사건을 노리고 준비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면서 “자세한 세무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전 학원 강사 이승한 씨(가명)는 “학원이 경영난을 겪고 폐업에 이를 경우 보통, 영업을 하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학생들의 돈을 받아 자신의 임금, 투자액 등 체불 금액을 메우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표의 동의를 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 경우도 비슷한 사례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의문점 2. 월드 아트 스쿨의 폐원 어떻게 가능했나?
학생들이 월드아트스쿨이 소속된 강남 교육청을 찾아가서 들은 대답은 “이미 폐원 처리가 됐기 때문에 교육청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원의 폐원을 결정한 것은 강남 교육청이었다. 강남 교육청은 “지난 5월 28일 폐원 접수 서류를 받았고, 이를 정상 처리했지만 관련 서류의 검토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그는 이어 “별다른 의심 없이 대표의 서류만 믿어 이렇게 된 것”이라고 원인을 밝혔다. 결국 이 같은 조치가 학생들의 추가 피해를 유발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 학원강사 이승철 씨는 “컴퓨터 학원사이에서는 특정 학원이 폐업을 앞둔 다른 학원의 수강생을 받아 주는 관례가 있다”면서 “교육청의 판단 오류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강생들의 조치 없이 폐업을 진행했다고 해서 교육청에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담당자에 따르면 “사설학원의 경우 폐원 이후 수강생들의 환불이나 교육보장 여부없이도 원장의 의사만 있다면 폐원이 가능하다”면서 “교육청 등과 같은 관련 기관의 경우 수강생의 처리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는 도의적인 문제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문점 3. 기자재 판매를 둘러싼 상호간 계약의 의혹
월드아트스쿨은 지난 5월 20일 A학원에게 5천 만원 상당(시가 2억원)의 학원 기자재를 판매했다. 이에 대해 강남교육청 평생교육지도 담당부서의 한 관계자는 “A학원에서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을(월드아트스쿨)이 운영하는 회사는 5월 20일 갑에게 5천 만원 상당의 기자재를 판매하면서 수강생에 대한 환불의 의무는 을에게 있으나, 수강생들의 교육은 2007년 6월부터 갑이 책임진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자료만 있으면, 월드아트스쿨에서 정상적인 수강을 받았던 학생들은 교육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강남교육청에게 관련 자료를 요구했으나, 담당자는 “A학원 측에서 (공개를)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류의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월드아트스쿨의 한 관계자는 “월드아트스쿨이 M&A를 시도했으나 이것이 여의치 않자 기자재 판매를 통해 학생들을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조사를 해보면 알겠지만 판매 대금조차 제대로 지불되어 있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계약서 한장을 두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것.

학원 사기사건 등장 그 해결책은?
일련의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구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을 찾았다. 한국소비자연맹의 한 관계자는 “이는 폐원 전부터 책임 회피를 위해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기 사건을 위해 지난 몇 개월 동안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게임분쟁연구소의 정준모 변호사는 “학원 법에 의해 학원생들이 형사나 민사상으로 고발할 수 있는 사항”이라면서 “이와 같은 상황의 경우 사기 사건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고소가 최고의 방편’이라고 분석했다.

학원 강사로 근무하면서 4차례 폐업을 경험했다고 밝힌 김찬우(가명) 씨는 “게임 학원 판에서 이와 같은 일은 허다하다”면서 “언제든 환불을 할 수있는 준비를 해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럴 때는 수강증이나 입금확인증 등 학원과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놓는 것이 좋다”면서 “아무리 많은 금액을 할인해 준다고 하더라도 일시불은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이와 같은 사례로 MBC게임스쿨, 크낙 등 5개 이상의 게임 학원과 수천 명에 달하는 학원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나날이 피해는 커져만 가고 이에 대한 대책은 없는 상황에서 학원생들은 피땀 흘려 번 돈을 고스란히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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